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회의실 벽에는 여전히 수많은 지표가 걸려 있습니다. 매출, 이익, 달성률, 성장률 등등. 숫자는 성과를 증명하는 가장 명확한 언어이고,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종종 잊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성과 그래프가 우상향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조직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적이 개선되고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구성원의 동기가 약화되고 협력이 무너진다면 그 성과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내면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그 내면은 마치 블랙박스처럼 보이지 않죠. 측정하거나 정량화할 수 없고,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고 관리할 수 있는 숫자에 기대어 왔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바꾸려면 원인을 다루어야 합니다. 성과의 원인은 ‘사람’입니다. 스스로 동기를 촉발해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조직은 자연스레 성과를 창출하며 성장합니다.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숫자 중심의 성과관리’가 지닌 한계를 살펴보고, ‘사람 중심의 성과경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기존 성과관리의 한계
기업들은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MBO(목표관리), KPI(핵심성과지표), BSC(균형성과평가) 등의 다양한 관리제도를 도입해 왔습니다. 이들의 형식은 각기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전제가 있습니다. “성과는 관리하면 높아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목표는 세밀하게 쪼개지고, 결과는 수치로 표현되며, 평가와 보상은 그 수치를 근거로 설계됩니다.
이런 숫자 중심의 성과관리 체계는 얼핏 합리적이고 공정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오해와 불신이 깔려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일하는 자율적인 존재임을 믿지 못하는 것이죠.
성과관리 제도들의 한계는 바로 이렇게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더글러스 맥그리거는 이를 ‘X 이론’과 ‘Y 이론’으로 설명했습니다. X 이론은 사람을 외적 보상이나 처벌이 있어야 움직이는 타율적인 존재로, Y 이론은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며 성장하려는 자율적인 존재로 봅니다.
기존의 성과관리 제도는 대부분 X 이론적 관점을 따릅니다. 그래서 통제와 규율을 통해 사람을 움직이려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감시보다 신뢰에, 통제보다 자율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통제받을 때는 최소한의 일만 하지만, 신뢰받을 때는 스스로 책임지고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성과관리에서 성과경영으로
성과는 시스템이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사람을 통제의 대상이 아닌 성과의 주체로 바라봐야 합니다. 숫자 중심 ‘성과관리’에서 사람 중심 ‘성과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경영 아티클 <성과관리에서 성과경영으로> 읽어보기)
성과경영의 핵심은 더 많은 규칙이나 정교한 제도를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 바로 그것이 성과경영의 목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은 통제와 감시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느끼고, 신뢰 속에서 자율성을 부여받을 때 비로소 스스로 몰입하고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성과경영은 ‘사람이 성과를 내는 방식’을 경영하는 일입니다. 즉 사람이 일하는 방식과 동기 구조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와 자율이 작동하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죠. 사람이 신뢰받고, 자신의 일에 의미를 느끼며, 동료와의 협력을 통해 성장한다고 체감할 때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이러한 성과경영을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의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어서 한 가지씩 살펴보겠습니다.
외재적 보상 중심에서 내재적 동기 중심으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존의 성과관리 제도는 대부분 X 이론적 인간관을 전제로 합니다. 사람은 스스로 일하지 않으며, 외적 자극이 있어야 움직인다고 보는 관점이죠. 이 전제 아래 많은 기업이 성과급, 인센티브, 승진, 포상 등 외재적 보상 시스템을 강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외재적 보상은 행동을 유발할 수는 있어도 유지시키지는 못합니다. 보상이 반복되면 만족의 기준이 점점 높아져 더 큰 보상을 요구하게 되고, 보상이 중단되면 행동도 함께 멈춥니다. 결국 구성원은 일의 본질이 아니라 보상 그 자체를 목표로 삼게 되죠. 외재적 보상은 사람을 잠시 움직이게 할 순 있지만,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고 어떤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내재적 동기에서 비롯됩니다. 이 내재적 동기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스스로 의미를 발견할 때, 즉 일을 통해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에서 어떤 존재로 기여하고 있는지 느낄 때 비로소 생겨납니다.
성과를 높이는 핵심은 보상의 크기에 있지 않습니다. 구성원이 스스로 동기를 일으키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평가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기존의 성과관리는 ‘평가’를 중심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성과를 수치로 측정하고, 등급으로 구분하며, 그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겉보기에는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입니다. 누구의 성과가 높은지 명확히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를 높이기 위한 체계가 아니라 사람을 서열화하고 통제하는 구조로 변질되었습니다. 점수와 등급은 비교의 기준이 되었고, 비교는 곧 보상과 승진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평가는 ‘성과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을 놓친 채 경쟁과 서열화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성과는 구성원이 성장한 결과로 만들어집니다. 즉 사람의 성장 수준이 성과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평가는 사람에게 점수를 매겨 줄 세우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성장을 촉진하고 학습을 지원하는 피드백의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평가가 통제의 도구에서 성장을 위한 대화로 바뀔 때, 구성원은 점수를 방어하는 대신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조직은 결과를 관리하는 대신 사람을 키우게 됩니다. 진정한 성과경영은 등급을 매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입니다.
개인 경쟁 중심에서 집단 시너지 중심으로
전통적인 성과관리는 개인 간 경쟁을 중심에 두는 구조입니다. 성과급은 개인별로 지급되고, 평가 등급은 상대적으로 매겨집니다. 이런 방식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누가 더 잘했는가’를 가리는 데 초점을 둡니다.
개인 경쟁 중심의 구조가 지닌 문제는 구성원들이 서로를 협력의 대상이 아닌 비교와 견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정보는 공유되지 않고, 아이디어는 닫히며, 협력은 약화됩니다. 결국 조직은 개인의 성취가 모여도 전체 성과가 커지지 않는 시너지의 한계에 빠집니다.
반면 집단 시너지에 초점을 맞추는 성과경영은 성과를 낸 사람을 선별하는 대신 사람이 성과를 내는 방식과 환경을 설계합니다. 개인의 역량이 서로 연결되어 더 큰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관계를 설계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듭니다.
조직의 성과는 단순한 개인 성취의 합이 아닙니다. 팀의 성과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구성원 간 상호작용의 질입니다. 즉 똑똑한 개인이 아니라 똑똑하게 협력하는 집단이 성과를 만듭니다. 따라서 성과경영은 개인 경쟁이 아닌 협력과 시너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숫자가 아닌 사람을 키워라
성과는 숫자로 측정됩니다. 그러나 그 숫자를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숫자는 결과이고, 사람은 원인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결과만 관리하고 원인은 방치해 왔습니다.
이제 경영의 초점을 바꿔야 합니다. 더 많은 지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성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해야 합니다. 외재적 보상이 아닌 내재적 동기를, 평가가 아닌 성장을, 개인 경쟁이 아닌 집단 시너지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사람 중심 성과경영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방식입니다. 사람은 의미를 느낄 때 움직이고, 신뢰를 받을 때 책임지며, 자율이 주어질 때 창의성을 발휘합니다.
숫자는 관리로 통제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경영으로만 움직입니다. 사람이 성장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성과경영은 숫자가 아닌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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