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푸는 경영, HR(인사), 사람, 인생 전문 칼럼

좋은 경력은 왜 좋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가

작성자: 자인연구소 | Jul 6, 2026 11:07:51 AM

얼마 전 국내 한 대기업의 HR 책임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경력직 채용 이야기를 꺼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서류만 봤을 때는 정말 괜찮았습니다. 좋은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했고, 프로젝트 성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면접에서도 자기 경험을 꽤 설득력 있게 이야기했고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습니다. 경력이 좋으면 우리 회사에서도 일을 잘할 것이라고 봤는데, 그 판단이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기업이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경력이 화려한 후보를 만나면 조직은 기대를 합니다. 이미 비슷한 일을 해봤고 성과도 냈으니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곧잘 비껴가곤 합니다.

 

우리가 채용 과정에서 놓치는 본질은 무엇일까요? 경력기술서에 적힌 이력은 후보자의 과거를 보여줍니다. 어느 조직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설명해줍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입사 이후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경력기술서에 적힌 정보는 과거의 업무 이력을 보여줄 뿐 새로운 조건에서도 성과를 잘 만들 수 있는 역량 그 자체를 말해주진 못하기 때문입니다.

 

 

 

 

직무 경험 중심 채용이 놓치기 쉬운 것

 

최근 채용 시장이 학벌보다 직무 경험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경력과 성과의 관계를 더 정확히 볼 필요가 커졌습니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학력, 국적, 성별, 나이, 연고를 제외한 열린 채용을 운영해왔습니다. 카카오는 신입 개발자 블라인드 채용에서 학력과 전공보다 코딩 테스트와 인터뷰로 개발 역량과 업무 적합성을 확인해왔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기공채를 없애고 직무별 상시채용으로 전환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도 신입 수시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없애고 경험, 직무 역량, 성장 가능성을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조사도 같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신규 채용 실태 조사’에서 기업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평가 요소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이었습니다. 응답 비중은 67.6퍼센트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학벌이라는 과거의 학습 이력만으로 사람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학벌을 보지 않겠다는 기조가 경력 선호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회사명, 직무명, 근속연수, 프로젝트 이력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 채용은 여전히 과거 확인에 머뭅니다. 경력은 후보자의 과거를 이해하는 자료이지, 그 자체가 입사 이후의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즉 경력의 외형을 곧바로 보유역량의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경력과 성과는 꼭 비례하지 않는다

 

좋은 경력이 좋은 성과를 보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과거 성과를 만든 조건이 함께 이동하지 않습니다. 이전 회사의 브랜드, 고객 기반, 리더, 동료, 시스템은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사람이 좋은 결과를 냈더라도 그 결과가 온전히 개인의 힘만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채용에서는 성과의 크기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성과가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졌고 후보자가 실제로 기여한 부분이 무엇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이 월가의 스타 애널리스트 1,000여 명을 분석한 연구도 같은 점을 보여줍니다. 이전 조직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애널리스트들도 회사를 옮긴 뒤에는 성과가 떨어졌습니다. 다음 해에 최고 등급에 오를 확률도 약 10퍼센트에서 5퍼센트대로 낮아졌습니다. 이전 조직에서 낸 성과가 새로운 조직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둘째, 경력이 반복 경험에 머물 수 있습니다. 같은 직무를 오래 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더 나은 판단력과 실행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익숙한 일을 반복한 시간과 낯선 문제를 해결한 경험은 다릅니다. 경력이 아무리 길어도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방법을 바꾸고, 실패를 통해 배운 경험이 부족하면 입사 후 성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직행동 분야의 대표적 저자인 스티븐 로빈스도 경험의 양과 질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어떤 사람은 20년의 경험이 있고 어떤 사람은 2년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 전자가 후자보다 의미 있는 경험을 10배 더 많이 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년의 경험이란 흔히 1년간의 경험이 20번 되풀이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무리 복잡한 직무라고 해도 2년 정도가 지나면 진정한 학습은 끝난다라고 말했습니다.

