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평가하는 자리에서는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인상과 기억만으로 중요한 인사 결정을 내릴 수 없기에 우리는 평가 점수와 매출, 업무 이력과 프로젝트 기록, 면담 피드백까지 데이터를 확인하지요. AI는 이 자료를 빠르게 모으고 분석해 평가를 돕고, 새로운 업무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데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가 많아지면 그만큼 사람에 대한 판단도 정확해질까요.
두 영업 담당자의 연간 매출이 각각 10억 원과 7억 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매출만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기존 대형 고객을 관리했고, 다른 사람은 경쟁이 치열한 신규 시장을 개척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숫자가 정확하다는 것과 그 숫자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을 판단할 것인지부터 그 데이터가 놓친 맥락과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 이 데이터로 무엇을 판단하려 하는가
올해의 영업 실적을 평가하는 것과 내년에 영업팀장을 선임하는 데 필요한 근거는 다릅니다. 현재 역할에서의 우수한 성과 데이터가 다른 역할에서의 성공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 승진, 배치, 육성 등 결정의 목적에 맞게 데이터를 해석해야 합니다.
✔️ 그 데이터에 조직은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성과는 개인의 능력이 주어진 일과 환경 속에서 발휘된 결과입니다.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고객과 업무의 배정, 목표 수준, 권한과 자원 등 조직의 조건이 함께 작용하지요. 성과를 개인의 능력으로만 설명하기보다 그 결과에 개인의 능력과 조직의 조건이 각각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 데이터에 잡히지 않은 성과는 없는가
처리 건수나 소요 시간만으로는 오류를 발견하고 손실을 막은 일, 동료를 도와 팀의 성과를 높인 일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여를 놓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지표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놓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고 있는가
“이번 분기 목표에 미달했습니다”라는 말이 “영업 능력이 부족합니다”라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중요한 고객을 맡기기는 어렵겠습니다”라는 결정으로 비약하기도 하지요. 목표 미달은 사실이고, 능력 부족은 해석이며, 향후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은 예측입니다. 관찰에서 해석, 예측과 결정으로 넘어갈 때마다 구체적인 근거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 평가 결과가 어떤 기회로 이어지는가
평가 결과는 다음 업무와 고객, 교육과 지원의 기회를 결정하고, 그 기회는 다시 다음 성과에 영향을 줍니다.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은 경험을 쌓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조차 줄어들 수 있는 것이지요. HR은 기존 평가를 반복해서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을 검증할 새로운 경험도 설계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판단이 다음 경험을 만듭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과거의 데이터를 읽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해석과 판단이 그 사람의 다음 경험을 바꾸고, 그 경험이 다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냅니다.
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제공할수록 오히려 HR의 역할은 분명해집니다.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지, 어떤 맥락을 함께 살필 것인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기회를 줄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데이터는 사람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