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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작성자: 자인플랫폼_곽민지 | Feb 20, 2024 7:50:46 AM

역량은 성장 과정에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체험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역량의 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기반 역량은 출생이후 20세 전후에서 거의 완성됩니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말할 때 주로 ‘뇌’를 예로 듭니다. 특히 뇌의 가장 앞쪽에 있는 ‘전전두피질’의 크기를 꼽지요. 사람의 전전두피질은 동물과 달리 무척 비대하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입 니다. 사실 뇌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시작부터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용어들부터 워낙 낯설고 복잡하지만, 결국 뇌를 사용해 뇌를 생각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요. 

 

우리가 강조하는 ‘역량’ 역시 전전두피질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머리가 아파도 우선 뇌를 알아야 역량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사람답다’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그럴 때마다 아주 오래된 질문,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묻게 됩니다. 그 의미는 여러 가지 일테지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타인을 배려한다, 양심과 염치를 가지고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제어한다, 혹은 원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 전략을 모색하고 행동한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이처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뇌 부위가 바로 전전두피질입니다.

 

전전두피질을 포함해서 대뇌피질은 출생 이후 25세 전후까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서히 성장합니다. 영역별로 발달 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사춘기를 지나 성년기에 접어들면 90% 수준까지 완성되지요.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 점은 전전두피질의 성장과 함께 역량도 발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마다 역량의 수준이 다른 것은 역량이 각자의 성장 과정에서 뇌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뇌를 알면 역량이 보인다

 

 

우리 뇌는 워낙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대상을 나누고 정의를 내려야 보다 명확한 이해가 가능하고, 실용적 가치까지 끌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과학적 연구와 자료에 기반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생물학과 신경과학 분야 수백 편의 논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종합하는 메타분석(meta-analysis)을 통해 우리는 전전두피질을 기능에 따라 크게 세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가치를 판단하고 학습하는 ‘가치령’,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전략령’, 가치와 전략을 통합하는 ‘통합령’이 그것이지요. 이 세 영역에서 긍정성, 적극성, 안정성, 대인력, 전략력, 조절력, 통합력까지 일곱 가지 ‘기반역량’이 만들어집니다. 기반역량은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고 성 과를 만들고 인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고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지만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지요.

 

· 긍정성 : 자극과 기회에 수용적으로 접근하는 역량으로,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바탕이 됩니다.

 

 

전전두피질의 기능과 기반역량

 

· 적극성 : 의지와 열정으로 몰입하고 추진하는 역량이며, 적극성이 높을 수록 성과중심적 행동의 강도가 커집니다.

· 안정성 : 자아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자신의 신념과 사회적 합리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치를 판단하고 학습하는 역량입니다.

· 대인력 :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응하면서 대인관계적 변수를 제어하는 역량으로, 설득 및 협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 전략력 :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효과성과 효율성을 도모하는 역량 으로, 분석 및 추론 능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 조절력 :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제어력의 기반이 되는 역량으로, 자 기 조절 능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 통합력 : 성과에 필요한 다양한 변수를 통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역량으로, 의사결정의 중심 역할을 합니다.

 

 

 

 

 

역량의 본질은 '기억'

 

 

역량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험을 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으면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기고, 좋지 않은 결과를 얻으면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깁니다. 그리고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었던 행동을 선택하고, 나쁜 결과를 얻었던 행동은 회피합니다. 긍정 기억은 선호하는 행동을, 부정 기억은 회피하는 행동을 만드는 것이지요. 사람은 기억에 채색된 감정에 따라 판단하고, 이성은 감정이 판단한 것을 인식해서 그럴듯한 사후 해석을 덧붙입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좋았던 ‘쾌(快)’와 나빴던 ‘통( 痛)’을 통해 가치를 학습하게 되고요. 가령 아이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엄마가 활짝 웃고 좋아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면 엄마가 슬퍼하거나 화를 내는지 학습합니다.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몇 차례 보고를 해본 경험과 기억을 통해서 어떻게 해야 리더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학습하겠지요.

 

이처럼 우리 뇌는 '자극-예측-반응' 회로를 매순간 가동하며 기억을 형성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신경망이 구축되고, 그 신경망이 강화되어 만들어진 '신경경향성'이 바로 고유의 역량이 됩니다. 결국 역량의 본질은 '기억'인 셈이지요.

 

역량 발달에도 '골든타임', 즉 결정적 시기가 있습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뇌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가소성(plasticity)’입니다. 쉽게 말해 찰흙을 빚듯 우리 뇌도 태어나 새롭게 빚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의 뇌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부모에게 기회와 책임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뇌의 발달과 성장에 있어 출생 이후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상호작용으로 어떤 경험을 쌓는지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몬트리올대 서프렌(S. Suffren) 교수는 어릴 때 부모가 자주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거칠게 훈육 받은 아이들은 뇌 구조가 더 작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S. Suffren et al., Prefrontal Cortex And Amygdala Anatomy In Youth With Persistent Levels Of Harsh Parenting Practices And Subclinical Anxiety Symptoms Over Time During Childhood, Development and Psychopathology V.34, 2022) 물론 뇌의 특정 영역의 크기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지만, 정상인 경우와 비교해 크기가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연령별 뇌 발달 특징을 잘 알고 그에 부응하는 양육과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어떤 일이든 부정적으로 보고 비판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세상을 비틀어 보게 될 가능성이 크지요. 특히 영유아 시절까지는 초기 양육자인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때 부모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적극성 같은 역량 또한 학령 전부터, 주로 초등학교 때 또래 친구나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됩니다. 이때 성공경험을 많이 하면 적극성을 학습하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 소극적으로 변하지요. 성장 단계에서 성공경험을 많이 하면 뇌에 세로토닌이나 옥시토신 수용체가 많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잘 일어나면 안정적인 자아를 갖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불안정한 자아를 갖게 됩니다. 또한 상호작용이 잘 일어나면 눈치코치가 발달하고, 친사회적 행동이 강화되면서 능동적으로 변합니다. 반대의 경우 수동적인 성향이 형성되고요.

 

안타깝게도 특히 우리나라 교육은 이런 역량 발달 과정을 무시한 채 늘 같은 목표를 향해 갑니다.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지요. 이것으로 남들과 비교하고, 그 문턱만 넘으면 만사가 형통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런 대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더없이 불안해하고요. 서로의 상호 작용을 돌아보고 보듬을 새 없이 아이도 부모도 선생님도 그저앞만보고 달려갑니다. 역량 발달의 골든타임을 헛되이 날려버리는 것이지요. 앞으로 역량중심의 채용 혁신이 교육 혁신의 기폭제로 이어지는 날만을 고대할 수밖에요. 스펙이 아닌 역량이 채용의 기준이 되면 자연스럽게 입시와 경쟁위주의 교육에서 다양하고 풍성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바뀔 것입니다.

 

우리 뇌에서 비롯되는 역량은 우리의 내면과 세상이 만나는 접점이 되고, 연결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또 물질적·사회적·정신적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행동을 일으키거나 제어합니다. 즉 역량은 사고와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무엇보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반인 것입니다.

 

 

뇌를 알면 역량이 보이고, 사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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