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영자들이 “교육을 통해 정말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과연 성과로 이어졌는지 확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좋은 인재는 특별한 교육 없이도 성실히 일해서 높은 성과를 내더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떤 교육으로도 원하는 모습으로 잘 바뀌지 않더라” 하는 경험을 들어 교육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교육 프로그램이 원하는 인재로 바꾸는 데 효과가 있는가?”가 아니라 “인재 육성이 올바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기업 교육은 조직이 정한 인재상에 맞추어 사람을 ‘바꾸는 것’에 치중해 왔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모든 존재가 그러하듯 사람은 본성의 결대로 성장할 때 내면의 가능성을 활짝 꽃피울 수 있습니다. 인재 육성의 목적은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데에 두어야 합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왜 ‘사람을 바꾸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의 결대로 성장하도록 돕는 육성’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성장이 궁극적으로 ‘친사회적 태도’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사람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구성원의 육성과 성장을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질문입니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이미 정해져 ‘태어나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경험과 학습을 통하여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존재일까요? 만약 모든 것이 타고나는 것이라면 교육과 훈련은 무의미해지고, 사람을 키우고자 하는 경영자의 노력도 헛수고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하고 만들어지는 존재라면, 경영자는 학습과 성장을 촉진하는 환경을 설계함으로써 인재를 길러내고 조직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인지심리학과 발달심리학은 인간 발달을 유전과 환경, 본성과 양육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합니다. 유전자는 잠재력의 설계도일 뿐이며, 그 설계도를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환경적 자극과 경험입니다. 결국 인간은 태어나면서 동시에 만들어지는 존재이며, 누구나 내면의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영자에게 주어진 소명은 명확합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조직이라는 토양 속에서 온전히 꽃피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그 가능성이 올바른 방향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성장의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결국 인재 육성을 고민하는 경영자가 가장 먼저 던져야 할 근본적인 물음은 이것입니다.
“성장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방향을 가져야 하는가?”
성장의 본질
성장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키가 자라는 것, 직장에서 승진하는 것, 재산이 늘고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 인격이 성숙하는 것 모두가 성장의 한 모습입니다. 요컨대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으로 ‘더 나은 상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을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성장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기적 가치를 우선시합니다. 그러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생존에 한계가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더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과 협력해야 합니다. 인류가 오랜 세월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관계 속에서 협동하며 집단의 힘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사람의 성장은 개인적 능력이나 영향력을 키우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책임과 역할을 넓혀가는 ‘사회적 성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익까지 바라보는 친사회성(prosociality)을 기르게 됩니다.
사회적 성장은 곧 이 친사회성이 강화되는 과정이며, 이는 개인의 성장을 넘어 조직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됩니다.
친사회성과 조직 시너지
조직에서 구성원의 친사회성 강화가 중요한 이유는 ‘집단 시너지’ 때문입니다. 조직은 집단 시너지를 통해 개인이 혼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혁신적인 목표를 실현하고, 복잡한 사회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집단 시너지는 구성원들이 서로를 기꺼이 돕고, 지식과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하며, 공동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협력의 문화를 토대로 창출됩니다. 협력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역량이 조직 전체의 능력으로 축적되고 발전하면서 집단 시너지가 창출되고 조직력이 강화됩니다. 친사회성은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구성원들의 친사회성이 부족할 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공동의 목표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고, 협력 대신 경쟁에 몰두하며, 성과를 독점하려 하고, 중요한 정보는 움켜쥔 채 나누지 않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불신이 쌓이고 갈등이 깊어져 협력과 시너지가 사라집니다.
이처럼 친사회성 부족은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성과와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친사회성이 강화되면 개인은 성장하고 조직은 지속가능한 성과와 발전의 토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친사회적 태도의 육성
조직에서 구성원의 친사회성을 강화하려면 근본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의 양과 질을 함께 개선하는 육성 전략이 필요합니다.그 대상이 사람이든 조직이든 일이든 간에 상호작용은 ‘태도’로 드러납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양과 질이 개선되면 친사회적 태도가 더 자주 선택되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친사회성이 강화됩니다.
양의 증대는 상호작용의 빈도와 범위를 넓혀 구성원들이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친사회적 태도를 선택하고 실천할 기회가 확대되지요.
질적 향상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구성원들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서 방어 대신 협력을 선택하게 되고, 개인의 이익 추구보다 집단적 성취를 우선하는 호혜적 관계를 지향하게 됩니다. 여기에 공감과 존중이 더해져 긍정적 경험이 반복될수록 친사회적 태도가 점차 내재화되어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오늘날 AI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를 대신하면서 인간에게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잘해낼 수 있는 친사회적 태도가 더욱 요구되고 있습니다. 친사회적 태도는 복잡한 문제 해결, 창의적 협업, 감정적 교류가 필요한 영역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지식과 기술은 언제든 모방될 수 있지만, 습관으로 내재화된 친사회적 태도는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경쟁력입니다. 이것이 인재를 육성하려는 경영자가 친사회적 태도에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입니다.
친사회적 태도가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협력적 상호작용은 더 이상 우연한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행동 방식이 됩니다. 이는 갈등 상황에서 신뢰를 지켜내고, 협업 과정에서 집단 시너지를 창출하며,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도록 합니다.
인재 육성의 목적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 속에 이미 존재하는 가능성이 친사회적인 방향으로 꽃피우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며 함께 커가는 힘을 얻게 되고, 그 힘이야말로 조직을 오래도록 지탱하고 성장시키는 가장 든든한 뿌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