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문답

제가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걸까요?

Written by | Feb 16, 2024 4:20:47 AM

과보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꿈은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명문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미국 명문대학에서 자살사건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명문대학 학생들은 부모가 부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벌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인 듯합니다.

 

이들의 교육열은 유별나지요.
최근에는 부모가 대학시절에 활동했던 동아리에 자녀를 가입시키고,
정치적 성향까지 부모를 닮아간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부모들을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이라 부릅니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자녀 곁을 맴돌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대신 해결해주는 부모란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잔디 깎기 맘(lawn mower mom)이란 용어도 생겼다고 합니다.
자녀가 가는 길에 장애가 되는 잡초를 다 처리해준다는 뜻입니다.
이들은 자녀가 대학생이 되어도 일일이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캠퍼스를 방문해서 수강 신청을 돕고, 수시로 지도교수를 만나 학교생활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양육된 아이들이 크면 어떻게 될까요?

심리학자들은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자립 의지가 약하고,
낯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성공을 꿈꾸지만,
사소한 시련조차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부모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지요.

 

명문대학에 입학한 후 이들이 고통 받는 이유는
이른바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완벽한 지원을 받고,
오직 칭찬 속에서 자란 학생들은 공주병이나 왕자병에 사로잡혀 있겠지요.
이들은 사소한 실패를 경험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한 번도 실패하거나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 만큼 심리적 면역력이 약한 것입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수면 위에 평화롭게 떠 있는 오리처럼 행동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쉴 새 없이 물갈퀴를 움직이는 오리처럼 심리적으로 불안합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과대 평가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아도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자아도취는 자존감(self-esteem)이 강한 것과는 다릅니다.
자아도취는 부모의 과대 평가와 과보호에서 시작되지만, 자존감은 사랑과 공감에서 비롯됩니다.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람도 사랑 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은 오직 자신만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자신이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대우를 받지 못하면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갖게 됩니다.
이 모욕감과 수치심이 자살을 부르는 것이지요.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사랑과 자존감일 것입니다.

자존감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인 다섯 살 무렵에 형성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과보호가 아니라 사랑과 공감입니다.
사랑과 공감 속에서 자란 아이가 진짜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