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변화에 강한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2026. 9. 7 · 자인연구소 · 읽는 시간 8분

2025년 2월,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기술, 광고, 커머스 사업을 통합할 최고제품책임자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여러 조직에 흩어져 있던 AI 개발 기능도 하나로 모으고, 새로운 AI 사업을 추진할 조직을 만들었지요. 빠르게 변하는 AI 시장에 대응하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개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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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 뒤인 2026년 2월, 카카오는 AI 조직을 다시 개편했습니다. 기존 조직들을 ‘AI 스튜디오’로 통합하고, 그 아래에 여섯 개의 스튜디오를 두었습니다. 각 스튜디오는 프로젝트에 따라 언제든 생기거나 없어질 수 있고, 책임자는 창업자에 준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습니다. 한 달 단위로 새로운 AI 기능을 내놓을 수 있도록 의사결정과 개발의 속도를 높인 것입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조직변화가 더 이상 한 번의 개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달라지면 조직도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과 기능을 다시 묶어야 합니다. 조직도만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과 맡은 역할, 협업 방식과 판단할 수 있는 범위까지 달라집니다.

 

이제 변화는 하나가 끝난 뒤 다음이 시작되는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AI 도입과 조직 개편, 업무 재설계와 인력 재배치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합니다. 각각의 변화에는 필요한 이유가 있더라도 여러 변화가 겹치면 구성원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과 업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리더가 물어야 할 것은 “어떻게 더 빨리 바꿀 것인가?”만이 아닙니다. 조직이 계속 방향을 바꾸는 상황에서도 구성원이 지치거나 멈추지 않고 움직이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물어야 합니다.

 

조직은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그 변화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건 아닙니다. 조직 개편과 제도 변화가 반복될수록 구성원은 새로운 변화를 반기기보다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게 됩니다. 새로운 업무 방식이 도입되어도 먼저 시도하기보다 지시를 기다리고, 새로운 도구가 주어져도 결국 익숙한 방법으로 돌아가곤 하지요.

 

얼핏 보면 변화에 대한 저항이나 주인의식의 부족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런지는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성원 개인의 의지를 문제 삼기 전에,
그들이 변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왜 우리는 변화에 저항하는가igor-omilaev-3Uxqv59gsEA-unsplash

사람은 모든 상황을 매번 처음부터 판단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벌어지는 일을 해석하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합니다. 매번 새로운 상황을 백지상태에서 마주하지 않는 것이지요.

 

물론 예측이 언제나 현실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그 차이를 확인하고 판단의 기준을 수정합니다. 같은 방식으로 여러 번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서 더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 과거 경험으로 만든 예측이 실제 상황과 어긋날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전에 잘하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주의와 판단이 필요하지요. 여기에 새로운 업무까지 더해지면 구성원은 변화 과정에서 쉽게 피로를 느낍니다.

 

과거의 조직 경험도 다음 변화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가 몇 달 만에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면 다음 제도 역시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스스로 판단해 실행했다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질책받았다면 리더의 승인을 기다리는 편이 안전하다고 배우고요. 새로운 업무가 생길 때마다 기존 업무가 그대로 남았다면 ‘변화’라는 말을 들을 때 또 일이 늘어날 것부터 걱정하게 됩니다.

 

이런 반응을 주인의식의 부족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변화 과정에서 쌓인 경험이 다음 변화에 대한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결과일 수 있으니까요.

 

네덜란드의 행정학자인 미힐 데 브리스(Michiel S. de Vries)와 마흐텔트 데 브리스(Machteld S. E. de Vries)는 《반복되는 조직 개편, 불확실성과 변화 피로 Repetitive reorganizations, uncertainty and change fatigue》라는 연구에서, 구성원이 이전에 겪은 조직 개편 관련 경험이 다음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습니다.

