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산책 다시보기

나의 삶을 바꾼 과학이라는 도구

일시
2021년 1월 9일 13:30~15:30
장소
마이다스그룹 본사, 2층 컨퍼런스홀

연사 소개

  • thinking-walk-lee-jaebeom-v2

    이재범

    과학 커뮤니케이터, 유튜브 ‘1분과학' 운영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에서 공부하였습니다. 2016년 유튜브 채널 ‘1분과학'을 개설해 과학을 유머와 이야기로 풀어내는 콘텐츠를 만들어 왔으며, 현재 구독자 90만 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과학 채널로 키웠습니다. YTN 사이언스 '수상한 비디오 크레이지 S'와 팟캐스트 '매불쇼', '과장창' 등에 과학 게스트로 출연하였고, 과학 지식보다 과학적 태도를 전하는 데 관심을 두고 강연과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서로 『1분 과학』, 『1분 과학 2』 등이 있습니다.


“과학으로 ‘나’라는 존재를 살펴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나와 세상을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게 되는가?”

 

기분이 달라진 개인적 경험은 익숙한 현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됩니다. 돈과 국가처럼 인간이 부여한 의미와 자연의 작동을 구분해 보기 시작하면, 관심은 자신에게도 돌아옵니다. 인간 역시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일부라면, 무엇이 나를 나라고 느끼게 하는지 질문하게 됩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비교는 지적 능력과 의식의 차이를 묻게 합니다. 자아의 경계에 관한 경험담과 명상, 뇌 활동에 관한 설명은 의식과 자아의 관계를 살펴보는 실마리가 됩니다. 행동에 앞선 뇌 신호, 타인과의 비교, 테세우스의 배는 각각 주도성과 자기 설명, 동일성이라는 다른 측면에서 나를 다시 묻습니다.

 

자신을 검토하는 질문은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가면의 오목한 얼굴을 다르게 보는 사례는 익숙한 선입견이 무엇을 가리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과학으로 자신과 세계를 탐구하는 일은 의식하며 살아 있는 동안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너무 당연해서 놓쳤던 중요한 것을 발견하려는 관심과 맞닿습니다.

 


강연 목차


01 과학으로 익숙한 현실을 다시 보다
  • 기분을 바꾼 경험에서 시작된 과학적 관심
  •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과 자연의 일부인 인간
  • 원자와 별을 통해 나를 구성하는 물질을 묻다

02 지능과 의식, 자아는 어떻게 다른가
  •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의식에서 묻다
  • 최초 기억과 타자의 의식은 무엇을 알려 주는가
  • 자아의 경계와 명상·환각제 경험을 비교하다

03 생각하고 변하는 나는 확실한 존재인가
  • 행동에 앞선 뇌 신호와 의식적 결정을 구분하다
  • 타인과의 비교에서 나의 속성과 역할을 묻다
  • 테세우스의 배와 변하는 몸에서 동일성을 묻다

04 나를 내려놓으면 무엇이 보이는가
  • 당연한 관점과 선입견이 가리는 것을 묻다
  • 비일상 경험에서 죽음에 관한 추론으로 확장하다
  • 의식하는 동안 보고 듣고 전하고 싶은 것

 

 

1. 과학으로 익숙한 현실을 다시 보다

익숙한 현실에는 인간이 부여한 의미와 자연의 작동이 함께 있습니다. 과학으로 그 차이를 살펴보는 관심은 나를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항우울제 복용으로 기분이 달라졌던 경험은 과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사회적 이유 없이 행복을 느꼈다는 놀라움은, 감정과 자연의 작동을 연결해 보게 했습니다. 그때 느낀 ‘이것은 진짜구나’라는 감각에서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탐구가 시작됩니다. 이 관심을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글과 영상으로 과학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초록색 종이는 인간이 가치를 부여하면 돈이 됩니다. 우리는 그 종이 자체만이 아니라 부여한 의미에 반응하며 기뻐하거나 괴로워합니다. 여기서 ‘가상’은 단순히 가짜라는 뜻이 아닙니다. 인간이 부여한 의미는 실제 감정을 일으킵니다. 반면 항우울제를 복용했을 때는 특별히 기쁜 일이 없는데도 행복을 느꼈습니다.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파인먼의 말처럼 인간의 몸도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자핵을 농구공만 하게 키운다고 상상하면 전자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몸을 이루는 원자 내부에는 그만큼 큰 간격이 있다는 비유입니다. 나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도 별과 우주의 역사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질로 이루어진 인간에 대한 탐구는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를 살펴보는 데로 이어집니다.

