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현장에서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따라 배우는 일은 흔하지요. ‘벤치마킹(Benchmarking)’ 말입니다. 채용부터 성과관리까지 경쟁사의 좋은 사례를 가져와 우리 조직에 적용해보는 겁니다. 이미 성과를 낸 방법이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요.
그러나 좋은 방법을 가져온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성과가 따라오는 건 또 아니지요.
구글의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은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구글은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달성률이 60~70퍼센트여도 좋은 성과로 봅니다. 목표를 100퍼센트 달성하는 데만 집중하면 처음부터 안전한 목표만 세우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각자의 목표를 공개해 서로의 우선순위와 진행 상황을 살피고, OKR 점수는 개인의 인사평가나 보상과 직접 연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을 도입한 조직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분기마다 OKR을 세우고 주간 점검도 시작했지만, 목표 달성률은 여전히 평가와 보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팀장의 OKR은 임원의 평가와 연결되고, 개인의 OKR도 사실상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처럼 관리되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구성원들은 OKR을 도전의 도구라기보다 또 하나의 성과평가표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점검하는 데 드는 시간은 늘었지만, 70퍼센트 달성은 여전히 실패로 여겨집니다. 결국 구성원들은 도전적인 목표 대신 반드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목표를 공개해 협력하기보다, 낮은 달성률이 평가에 남지 않도록 각자 방어할 수 있는 목표를 고르게 되고요. 제도는 OKR이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이전의 성과관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겁니다.
같은 OKR인데 왜 결과는 달랐을까요? 성공한 기업의 제도만 가져오고,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과 맥락은 살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벤치마킹의 가장 큰 함정은 눈에 보이는 제도만 보고, 그 뒤에 있는 성공의 본질적 이유를 놓치는 데 있습니다.
✔️ 보이는 제도와 작동하는 조직은 다르다
예쁜 꽃을 다른 나무에 옮겨 붙인다고 같은 열매가 맺히지는 않습니다. 꽃을 피우게 한 뿌리와 토양, 물과 햇빛까지 모든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지요.
조직도 그렇습니다. 성공한 기업의 회의 방식, 목표관리 제도, 평가 제도, 조직 구조는 쉽게 보입니다. 그래서 다른 조직도 그 형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왜 높은 목표를 기꺼이 세우는지, 목표가 충돌했을 때 어떻게 조정하는지,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무엇을 배우는지는 제도 설명서에 담기지 않습니다.
구글에서 70퍼센트의 목표 달성률을 좋은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데에는 그만한 전제가 있습니다. 목표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능력이나 기여를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경험이 쌓여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도 실패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세울 수 있지요. 목표를 공개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개가 서로의 도움을 얻는 통로가 되려면, 다른 팀의 목표와 진행 상황을 들여다보는 일이 감시나 평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대개 ‘현상’입니다. “회의가 짧아졌다, 의사결정이 빨라졌다,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낸다”는 식으로 특정한 순간에 눈앞에 드러나는 모습이지요.
이런 현상이 여러 상황에서 계속 나타나면 ‘경향’이 됩니다. 어떤 조직에서는 회의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팀이 필요한 판단을 한 뒤 곧바로 실행으로 옮깁니다. 반대로 어떤 조직에서는 중요한 결정이 늘 위로 올라가고, 구성원들이 새로운 의견보다 안전한 선택을 먼저 찾습니다. 경향은 이처럼 조직에서 반복되는 ‘일하는 방식’입니다.
그 경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조직의 ‘속성’입니다. 속성은 사람들이 여러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비교적 안정된 작동 특성입니다. 구성원이 의견을 내고자 하는 동기, 맡은 일에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대화하는 방식, 실패를 학습으로 다루는 문화가 여기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구성원이 의견을 냈을 때 동료와 리더가 그 이유를 충분히 듣고 검토한다면, 구성원은 다음 회의에서도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이견을 내고 함께 판단하는 속성이 형성되고, 그 속성은 여러 회의에서 활발한 토론과 빠른 실행이라는 경향으로 나타납니다. 반대로 의견을 냈을 때 번번이 묻히거나, 실수 뒤에 책임을 묻는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이견을 피하고 결정을 위로 올리는 경향이 만들어집니다.
속성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제도도 조직의 속성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OKR을 도입해도 도전과 학습의 속성이 형성된 조직에서는 높은 목표를 세우고 협력하며 방법을 찾습니다. 반면 낮은 달성률이 곧 불이익으로 이어진다고 학습한 조직에서는 안전한 목표를 세우고, OKR도 또 하나의 KPI가 됩니다.
속성은 타고난 성격처럼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이 매일 경험하는 조건 속에서 형성되고 달라집니다. 누가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하는지, 필요한 정보가 제때 공유되는지, 리더가 반대 의견과 실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구성원의 동기와 능력 발현, 상호작용과 문화에 영향을 줍니다.
조건이 달라지면 경험이 달라집니다. 경험이 쌓이면 조직의 속성이 형성되고, 그 속성이 반복되는 일하는 방식과 성과로 나타납니다.
✔️ 벤치마킹의 질문을 바꿔야 한다
속성경영은 눈앞의 현상만 고치려 하기보다, 그 현상을 반복시키는 조직의 속성을 살피고 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설계하는 경영입니다.
가령 구성원에게 권한을 위임했는데도 계속 리더에게 확인한다면, 자율성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구성원이 권한을 받았다는 사실과 그 권한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느끼는 일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지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구성원은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판단이 기대와 다른 결과로 이어졌을 때 리더가 곧바로 책임을 묻는다면, 다음에는 더더욱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고요. 권한을 위임했다는 선언보다, 구성원이 판단하고 실행한 뒤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작은 결정부터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의 범위를 정하고, 판단 기준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결과가 기대와 달라도 무엇을 배웠고 다음에는 어떻게 판단할지를 함께 검토해야 하지요. 이런 경험이 반복될 때 구성원은 이 조직에서 스스로 판단해도 된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변화는 한 번의 제도 도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조건을 바꾼 뒤에는 구성원의 반응을 살피고, 기대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면 더 분명하게 하고, 권한은 주었지만 필요한 정보가 부족했다면 정보가 흐르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이처럼 조건을 바꾸고, 반응을 관찰하고, 다시 조정하는 ‘되먹임(feedback)’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제도를 벤치마킹할 때도 질문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것인가”에 앞서 “이 제도가 우리 조직에서 작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바꾸고 싶은 현상은 무엇인지, 그 현상은 어떤 일하는 방식으로 반복되는지, 그 방식을 만드는 조직의 속성은 무엇인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조직에서 바꿀 수 있는 조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을 거치면 HR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좋은 제도를 찾아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벤치마킹은 빠르고 편리합니다. 하지만 다른 기업의 성공을 그대로 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마다 사람도, 역사도, 문화도, 리더십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조직에 핀 꽃을 가져오는 일이 아니라, 우리 조직에서 꽃이 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입니다. 속성경영은 제도를 도입하는 일이 아닙니다. 제도가 작동할 조건을 만들고, 그 조건이 어떤 경험과 행동을 낳는지 살피며, 필요할 때마다 다시 조정하는 일입니다.
현상과 경향을 어떻게 진단하고, 속성을 바꾸기 위해 어떤 조건을 설계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서 더 깊은 인사이트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