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나의 마음이 몸과 분리되어 따로 존재한다고 보는 초월적 관점입니다.
‘심신이원론(mind-body dualism)’으로 불리는 이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서 비롯되어
데카르트에 의해 논리적으로 정립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과학적 관점입니다.
‘심신일원론(mind-body monism)’으로 불리는 이 관점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철학자는 스피노자입니다.
두 가지 관점을 신학자나 철학자의 시각에서 설명하려면 매우 복잡하지만,
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매우 단순한 문제입니다. 현대 과학자들은 마음을 만들어내는 곳이 뇌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과정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신경과학이 마음의 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머지 않아
마음의 모든 과정이 객관적으로 규명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마음이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여러 실증적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예컨대 치매나 정신질환처럼 뇌에 이상이 있는 환자의 정신은 온전하지 못합니다.
뇌가 손상된 상태를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아래쪽에 있는 뇌 부위가 손상되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중간쯤에 위치한 뇌가 망가지면 감정을 느낄 수 없고,
윗부분을 덮고 있는 대뇌피질이 손상되어도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신경과학자들 중에는 뇌의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인간의 ‘자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은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우리의 마음은 뇌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동물의 진화 자체가 뇌의 진화과정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파충류, 포유류, 그리고 인간의 마음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우연히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체로부터 동물로 진화하고,
집단생활에 적응하면서 사회적 존재로 진화했습니다. 우리는 생물이자 동물이고, 동물이자 인간입니다.
이것이 객관의 눈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입니다. 이런 내가 모여 사회를 만들고, 나는 그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한 뿌리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운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모든 갈등과 분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것이 나를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