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멀러리가 포드의 CEO로 부임했을 때, 회의에 올라오는 보고서는 대부분 초록색이었습니다. 사업이 순조롭다는 뜻이었지요. 하지만 회사는 막대한 적자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임원들이 문제를 공개하기 어려웠던 것은 평가나 경력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임원이 신차 출시 문제를 빨간색으로 보고했습니다. 멀러리는 오히려 박수를 치며 어떻게 도우면 되겠는지 물었습니다. 다른 임원들도 기술과 인력을 보탰고, 몇 주 뒤 차량 출하가 재개되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자 비로소 조직의 지식과 경험이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 능력을 성과로 바꾸는 연결
AI 시대를 맞아 개인의 업무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맥킨지의 2026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퍼센트가 AI가 자신의 생산성을 높였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효율이 높아졌다고 조직의 성과까지 자동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AI로 제안서 작성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어도 승인에 일주일이 걸린다면 고객에게 제안하는 시점은 빨라지지 않습니다. 관련 부서가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고집하면 실행은 더 늦어질 수 있고요.
조직의 성과는 개인의 능력에 연결의 과정이 더해질 때 만들어집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부서별 담당자가 각자의 의견을 내놓는 것과,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각자의 전문성으로 해결책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협력은 단순히 정보나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능력이 판단과 실행을 바꾸어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 성과를 만드는 협력의 조건
협력을 강화한다고 사람을 더 많이 회의에 참여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서는 곤란합니다. 먼저 공동의 목표와 함께 해결할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한다’는 목표만 있다면 마케팅은 출시일을, 개발은 안정성을, 영업은 고객 요구를 우선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언제까지 제공할 것인지 합의하고, 충돌이 생겼을 때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지도 정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능력이 제대로 쓰일 조건을 살펴야 합니다.
책임은 주어졌는데 결정권이 없거나, 다른 부서를 도우면 자신의 평가에 불리하다면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공동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평가는 개인 실적만 본다면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표를 우선하게 될 테지요.
포드에서 빨간색 보고가 가능했던 것도 문제를 드러내는 행동이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고 실제 해결로 이어지는 경험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성과를 내는 협력을 위해서는 업무 배분과 권한, 정보와 자원, 평가 기준과 같은 조건이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 성과를 키우는 관계의 질서
강한 조직은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참여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서로의 전문성이 필요한 순간에는 함께 판단하고, 방향이 정해지면 각자가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견을 들어야 할 사람과 최종 결정할 사람을 구분하고, 결정의 근거를 공유하면 불필요한 회의와 메시지를 줄이면서도 필요한 협력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큼 동료가 자신의 일에 몰입할 시간을 지켜주는 것도 협력의 일부입니다.
리더가 관리해야 할 것은 개인의 능력만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능력이 동료의 판단을 돕고, 그 판단이 다른 사람의 실행을 앞당기며, 그 결과가 고객의 가치로 이어지는 흐름을 설계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조직에는 함께 일하는 관계의 질서가 만들어집니다. 공동의 목표를 기준으로 정보를 나누고, 필요한 사람이 제때 결정하고, 서로의 기여가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것입니다.
유능한 사람을 모으는 것만으로 강한 조직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능력이 서로의 성과가 되도록 연결하고, 그 연결이 작동할 조건을 계속 조정하며 관계의 질서를 만드는 것. AI 시대에도 리더의 핵심 역할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