 

인간이 부여한 의미는 실제 감정을 일으키지만, 그 의미와 사물의 물질적 성질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종이 자체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2. 지능과 의식, 자아는 어떻게 다른가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만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의식까지 알 수 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자아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경험담은 의식과 자아의 차이를 묻게 합니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보면 인간과 기계의 차이를 묻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게 된다면, 지능만으로 인간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기계가 ‘의식하고 있다’고 말하더라도 실제로 세상을 경험하는지 알 수 있는가는 또 다른 질문입니다. 여기에는 의식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하지 않다는 어려움도 남아 있습니다. 최초의 기억 이전에도 나에게 의식이 있었는지, 말하지 못하는 동물도 의식하는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의식하면서 동시에 ‘여기까지가 나’라고 경계를 짓습니다. 나의 물건과 차, 돈이라고 말하며 그 영역을 넓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자아의 경계가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요? LSD나 머시룸 관련 연구 참여자들은 몸과 바깥세상의 구분이 흐려지고 하나가 된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 경험은 익숙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다고도 합니다. 동굴에서 살던 사람이 현대의 맨해튼을 보고 돌아와, 자신이 아는 돌과 바위에 빗대어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자아 경험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의 활동 변화와 연결해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명상에서 자아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경험과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나’라는 경계가 흐려지는 것과 세상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같지 않습니다.

 

문제를 풀고 움직이는 능력과 세상을 경험하는 의식은 구분해 물어야 합니다. 자아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경험담도 의식이 사라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3. 생각하고 변하는 나는 확실한 존재인가

생각을 주도한다는 감각과 같은 나로 살아간다는 확신은 검토의 대상이 됩니다. 행동의 시작, 타인과의 비교, 몸의 변화는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리벳의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손목을 움직이려는 의도를 의식하기 전에 뇌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두 버튼 중 하나를 고르는 실험에서도, 의식적으로 결정하기 전의 뇌 반응으로 선택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내가 결심한 뒤 뇌가 움직인다’는 직관과는 다른 순서입니다. 이 결과를 자유의지가 없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서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그 유무를 확실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생각을 시작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관련 뇌 활동의 시작과 일치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나를 설명하는 말에도 다른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UFC 파이터는 혼자만으로 그 역할을 가질 수 없고, 맞설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격투가들은 서로 싸우지만 상대가 없으면 자신의 역할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독립된 나를 설명하려 해도 다른 존재와의 비교를 만나게 됩니다.

 

테세우스의 배는 시간 속에서 같은 존재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묻습니다. 낡은 판자를 모두 새것으로 바꾼 배와, 빼낸 판자를 모아 다시 만든 배 중 어느 것이 원래의 배일까요? 이 관점에서 ‘테세우스의 배’라는 정체성은 인간이 배에 부여한 의미에서 나옵니다. 몸이 변하는데도 같은 나라고 여기는 일 역시 동일성의 기준에 관한 문제입니다.

 

키가 크다는 말에는 비교할 타인이, 같은 배라는 말에는 이어지는 이름과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나를 설명하는 기준에도 관계와 해석이 함께 작용합니다.


4. 나를 내려놓으면 무엇이 보이는가

익숙한 자기 관점은 세상을 보는 방식에도 관여합니다. 나를 내려놓는다는 질문은 당연해서 놓치던 것을 발견하고, 의식하는 삶을 돌아보는 데 이어집니다.

나를 내려놓으면 무엇이 보일까요? 자신을 내려놓는 명상에서 익숙한 관점 밖의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가면의 오목한 뒷면도 볼록한 얼굴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늘 볼록한 얼굴을 보아 왔기 때문에 눈앞의 오목한 모양마저 익숙한 얼굴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선입견은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로 눈앞의 대상을 보는 방식에도 관여합니다.

 

꿈 이야기 속에서는 오랜 다툼과 재판 끝에 단두대에 끌려갔는데, 깨어 보니 선반이 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물리적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체감하는 시간은 유연할 수 있습니다. 자아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험에 대한 관심은 죽음으로도 이어집니다. 임종 때 자아와 관련된 뇌 활동이 달라지고 특별한 경험이 길게 느껴진다면 천국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는 임종 때의 경험에 관한 개인적 추론입니다.

 

우주의 일부인 우리가 세상을 의식하고 관찰하는 동안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들으며 살았으면 한다는 바람이 남습니다. 별이 아주 드물게 뜬다면 사람들은 황홀하게 바라보겠지만, 늘 하늘에 떠 있으니 TV를 본다는 이야기처럼 익숙함은 중요함을 가릴 수 있습니다. 평소 보이지 않던 중요한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은 과학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별이 늘 떠 있다는 익숙함은 별의 중요함을 잊게 할 수 있습니다. 평소 보이지 않던 중요한 것을 알아차리고 전하려는 관심이 과학을 탐구하는 일과 맞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