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볼〉에는 야구 선수를 발굴하는 스카우트 회의 장면이 나옵니다. 회의실에 모인 베테랑 스카우트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를 평가합니다. 체격이 좋은지, 스윙이 자연스러운지, 프로 선수다운 분위기나 큰 무대에서 통할 만한 인상을 풍기는지 같은 것들이죠. 이들의 대화 속에서는 객관적인 기록만큼이나 '좋아 보이는 느낌'이 중요한 판단 근거로 오갑니다.
하지만 단장 빌리 빈과 데이터 분석가 피터 브랜드는 "우리의 목표는 승리를 사는 것"이라며 이 견고한 관행에 균열을 냅니다. 이름값, 외형, 인상보다 승리로 이어지는 실제 기여도를 보자는 뜻입니다. 잘 다듬어진 체격이나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인상이 반드시 승리에 기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겉보기에는 눈에 띄지 않아도 실제 경기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내며 팀의 성과를 만드는 선수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채용에서 해야 할 본질적 질문 역시 같습니다. "이 지원자가 실제로 조직의 성과에 기여할 사람인가?"
최근에는 '컬처핏(Culture Fit)'을 중요한 기준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수시 채용과 경력직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입사 초기부터 빠르게 성과를 내고, 조직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게 된 것이죠. 조직의 핵심 가치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협업을 어렵게 만들고, 팀의 실행 속도를 늦추며, 구성원 간 신뢰에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컬처핏은 채용 리스크를 줄이는 데 필요한 기준입니다. 문제는 컬처핏이 채용의 핵심 기준인 '성과역량'을 대신할 때 생깁니다.
'컬처핏'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가 섞이기 쉽습니다. 하나는 조직에서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와 행동 기준의 적합성입니다. 다른 하나는 면접관이 느끼는 익숙함과 편안함입니다. 전자는 협업을 위해 필요하지만, 후자는 유사성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면접관은 자신과 말이 잘 통하고, 조직의 기존 구성원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지원자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인간이 지니는 인식의 한계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우리와 잘 맞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성과를 잘 낼 것 같다"는 판단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나 익숙함이 미래 성과의 증거가 될 순 없죠. 편안한 인상도 실제 업무 역량을 보장하지 않고요.
채용의 목적은 언제나 '조직의 성과를 만들 사람'을 찾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컬처핏은 그 사람이 보유한 미래 성과 가능성인 '역량'을 확인한 뒤 보완적으로 살펴야 할 기준입니다. 이 순서가 바뀌면 채용은 미래의 고성과자를 찾는 과정에서 벗어나 현재 조직의 평균에 가까운 사람을 반복해서 선발하는 방향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머니볼〉의 스카우트들이 좋은 선수처럼 보이는 이미지에 갇혀 실제 승리에 기여할 선수를 놓쳤듯이 말입니다.
채용은 본질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입니다. "우리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를 묻는 컬처핏도 겉으로는 입사 이후의 가능성을 묻는 기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판단 과정에서는 자주 과거의 경험으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함께 일하기 편했던 사람, 기존 조직에서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던 사람, 면접관이 익숙하게 느끼는 말투와 태도, 지금 구성원들과 비슷한 분위기가 긍정적인 신호처럼 읽히는 것이죠.
과거의 화려한 스펙도, 면접장에서의 유창한 말솜씨도 입사 후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컬처핏도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일할 가능성은 보여줄 수 있지만, 실제 성과를 만들어낼 역량까지 대신 증명해 주지는 못합니다.
좋은 채용은 지원자가 걸어온 길을 확인하되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컬처핏이 좋은 인재를 놓치게 만드는 순간은 입사 후 성과 가능성 대신 익숙해진 사람의 모습을 찾으려고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