 

 

셋째, 경력은 결과를 보여주지만 보유역량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경력기술서에는 매출, 프로젝트 규모, 직책, 수행 업무가 적힙니다. 그러나 성과를 다시 만들려면 과거에 해본 일을 반복하는 힘보다, 새로운 조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방법을 조정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역량입니다. 그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가치 있게 받아들이는지, 가치 있다고 판단한 일에 열정을 일으키는지, 변수를 읽고 방법을 찾는지, 결과가 날 때까지 실행을 조정하는지는 경력만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인재의 미래 성과 가능성은 역량에 있다

 

물론 경력은 채용에서 중요합니다. 경력자는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고, 직무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으며, 업무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경력은 반드시 살펴봐야 할 중요한 판단 자료입니다. 다만 경력 자체를 최종 판단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채용이 끝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입사 이후에도 실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는가’입니다.

 

 

 

 

역량을 제대로 보려면 능력의 구조를 구분해야 합니다. 성과는 능력과 기회가 만날 때 만들어집니다. 능력은 지식, 기술, 역량의 상호작용으로 발현됩니다. 지식은 무엇을 아는가에 관한 것이고, 기술은 어떻게 실행하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역량은 지식과 기술이 실제 상황에서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힘입니다.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올바른 전략적 판단을 하지 못하면 성과가 나지 않습니다. 숙련된 기술을 가졌더라도 변수가 생겼을 때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역량은 사람이 기회와 과제를 만났을 때 뇌의 성과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힘입니다. 먼저 주어진 기회가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합니다. 그 가치에 따라 열정이 발현됩니다. 이어서 성과를 얻기 위한 방법을 찾고, 마지막으로 실행을 조정하며 결과를 끝까지 추적합니다. 이것이 ‘가치판단-열정발현-전략모색-추적제어’라고 하는 성과 메커니즘이며, 이 성과 창출 흐름을 이끄는 힘이 바로 ‘역량’입니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채용의 기준은 역량에 있어야 합니다. 채용의 목적은 좋은 이력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입사 이후 성과를 만들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보려면 과거 경험의 크기보다, 달라진 조건에서도 지식과 기술을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보유역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역량이 이력서나 경력기술서 혹은 면접 인상만으로는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식과 기술은 학습 이력, 자격, 과제 수행 결과로 비교적 확인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역량은 전전두피질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뇌의 성능이며 비인지 영역의 힘이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역량 중심 채용에는 과학적 렌즈가 필요합니다.

 

 

 

 

AX 시대에도 역량이 채용의 기준이어야 하는 이유

 

AX 시대에는 이 기준이 더 중요해집니다. 경력은 과거에 어떤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반복하는 능력만으로는 성과를 보장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정보 검색, 자료 요약, 문서 초안 작성, 코드 작성, 데이터 분석의 상당 부분은 이제 AI와 함께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기술이 필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식과 기술을 얻고 활용하는 속도와 비용이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AX 시대에는 과거에 비슷한 일을 해봤다는 사실만으로 성과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과거에는 특정 업무를 많이 해본 경험이 강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많은 업무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채용에서 더 중요해지는 것은 경험의 양이 아니라 경험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지 가려내는가.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직의 맥락과 성과 기준에 맞게 검토하는가. 여러 선택지 중 실행 가능한 방법을 고르고, 실행 중 생기는 변수를 조정하는가. 이런 힘이 있어야 과거의 지식과 기술도 새로운 조건에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AX 시대의 채용은 직무 경험 이외에 반드시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합니다. “이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성과를 잘 만들 수 있는 보유역량을 갖추었는가?”

 

직무 경험은 과거를 설명합니다. 역량은 미래의 성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AX 시대 채용의 정확도는 경력을 많이 보는 데서 높아지지 않습니다. 경력 뒤에 있는 보유역량을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는가에서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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