 

연구진은 2018년 한 은행에서 관리자가 아닌 구성원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들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평균 일곱 차례의 조직 개편을 경험했습니다. 연구진은 조직 개편을 얼마나 자주, 강도 높게 겪었는지 살펴보고, 그 경험이 불확실성과 업무 부담, 변화 피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조직 개편을 자주 겪고, 그때마다 자신의 업무가 크게 달라졌다고 느낄수록 변화 피로도 높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불확실성과 업무 부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자신의 직무와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기 어려운 데다 해야 할 일까지 늘어나거나 바뀌면서 피로가 쌓인 것이지요. 이렇게 쌓인 피로는 다음 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조직 개편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거나 변화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더라도 이러한 경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구성원도 마찬가지였고요. 다만 변화의 이유와 진행 상황이 충분히 공유됐다고 느낀 경우에는 반복된 조직 개편이 피로로 이어지는 정도가 조금 낮았습니다.

 

이는 소통과 참여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미 여러 차례의 조직 개편을 거치며 불확실성과 업무 부담이 누적됐다면,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쌓인 피로를 풀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때는 구성원을 설득하는 일과 함께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명히 알리고, 기존 업무를 조정해 실제 부담을 낮춰야 합니다.

 

구성원이 지금 보이는 저항에는 이전 변화에서 겪은 불확실성과 업무 부담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이번 변화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리더가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집니다. “왜 구성원은 변화에 저항하는가?”라고 묻기 전에 “우리 조직의 구성원은 그동안 변화를 어떤 경험으로 학습해왔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변화의 성공 조건

이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조직 개편의 횟수만큼이나 구성원이 그 변화를 어떤 조건에서 겪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변화에 강한 조직은 변화의 피로를 개인의 인내심이나 회복력에 맡기지 않습니다. 조직이 줄일 수 있는 불확실성과 업무 부담부터 줄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미 진행 중인 변화와 업무부터 살펴야 합니다. 각각 필요한 변화라 해도 한꺼번에 추진하면 구성원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커집니다. 무엇을 먼저 바꿀지 순서를 정하고, 우선순위가 낮아진 과제는 줄이거나 중단해야 합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기존 업무를 그대로 두면 구성원은 변화를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또 하나의 부담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변화의 이유와 방향도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왜 변화가 필요한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무엇은 그대로 유지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지요. 구성원이 맡아야 할 역할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범위도 명확하게 정해야 합니다. 변화의 목적과 우선순위가 자주 바뀌거나 판단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구성원은 무엇을 믿고 행동해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성공 조건은 충분한 설명과 소통에만 있지 않습니다. 변화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일의 흐름과 권한, 책임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새로운 도구를 도입한다면 누가 어떤 업무에 활용할지, 도구가 맡을 일과 사람이 판단할 일을 어떻게 나눌지 정해야 합니다. 결과는 누가 검증하고 책임질지, 시간과 자원이 절약된다면 어디에 다시 투입할지도 함께 결정해야 하고요. 도구만 새로 도입하고 기존의 업무 절차와 의사결정 구조를 그대로 두면 구성원의 부담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스크린샷 2026-09-07 093035AI 전환이 대표적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의 《2025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86퍼센트는 AI와 정보처리 기술이 2030년까지 사업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AI의 확산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하나 더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업무의 범위와 절차, 사람의 역할과 필요한 능력, 의사결정과 책임의 기준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리더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술이 어떤 업무를 바꿀지, 앞으로 어떤 능력이 중요해질지, 지금의 판단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리더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내용까지 확정된 것처럼 설명하면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방향을 번복하게 됩니다. 그러면 구성원은 무엇이 정해졌고 무엇을 실행하면서 찾아야 하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변화에 강한 조직은 두 가지 불확실성을 구분합니다. 변화의 목적과 우선순위, 역할과 권한처럼 조직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정합니다. 반면 새로운 기술의 활용 범위나 효과적인 업무 방식처럼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부분은 작은 실행을 통해 확인하게 합니다. 줄일 수 있는 불확실성은 줄이되, 남은 불확실성은 구성원이 직접 다룰 수 있는 과제로 바꾸는 것이지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야 하는 순간, 구성원은 적어도 세 가지를 판단합니다. 이번 변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과 조직에 가치가 있는지, 조직과 리더가 필요한 권한과 자원을 실제로 제공할지, 자신이 새로운 방법을 배우고 맡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를 살펴봅니다.

