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기업이 사내 AI 해커톤이나 아이디어 공모전을 엽니다. 경영진은 AI 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우수한 아이디어에는 상금과 사업화 기회를 약속합니다. 행사 기간에는 구성원들이 본래 업무를 잠시 내려놓고 밤늦게까지 아이디어를 다듬습니다. 며칠 만에 시제품이 만들어지고, 시상식에서는 “이제 혁신이 시작됐다”는 기대가 커집니다.
하지만 몇 달 뒤까지 이어지는 아이디어는 많지 않습니다. 수상팀은 본래 업무로 돌아가고, 사업화 책임자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검토와 승인이 늦어지는 동안 예산과 인력도 확보되지 않습니다. 행사장을 채웠던 열정은 식고, 어렵게 만든 시제품은 공유 폴더에 남습니다.
구성원에게 열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조직도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행동을 시작하게 만든 동기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시제품이 실제 성과에 이를 때까지 실행을 관리하는 과정도 부족했습니다.
동기는 어떤 가치를 얻기 위해 행동하려는 의지입니다. 이 동기가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상태를 열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정이 나타났다고 동기부여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조건과 시작한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조건은 다르며, 행동을 지속한다고 반드시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동기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세 단계가 필요합니다. 먼저 역할의 가치를 믿고 행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실행 과정에서는 자신의 진전을 확인하며 동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결과를 살피고, 기대와 다르다면 방법을 수정해야 합니다. 단계마다 리더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도 달라집니다.
첫째, 믿고 도전할 수 있게 하라
구성원들은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 세 가지를 판단합니다.
하나, 이 일을 맡긴 리더의 판단과 약속을 믿을 수 있는가. 둘, 이 역할이 내가 원하는 성취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셋, 나에게 이 일을 해낼 능력이 있는가.
이렇게 리더에 대한 신뢰, 역할의 가치에 대한 기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형성될 때 동기가 촉발되고 적극적인 행동이 시작됩니다.
리더는 조직의 목표만 분명하게 제시한다고 구성원들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됩니다. 구성원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통해 무엇을 얻고 배울 수 있는지도 알려주어야 합니다. 약속한 지원은 실제로 제공하고, 역할의 난도와 범위는 도전해볼 만한 수준으로 정해야 합니다. 실행에 필요한 권한과 자원도 함께 주어야 합니다.
둘째, 진전을 경험하게 하라
미래에 대한 기대만으로는 행동을 오래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실행을 시작하면 구성원의 관심은 다음 질문으로 옮겨갑니다.
“내가 지금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는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아마빌과 심리학자 스티븐 크레이머는 7개 기업 구성원 238명이 작성한 업무일지 약 1만2천 건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구성원의 동기와 감정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에서 확인한 ‘진전(progress)’이었습니다.
진전은 거창한 성공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하나 찾고, 고객의 반응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막혀 있던 업무를 다음 단계로 넘기는 일도 포함됩니다. 자신의 판단과 행동으로 결과가 달라졌음을 확인하면 “내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 성공경험이 다음 시도를 가능하게 합니다.
리더는 최종 목표를 확인 가능한 중간 결과로 나누어 구성원이 자신의 진전을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어떤 판단과 행동이 변화를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피드백하고, 의사결정 지연이나 자원 부족처럼 실행을 방해하는 문제도 제때 해결해야 합니다. 여러 번 시도해도 변화가 없다면 의욕을 탓하기 전에 목표와 권한, 피드백과 지원이 적절한지 살펴야 합니다.
셋째, 결과를 추적하며 방법을 조정하라
진전이 있다고 해서 최종 성과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객을 많이 만났어도 구매와 만족도는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AI 시제품을 완성했어도 실제 업무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업무 시간과 품질은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리더는 활동의 진전과 성과의 진전을 구분해야 합니다. 처음 기대한 결과와 실제 결과를 비교하고, 차이가 있다면 어떤 판단과 행동에서 비롯되었는지 찾아야 합니다. 원인에 맞게 전략과 실행 방법을 수정한 뒤, 결과가 개선되었는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처럼 기대와 실제의 차이를 추적하며 실행을 조정하는 과정이 ‘성과 추적’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보다 그 일이 무엇을 바꾸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회의 횟수와 고객 접촉 건수, 완료한 과제만으로는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활동이 매출과 고객 만족, 업무 시간과 품질처럼 목표한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과가 기대와 다르다면 구성원과 함께 그 원인을 찾고, 다음 실행에서 바꿀 판단과 행동을 정해야 합니다.
구성원은 리더와 조직 그리고 자신을 믿을 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열정으로 진전을 만들었다는 성공경험을 통해 계속 나아갑니다. 또 기대한 결과와 실제 결과의 차이를 추적하고 실행 방법을 수정하면서 비로소 성과에 도달합니다.
좋은 리더는 열정을 불러일으킨 뒤 결과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믿고 도전할 수 있게 하고, 진전을 경험하게 하며, 실제 결과에 따라 방법을 조정하도록 돕습니다.
열정은 성과의 시작입니다. 그 열정이 성과에 이를 때까지 실행의 전 과정을 이끄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