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없으시네요.”
2026년 7월 쿠키뉴스 보도에 등장한 29세 구직자가 신입 안내데스크 면접에서 들은 말이다. 공고에는 신입을 뽑는다고 쓰여 있었지만, 실제 채용 현장에서는 이미 일해본 사람을 원했다.
같은 기사에는 2022년부터 취업을 준비해온 30세 청년의 사연도 나온다. 그는 기업에 지원할 때 필요한 경험을 얻기 위해 청년기관의 일경험 프로그램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꾸준히 지원했지만 여러 차례 탈락했다. 경력이 없는 청년에게 첫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조차 모집 인원이 적고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 기업들은 신입에게도 인턴과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와 실무 경험을 요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채용에서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기업의 비율은 2023년 58.4퍼센트에서 2024년 74.6퍼센트로 높아졌다. 기업이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첫 직장을 얻기 전에 직무 경험부터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그 경험을 얻는 일도 하나의 경쟁이 되었다는 데 있다. 경력이 없는 청년은 기업에 지원하기 전에 교육과 일경험 프로그램을 거쳐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첫 경험마저 이미 준비된 사람에게 우선 돌아가면,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경험을 쌓을 기회에서도 밀려난다.
노력은 이어졌지만, 그 노력을 경험과 경력으로 바꾸어줄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회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력만으로 성과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능력을 배우고 시험하며 증명할 기회가 필요하다. 첫 기회를 얻지 못하면 경험을 쌓을 수 없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다음 기회에서도 불리해진다.
기회가 부족해서 경력을 만들지 못했는데, 결과를 평가하는 순간에는 경력이 없는 개인의 책임만 남는다.
노력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지만, 노력할 수 있는 조건까지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청년은 졸업한 뒤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1년 동안 취업에 전념할 수 있다. 다른 청년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주일의 절반을 아르바이트에 써야 한다. 한 사람은 직무교육과 인턴십을 골라 경험하고, 다른 사람은 임금이 없거나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경험을 포기한다. 같은 시간을 들여도 한 사람의 노력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축적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오늘을 버티는 데 먼저 쓰인다.
사진: Rafay Ansari / Unsplash
2026년 보도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 취업준비생의 연평균 취업 사교육비는 455만 원이었다. 응답자의 71.1퍼센트가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73.8퍼센트는 생활비와 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격증과 어학시험, 직무교육과 면접 코칭이 채용의 기본 조건처럼 자리 잡을수록 준비할 수 있는 능력도 가정의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다.
격차는 돈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부모가 어떤 교육과 직업의 세계를 알고 있는지에 따라 자녀가 얻는 정보가 달라진다.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에 따라 추천받는 진로와 만나는 멘토, 알게 되는 인턴십과 채용 정보가 달라진다. 실패했을 때 얼마나 오래 다시 준비할 수 있는지도 다르다.
노력의 양이 같아도 그것이 경험과 성과로 바뀌는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좋은 조건은 노력의 효과를 키우고, 불리한 조건은 노력의 상당 부분을 생존에 쓰게 한다.
출발 조건의 차이는 처음부터 거대한 격차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루의 시간, 한 번의 교육, 하나의 정보, 한 사람과의 만남처럼 작게 벌어진다. 그러나 작은 차이가 반복되면 서로 다른 경로가 만들어진다. 한 사람은 준비할 시간이 있어 첫 기회를 얻고, 다른 사람은 첫 기회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능력은 처음부터 완성된 채 주어지지 않는다. 배우고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좋은 과제를 맡고, 유능한 사람과 일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며 판단력과 기술, 자신감이 자란다.
능력은 기회를 얻는 조건이지만, 기회 역시 능력을 형성하는 조건이다. 첫 인턴 경험은 다음 인턴에 지원할 자격이 되고, 첫 직장의 이름은 다음 회사가 지원자를 신뢰하는 근거가 된다.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성과를 설명할 이야기가 생기고, 함께 일한 사람들은 정보와 추천을 제공하는 관계가 된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관계는 어느 순간 개인의 능력과 평판으로 인정된다.
반대편에서는 다른 순환이 일어난다. 경험이 없어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기회를 얻지 못해서 경험을 쌓지 못한다.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경력이 필요한데, 그 경력을 만들 첫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길어지면 다음 기회를 얻기는 더 어려워진다. 한국은행이 2026년 청년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은 4.0퍼센트포인트 높아지고 구직 상태에 있을 확률은 3.1퍼센트포인트 낮아졌다. 일을 구하지 못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직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도 낮아지는 것이다.
구직의 장기화는 이력서에 공백만 남기지 않는다. 직무 경험을 쌓을 기회와 새로운 사람을 만날 관계가 줄고, 다시 도전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도 약해진다. 경력이 없는 상태가 다음 기회를 막고, 그로 인해 경력의 공백이 더 길어지는 순환이 만들어진다.
