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른일곱 번째 사람경영레터입니다.
구글은 한때 ‘최대한 똑똑한 사람을 최대한 많이 뽑는 것’을 채용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좋은 학교, 뛰어난 시험 점수는 좋은 인재를 가려내는 확실한 기준처럼였습니다.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면접에서 SAT 점수를 물을 정도로 객관적 지표를 중시했고, 아이비리그 졸업생을 확보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학벌과 성적이 곧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구글이 자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채용 당시 학벌, 학점, 시험 성적이 입사 후 성과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겁니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고, 높은 학점을 받았다고 복잡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구글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채용 평가 항목에서 학벌과 성적의 비중을 크게 낮췄습니다. 대신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문제 해결력, 리더십 등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 의존하고 있는 스펙 중심 채용의 한계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채용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지원자가 입사 후 성과를 만들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펙이라 부르는 학벌, 자격증 같은 과거의 이력으로는 이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스펙을 채용의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수많은 지원자를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으로 선별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기업이 스펙만으로 좋은 인재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펙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도입했지요.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AI 대필과 첨삭으로, 면접은 평가자의 주관으로 그 변별력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결국 스펙 중심 채용의 한계를 알면서도,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해 다시 익숙한 기준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하지만 채용의 목적은 좋은 이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낼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는 다양하고, 시장은 빠르게 변하며, 조직 안에서는 여러 사람의 판단과 협업이 맞물리지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끝까지 해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학교, 좋은 학점, 풍부한 지식, 기술의 숙련도만으로 성과를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 지식과 기술도 중요합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성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들은 성과의 재료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재료와 도구를 실제 업무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역량’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