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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작용 | 나는 유전적으로 태어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진다

Written by 자인플랫폼_민의진 | Apr 16, 2024 2:27:11 AM

“어머, 너 정말 붕어빵이다!” 
엄마 품에 안겨 있거나 아빠 목말을 타고 있는 어린 아이를 보며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다. 붕어빵이란 건 ‘마치 찍어낸 것처럼’ 생김새가 똑 닮았다는 의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은 부모의 유전자로부터 얼굴 생김새를 비롯하여 머리카락 색깔이나 발가락 모양 등 여러 가지를 물려받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유전자와 상관없어 보이는 가치관, 태도, 신념 등과 같은 부분도 부모를 닮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입양 가정의 아이들을 보면 이 점을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점은 우리가 유전자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같은 양육자를 비롯한 성장 환경에 의해서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사실 ‘인간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라는 질문은 오랜 기간 이어온 논쟁거리이다. 몇몇 학자들은 인간의 거의 모든 특성이 이미 다 유전자에 정해져 있으며, 재능을 비롯한 유전적 요인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양육이나 노력을 비롯한 환경적 요인을 통해 대부분의 특성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선천적으로 타고 났다’는 표현이나 ‘노력을 통해 한계를 극복했다’ 등의 표현을 보더라도 유전 vs. 환경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발달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요인 중 하나가 더 중요하거나 우세할까? 두 가지가 정말 분리되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하나의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여러 질문이 생겨난다. 

 

 

 

 

유전인가 환경인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잘못된 질문 

  

사실 ‘유전인가, 환경인가?’라는 질문은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 우선 어떤 것은 유전적 요인 때문이고 어떤 것은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부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의 운동신경이 좋은 이유가 부모의 운동신경이 좋기 때문인지, 부모가 자연스럽게 운동을 즐기는 환경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처럼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은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상호작용하면서 한 사람의 성장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렇다면 두 가지는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할까? 유전자는 인간의 여러 특성이 나타날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특성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환경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연구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면, 유전심리학자 윌슨(Wilson)과 연구진은 쌍둥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해당 연구에서 음악적 재능 수준에는 좋은 음악 교육과 같은 후천적 요인보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유전자 차이가 더 크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유전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도 적절한 교육과 환경을 제공받으면 훨씬 뛰어난 음악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았다.

 

신장도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장은 유전적 요인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평균적으로 유전적 유사성이 높은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의 평균 신장은 약 15cm정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런 차이는 유전보다 영양 상태와 같은 환경의 변화가 크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유전과 환경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기여도가 높은지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두 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발달 과정에 관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유전자에 모든 특성이 담겨 있을까? 

 

이렇듯 두 가지 요인의 영향을 구분해서 생각하기란 사실상 어려우나 그럼에도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유전자에는 여러 특성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고, 환경을 통해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고 조율되는 것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유전과 환경을 매개하여 인간의 발달 과정을 관장하는 ‘뇌’를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 발달의 핵심인 뇌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 건축물과 같다. 뇌에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0조 개의 시냅스(synapse;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처럼 방대한 뇌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러한 뇌 구조를 가질 수 있게끔 우리의 유전자가 구조에 대응하는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일까?  

 

인지신경과학자 드엔(Dehaene)에 따르면, 유전자가 담고 있는 정보의 양은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비교할 때 불과 10만 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달리 말해, 뇌의 정보 처리 용량이 사진 3,000만 장 정도를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유전자의 정보 용량은 고작 사진 300장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뇌라는 건축물이 도면에 비해 10만 배 더 많은 세부 사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유전자의 정보만으로 뇌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유전자에는 뇌의 모든 기능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인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다. 오랜 진화 과정 동안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였다. 만일 유전자가 원시 시대 환경에 살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고 그 정보 그대로 뇌가 고정된 상태로 진화했다면, 현대까지 이루어진 환경 변화에 적응적으로 대처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는 일종의 기본 뼈대만 제시하고 이후 주어지는 환경에서 만나는 여러 자극을 통해 뇌가 환경에 맞게 적응적으로 잘 구축될 수 있도록 구조화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뇌가 인간의 발달 기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뇌는 ‘가소성(plasticity)’을 가지며, 이는 뇌와 신경세포가 새로운 경험에 반응하여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뇌는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에 반응하여 기존의 신경망을 재조정하고, 구조를 바꾸어 나간다. 즉, 뇌의 큰 구조는 유전자에 의해 대부분 유사하게 형성되지만, 뇌의 세부적인 구조와 신경망은 추후 환경에 맞게 조정됨으로써 최종적으로 뇌가 구축된다고 할 수 있다. 

 

뇌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신체 운영에 필요한 필수적인 기능은 유전적 발생 메커니즘에 따라 태내 환경에서 발달한다. 따라서, 생리적 기능과 단순한 근육 반응을 만들어내는 기능들은 태내에서 대부분 완성된 상태로 태어난다. 이에 반해, 다양한 감각 인식, 전략적 사고와 행동 등의 기능은 출생 후 발달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이렇듯 살아가면서 필요한 다양한 적응적 기능은 출생 후 학습되며, 생물학적 필요에 의해 진화된 발달 메커니즘에 따라 성장하고 성숙한다.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적응적 뇌가 만들어진다 

 

즉, 유전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없기 때문에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뇌의 세부적인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미리 사전에 모든 것을 정해놓는 것은 적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잘 적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5년 플로리다에서 발견된 데니얼은 7살이 될 때까지 부모의 방임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극도로 단절된 환경에서 자라났다. 구조된 이후, 데니얼은 신경학적인 문제의 징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후, 여러 교육과 치료를 통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일반 사람들처럼 상호작용을 하고 살아 가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데니얼의 사례는 유전자라는 지침을 통해 일종의 뇌의 구조 자체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나,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환경을 만나지 못함으로써 환경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적응적 기능을 담당하는 세부적인 뇌 구조가 발달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단절된 환경으로 인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신경 기전이 발달하지 못하여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과 집단 행동을 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유전에 기반하여 구조적으로 발달하고, 출생 후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능적으로 발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능을 학습하는 적응적 도구인 뇌를 만들어 낸다. 우리의 뇌는 사실상 뼈대만 있고 세부적인 구조는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하고 성숙하게 된다. 이렇듯 유전과 환경은 함께 작용함으로써 뇌를, 우리를 만들어낸다. 

 

 

 

  1. 1) Tan, Y. T., McPherson, G. E., Peretz, I., Berkovic, S. F., & Wilson, S. J. (2014). The genetic basis of music ability. Frontiers in psychology,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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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 Dehaene, S. (2021).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How we learn: The new science of education and the brain]. (엄성수 역). 서울: 로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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