먼저 얻은 기회가 미래의 기회를 부르는 동안, 처음 놓친 기회도 이후의 선택을 계속 제약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출발 조건에서 생긴 차이는 개인의 경력과 능력 차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교육에서도 비슷한 순환이 나타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25∼34세 가운데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대학교육을 받은 경우 본인도 대학을 졸업한 비율은 85퍼센트였다. 부모가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지 못한 경우에는 45퍼센트였다. 한국 청년의 대학 진학률이 매우 높은데도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40퍼센트포인트의 격차가 남아 있다.
한편 한국은 부모보다 높은 학력을 얻은 성인의 비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교육은 실제로 많은 사람에게 계층 이동의 통로가 되어왔다. 그러나 대학 진학이 보편화되고 안정된 일자리는 충분히 늘지 않으면서 학력 상승이 곧바로 직업과 소득의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졌다.
경쟁의 기준은 더 세분화되었다. 대학 진학 여부를 넘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떤 인턴십과 프로젝트를 경험했는지, 첫 직장이 어디였는지가 중요해졌다. 학력 경쟁을 통과하고 나면 경력 경쟁이 기다리고,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다시 돈과 시간, 정보와 관계가 필요하다.
좋은 조건에서 성장한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그 기회 속에서 실제로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이후 채용과 평가에서는 이미 형성된 능력과 성과만 보인다. 그 능력을 만드는 데 기여한 교육과 경험, 정보와 관계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여기에 출발선이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의 가장 깊은 함정이 있다. 출발선의 불평등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처음이 아니다. 그것이 경험과 능력의 차이로 바뀐 뒤,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다.
과거에 주어진 기회는 현재의 능력으로 기록되지만, 과거에 주어지지 않은 기회는 개인의 경력 부족으로 기록된다. 기회의 차이가 능력의 차이로 바뀌고 나면, 출발 조건에서 생긴 불평등은 정당한 경쟁의 결과처럼 보인다.
좋은 조건에서 성장한 사람의 성취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 역시 배우고 노력해 능력을 길렀다. 다만 그 성취에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노력이 결실을 맺게 한 조건도 들어 있다. 반대로 좋은 조건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능력의 부족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아직 능력을 형성하고 보여줄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조직이 학력과 경력, 출신 회사와 평판을 중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의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고, 채용 결과에는 불확실성이 따른다. 지원자를 충분히 알아볼 시간과 평가 역량이 부족한 조직일수록 이미 검증된 신호에 의존한다.
유명 대학 졸업장은 일정한 학습 능력을 보여주는 신호가 되고, 대기업 경력은 복잡한 업무를 수행해보았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내부자의 추천은 낯선 지원자를 채용할 때 느끼는 불안을 줄여준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 실패의 위험을 낮추는 효율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모든 조직이 같은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면 학력과 경력은 능력을 참고하는 자료를 넘어 기회를 얻기 위한 자격이 된다.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먼저 경험이 주어지고, 그 경험이 다시 좋은 배경으로 평가된다. 기업은 이미 기회를 얻은 사람 가운데 다시 사람을 고르며 채용의 안전성을 높이지만, 사회 전체의 기회는 좁아진다.
대인관계도 중요한 기회 자산이 된다. 경제학자 라지 체티가 이끄는 한 연구팀은 미국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맺은 210억 개의 친구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 주민이 소득이 높은 사람들과 친구로 연결된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그곳에서 자란 저소득층 자녀의 성인기 소득도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저소득층 자녀가 소득이 높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고소득층 자녀가 평균적으로 누리는 수준까지 늘어난다면, 성인이 된 뒤 소득이 평균 20퍼센트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정보와 기회를 접할 수 있는지가 한 사람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사진: Product School / Unsplash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진로와 기회를 발견한다. 주변에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누구에게 조언과 추천을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길도 달라진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날 기회가 줄어들고, 중요한 정보와 추천이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오가면 관계의 차이가 기회의 격차로 이어진다.
이 격차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모의 경제적 · 사회적 조건은 자녀가 받을 수 있는 교육과 경험에 영향을 준다. 학교와 대학에서 맺은 관계는 진로 정보와 취업 기회로 이어지고, 첫 일자리는 이후의 경력과 소득을 좌우한다. 그렇게 축적된 소득과 관계는 다시 자녀의 교육과 진로를 돕는 데 사용된다. 한 세대가 얻은 기회와 성취가 다음 세대의 출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과 관계를 마련해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기업이 신뢰할 만한 사람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나 익숙한 배경을 가진 지원자를 선호하는 것도 채용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면 이미 좋은 기회와 관계를 가진 사람에게 다음 기회도 돌아가기 쉽다.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내린 선택이 쌓이면서, 출발 조건이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삶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202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 3,000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 사회의 계층 이동이 활발하다고 평가한 사람은 25.4퍼센트에 그쳤다. 응답자의 68퍼센트는 부모 세대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원이 자녀의 지위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개인이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응답은 42.5퍼센트였다. 사람들은 부모의 배경이 성공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노력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 두 응답은 모순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노력의 가치를 믿지만, 그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노력에 대한 믿음은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야 배우고 도전하며 실패한 뒤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노력과 결과 사이의 연결이 계속 약해지면 모든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받아들이거나, 무엇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전자는 사람을 무너뜨리고, 후자는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계층 이동의 문제를 개인 간 공정성으로만 보면 더 중요한 손실도 놓치게 된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배경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하면 기업은 더 나은 인재를 놓치고, 시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잃으며, 사회는 활용할 수 있었던 능력과 가치를 잃는다.
