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갖게 된 이상 우리는 노화와 죽음에 익숙해져야 하고, 때가 되면 기꺼운 마음으로
내 생명을 자연에 되돌려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언젠가 세상에 작별을 고해야 할 즈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사실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재산은 죽음과 함께 흩어지고,
무덤은 잡초에 덮힐 것이며 생전의 명성도 시간과 함께 잊혀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 흔적이 깊고 선명할수록 치열했던 삶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타인의 기억에, 사회의 기억에, 그리고 인류의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더 많이 살아간 사람입니다.
우리는 축복받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에 자연의 의해 조각되어 생명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혜택을 누렸고,
나의 근원을 사유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허무주의는 가당치 않습니다.
‘내가 없다’는 것에 허무감을 느끼는 것은 본래 없는 것을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주가 열리던 순간, 나의 존재가 만물과 함께 생성되었다면 나는 완전에서 잉태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