 

구성원이 변화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행에 필요한 지원을 기대할 수 있으며, 자신의 판단으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리더가 그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구성원이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업무 환경과 경험은 마련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정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정하고, 실행에 필요한 시간과 권한을 제공하며, 아직 알 수 없는 것은 작은 시도를 통해 확인하게 해야 합니다. 명확한 설명은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줄여주지만,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은 직접 실행하고 결과를 개선해본 경험에서 생깁니다.

 


 

변화를 학습하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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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리더가 모든 답을 먼저 알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습니다.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은 작은 단위로 시도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다음 방법을 결정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해법을 요구하기보다 실행과 피드백을 반복하면서 조직에 맞는 답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가령 고객 문의에 AI를 활용하려는 팀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상담 업무에 AI를 적용하면 어디에서 효과가 나고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문의 몇 가지를 정해 AI가 답변 초안을 작성하게 하고, 구성원이 내용을 검토한 뒤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답변 시간은 얼마나 줄었는지, 어떤 질문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오류가 잦은 질문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검토 기준을 보완하며, 효과가 확인된 업무는 적용 범위를 조금씩 넓힙니다. 처음에는 알 수 없었던 AI의 활용 범위와 사람의 역할이 실행을 거치면서 구체적으로 정리되는 것입니다.

 

이런 시도가 실제 학습으로 이어지려면 리더가 시도의 목적과 범위, 결과를 판단할 기준을 분명히 정해야 합니다. 구성원이 어디까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실행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도 제공해야 하지요.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의 대응도 중요합니다. 그 이유로 책임부터 물으면 구성원은 다음부터 실패를 피하기 위해 지시를 기다립니다. 무엇을 확인했고 예상과 달랐던 이유는 무엇인지, 다음 시도에서는 무엇을 바꿀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이 결과를 감추거나 시도를 멈추지 않고,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기대한 결과를 얻어야만 성공경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더라도 원인을 찾고 방법을 고쳐 더 나은 결과를 만들었다면, 그것 역시 자신의 판단과 실행으로 변화를 다뤄본 성공경험입니다. 성공경험은 자신의 행동으로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경험입니다.

 

그 과정에서 변화의 가치와 조직의 지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도 달라집니다. 작은 시도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 변화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약속한 권한과 자원을 제공하고 결과를 함께 검토했다면 리더와 조직을 믿을 근거가 생깁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방법을 수정해 결과를 개선했다면 새로운 역할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요.

 

이렇게 쌓인 경험은 구성원이 변화 앞에서 조직과 자신을 믿고 움직일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조직이 정한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약속한 지원을 실제로 제공한 경험, 구성원이 자신의 판단을 존중받으며 결과를 개선한 경험이 다음 변화에 대한 판단을 바꿉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 답은 모르지만 시도하면서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이렇게 달라진 판단은 다음 변화에서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구성원은 완성된 지침이 내려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가능한 방법을 시도하며 결과에 따라 다음 행동을 정합니다.

 

변화에 강한 조직은 변화의 이유와 방향을 분명히 하고, 새롭게 더해지는 업무 부담을 조정합니다.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는 구성원이 작은 단위로 시도하고 배우며 풀어가게 하고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조직에는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는 능력이 쌓입니다.

 

변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구성원이 변화 앞에서 멈출지, 스스로 방법을 찾아 움직일지는 조직에서 어떤 경험을 해왔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성원이 변화의 이유와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며 답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변화에 강한 조직을 만드는 리더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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