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일들이 점점 기술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반복 업무를 넘어 사고와 판단 그리고 의사결정의 영역에까지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경영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답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기술이 많은 역할을 대신할 수 있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성과의 열쇠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쥐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어떻게 성과를 만들까요? 근원적 힘은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성장하고 싶은 욕망. 이것이 바로 인간을 행동하게 하는 내면의 동력이자, 조직 성과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욕망이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는지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경영의 목적은 ‘성과’입니다. 조직은 성과를 내야 존속할 수 있고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성과가 있어야 구성원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투자자와 고객의 신뢰를 얻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이 성과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많은 경영자들이 자본, 기술, 시스템에서 답을 찾습니다. 물론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아무리 풍부한 자본과 앞선 기술, 정교한 시스템을 갖춰도 스스로 생각하며 책임 있게 실행하는 사람이 없으면 성과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경영의 핵심 변수는 ‘사람’입니다.
좋은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듯, 좋은 사람이 좋은 성과를 만듭니다.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이 역량을 발휘하며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몰입과 헌신이 높아지고, 그 결과가 성과로 이어집니다. 성과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경영자가 바라봐야 할 것은 성과 그 자체가 아니라 성과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즉 사람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반응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현명한 농부는 씨앗의 속성을 압니다. 어떤 토양과 기후에서 뿌리를 잘 내리는지, 언제 물을 주고 언제 기다려야 하는지, 어떤 양분이 필요한지 알고 있죠. 씨앗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확만 바라는 농부는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본질과 작동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우연한 성과를 거둘 수는 있어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진정한 성과경영은 사람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욕망의 과학
그러면 이제 해야 할 질문은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입니다. 그 핵심은 ‘욕망’에 있습니다.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것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동기’이며, 그 동기를 일으키는 근원적 힘이 바로 ‘욕망’입니다.
욕망은 사람의 모든 판단과 행동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에너지를 쓰며, 어떤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지 — 이 모든 과정의 배경에는 욕망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목표를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 역시 결국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합니다.
욕망은 이기적 존속, 사회적 성장, 정신적 완성의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 세 가지 욕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갑니다.
첫째, 이기적 욕망은 생존과 안전을 추구합니다. 조직에서는 적절한 보상과 자율적 환경을 통해 충족됩니다. 이 욕망이 채워질 때 구성원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조직을 신뢰하게 됩니다.
둘째, 사회적 욕망은 관계와 성장을 추구합니다. 사람은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성취를 확인하고 존재감을 느끼며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구성원은 지속적인 성장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열정을 발현하며 몰입합니다.
셋째, 정신적 욕망은 자기실현과 자기초월을 지향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그 일을 통해 더 큰 가치나 목적에 기여하고 싶어 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구성원은 개인의 성과를 넘어 조직과 사회의 목표를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헌신합니다.
경영은 이러한 욕망들이 건강한 방향으로 발현되도록 조직 환경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일입니다.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동력은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욕망을 동기로 전환하는 메커니즘
조직 내부에서 욕망을 다루는 핵심은 그것이 ‘동기’로 전환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욕망이 단순한 열망에 머물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동기’라는 구체적 형태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기는 내면의 욕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내재적입니다. 즉 동기는 외부에서 주입되거나 ‘부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적절한 환경과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내면에서 ‘촉발’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기는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발현될까요? 인간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할 때 지속적인 몰입을 경험합니다. 또한 적절한 난이도의 도전이 주어질 때 ‘재미’를 느끼며 가장 높은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이 조직과 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을 때 더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경영자의 역할은 바로 이 세 가지 심리적 기제를 활용해 구성원의 욕망이 자발적 동기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구성원은 자신의 일에서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경험하며, 의미를 인식할 때 비로소 스스로 마음을 움직여 행동에 나섭니다.
개인 욕망을 조직 목표에 정렬하라
개인의 욕망이 동기로 전환되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개별적 동기들을 조직의 목표에 정렬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동기가 한 방향으로 모일 때 그 에너지는 서로 연결되어 집단 시너지로 확장됩니다. 그 결과 조직의 성과는 단순한 개인 성과의 합계를 넘어 더 큰 부가가치로 발전합니다. 이는 마치 수많은 작은 물줄기들이 한 방향으로 흘러 합쳐질 때 도도한 강물이 되어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습니다.
욕망이 하나로 모여 더 큰 목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욕망이 ‘이기적 욕망⟶사회적 욕망⟶정신적 욕망’으로 성장하는 다층적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중심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 욕망은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집단적 성취를 추구하는 사회적 욕망으로 확장되고, 나아가 자기를 초월해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지향하는 정신적 욕망으로 진화합니다.
이렇게 욕망이 성장할수록 개인의 만족을 넘어 타인과 공동체, 나아가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동기가 강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개별적 욕망들이 경쟁을 넘어 협력과 상생을 통해 더 큰 집단적 목적을 향해 모일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경영은 이러한 욕망의 성장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구성원의 동기를 조직의 목표에 정렬시켜 집단 시너지로 엮어내는 기술입니다. 구성원의 욕망이 조직의 성과로 전환될 때 개인의 성장은 조직의 발전으로, 조직의 발전은 사회의 번영으로 이어집니다. 사람의 욕망이 성장하는 방향을 이해할 때, 경영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