학력과 출신 회사는 능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능력 그 자체는 아니다. 과거에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과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같지 않다. 조직이 과거의 기회를 현재의 능력으로 오인할수록 기회가 적었던 사람의 잠재력은 보이지 않게 된다.
계층 이동성은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될 가능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회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람의 가능성을 얼마나 넓게 발견하고, 필요한 기회와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출발 조건을 완전히 같게 만들 수는 없다. 부모와 지역, 성장 환경과 관계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배경이 첫 기회를 독점하지 않게 하고, 개인이 능력과 노력에 따라 다음 기회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 것이다.
먼저 채용에서 실제 능력을 더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학력과 출신 회사가 알려주는 간접적인 신호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구조화된 면접과 직무 표본 과제, 실제 상황에 가까운 문제 해결 평가를 활용하면 지원자가 어디에서 배웠는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채용공고에서 학력 요건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OECD도 학위 요건을 없애는 것만으로 기존에 배제됐던 집단의 채용이 자동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직무별 능력을 명확히 정의하고, 모든 지원자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며, 입사 이후 배치와 성장까지 연결해야 한다.
경험을 얻기 위한 첫 기회도 넓혀야 한다. 인턴십과 현장실습에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하고, 학교와 지역에 따라 일경험 기회가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기업과 교육기관을 연결해야 한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인턴십은 능력을 기르는 제도인 동시에 배경을 선별하는 장치가 된다.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 경력을 요구하는 채용 관행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초입 직무를 늘리고, 일정 기간의 훈련과 실제 업무를 결합한 유급 도제·프로젝트형 채용을 운영할 수 있다.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만 찾기보다 일정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 일을 통해 능력을 증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첫 전공과 첫 직장이 이후의 가능성을 모두 결정하지 않도록 재교육과 경력 전환의 길도 열어두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서 경력을 시작한 사람도 학습과 성과를 통해 더 나은 직무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 놓친 기회가 평생의 불이익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기회의 격차를 줄이는 일은 거대한 제도의 변화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아직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 첫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마이다스그룹이 운영하는 ‘엑시드 아카데미(xSEED Academy)’는 이러한 시도 가운데 하나다. 참가자들은 8주 동안 팀을 이루어 실제 기업의 과제를 수행한다.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활용해 자료를 분석하며, 현업의 피드백을 받아 대안을 발전시키고 결과물을 완성한다.
출처: 마이다스 xSEED Academy 공식 활동 사진
채용에서 과거의 경력과 경험은 지원자의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경험할 기회가 적었던 사람은 능력이 있어도 이를 보여줄 사례가 부족하다. 엑시드 아카데미는 참가자가 실제 과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팀원과 어떻게 협력하며,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를 수행 과정에서 확인한다. 경력이 부족한 청년에게 실제 일을 경험하면서 능력을 기르고 보여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무료로 참여할 수 있고 필요한 참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비용 때문에 실무 경험을 포기하는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팀원과 현업 관계자를 만나 새로운 정보와 조언을 얻는다. 교육과 실무 경험, 새로운 관계가 함께 제공되면 한 번의 참여가 포트폴리오와 취업, 후속 프로젝트와 같은 다음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한 기업의 프로그램이 기회의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선발 단계에서 이미 풍부한 경험과 유리한 배경을 가진 사람만 다시 선택한다면, 프로그램은 또 하나의 스펙 경쟁이 될 수 있다. 참여 과정에서 확인된 능력이 구체적인 평가와 포트폴리오로 남고, 채용이나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실질적인 첫 기회가 될 수 있다.
엑시드 아카데미의 의미는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만 다음 기회를 주던 흐름을 바꾸는 데 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능성을 판단하기보다, 실제 일을 맡겨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업이 기회를 통해 경험을 만들고, 그 경험이 다시 다음 기회로 이어지게 할 때 작은 프로그램도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능력과 기회는 서로를 키운다.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은 더 좋은 기회를 얻고, 좋은 기회를 얻은 사람은 그 경험을 통해 더 큰 능력을 기른다. 문제는 이 순환에 들어갈 첫 기회가 출신과 배경에 따라 지나치게 달라질 때 생긴다.
공정은 이미 형성된 능력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배경 때문에 첫 경험에 접근하지 못하는 장벽을 줄이고, 실제 일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더 키울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노력해볼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기른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제공하며, 한 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
출발선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자산과 학력, 인맥이 이후의 기회까지 미리 결정한다면 개인은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기 어렵고, 사회도 그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가치와 성취를 잃게 된다.
노력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그래도 어디에서 출발했든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노력은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실제 가능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