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리더가 한 말과 구성원이 들은 말은 왜 다를까?

2026. 10. 5 · 자인연구소 · 읽는 시간 8분

리더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번 결정은 여러분이 판단해서 진행해 주세요.” 리더는 구성원을 신뢰하며 판단을 맡긴다는 뜻으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구성원은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 책임이라는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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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는 믿음의 말이었지만, 구성원에게는 책임 전가의 말로 들린 것이지요. 분명 같은 말이었습니다. 회의에서도 이야기했고, 메일로도 정리했고요. 그런데 막상 실행에 들어가면 구성원마다 받아들인 의미가 다릅니다. 누군가는 “나를 믿어주는구나” 하며 마음을 놓고 전력을 다하는 반면, 누군가는 “내게 책임을 넘기는구나” 하며 경계합니다.

 

최근 경영 연구는 이런 차이가 단순히 표현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2025년 《국제 정보관리 저널》에 실린 연구는 AI의 추천이 사람의 성과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평가자가 성과를 살피면서 AI의 추천을 판단의 기준점으로 삼은 것입니다. 평가 대상에 관한 정보가 있어도, 함께 제시된 추천에 판단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리더의 행동 변화조차 구성원에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5년 《아카데미 오브 매니지먼트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구성원의 의견에 반응해 리더가 행동을 빠르게 바꿀 때, 그 변화의 진정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바꾸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행동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강했지요. 진정한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이 변화의 속도를 평가하는 데 영향을 준 것입니다.

 

구성원은 리더의 말과 행동을 자신이 겪은 일과 현재의 관계에 비추어 해석합니다.
그래서 같은 말과 행동도 구성원마다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리더의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라는 말조차도 구성원에게는 이미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습니다.

 


말은 같아도 의미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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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통을 흔히 말이나 글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소통의 과정에서는 언어만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상대의 말을 자신의 경험과 기억에 비추어 이해합니다.

 

나는 내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고, 상대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 말을 이해합니다. 같은 조직에서 같은 말을 듣더라도 각자가 지나온 경험과 관계의 기억이 다르다면, 그 말이 불러내는 의미도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든 예처럼,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말도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존중받고 실패를 통해 배울 기회를 얻었던 구성원에게는 신뢰와 권한 부여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집니다. 반면 과거에 실패의 책임을 혼자 감당했던 구성원에게는 리더가 위험과 책임을 자신에게 넘기는 말로 들립니다.

 

리더는 말의 표현과 의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까지 혼자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구성원은 자신의 감정과 기억, 가치와 현재의 상황을 통해 메시지를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구성원은 리더가 한 말을 자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며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받아들인 의미는 이후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요.

 


현재의 말에는 과거의 경험이 함께 들린다

리더는 무엇을 말했는지를 기준으로 소통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구성원은 말의 사전적 의미만 듣지 않습니다. 그 말이 자신의 역할과 권한, 업무와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함께 판단하지요.

 

예를 들어, 정해진 휴가 일수를 부여하는 대신 필요한 만큼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리더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당신을 믿습니다. 필요한 만큼 쉬세요.”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이를 자율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쉬어야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관리자 입장에서는 휴가 사용의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 근속연수에 따라 휴가 일수가 늘어났다면, 장기근속자는 자신이 누리던 혜택의 차이가 사라졌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회사는 자율을 제공했지만 구성원에게는 불확실성과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입니다.

 

구성원은 매번 리더의 말을 처음 듣는 것처럼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전의 경험을 근거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지요.

 

과거에 의견을 냈다가 불이익을 받은 사람은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요청을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약속이 자주 번복된 조직에서는 새로운 약속을 쉽게 믿기 어려울 것이고요. 성과가 좋을 때만 자율성을 허용했던 리더가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말하면, 구성원은 언제 다시 철회될지를 먼저 생각할 수 있습니다.

 

리더의 말만으로 오랜 관계에서 만들어진 기억과 그에 따른 예측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신뢰는 말의 설득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리더가 약속한 지원과 기준을 실제로 지키고, 예상과 다른 결과에도 책임 있게 대응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형성되지요. 구성원은 그렇게 쌓인 경험을 근거로 지금의 말을 믿을 만한지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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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국의 고사성어 ‘대우탄금(對牛彈琴)’을 떠올려보겠습니다.

 

한 악사가 소에게 거문고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풀을 뜯어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고사에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악사가 벌레 소리와 송아지 울음소리를 흉내 내자 소가 귀를 기울였다는 것입니다. 악사가 아름답다고 여긴 음악에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익숙하고 관련 있는 소리에는 반응한 것이지요.

 

다만 이 비유를 “아무리 설명해도 구성원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뜻으로만 사용해서는 곤란합니다. 상대의 이해력만 탓하면, 그 말이 왜 다르게 받아들여졌는지 살피기 어려워지니까요.

 

중요한 것은 같은 말을 듣고도 왜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리더가 아무리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도 구성원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 현재의 관계와 상황을 거쳐 그 말을 해석합니다. 그래서 리더가 한 말과 구성원이 들은 말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은 그대로 전달되었는데, 의미는 다르게 도착하는 것입니다.

 

말은 입을 떠나는 순간, 듣는 사람의 것이 됩니다. 그러니 리더의 말은 “왜 저 사람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까?”로 끝나서는 안 되겠지요. “내가 한 말이 저 사람에게는 어떤 경험과 기억으로 연결되어 들렸을까?”로 이어져야 합니다.

 


말보다 해석이 행동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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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조직의 새로운 정책과 변화를 전달할 때는 주로 조직 전체에 가져올 효과를 중심으로 설득합니다. 하지만 구성원은 정책의 목적을 듣는 동시에 그것이 자신의 일과 일상에서 무엇을 바꿔놓을지를 생각합니다.

 

가령 다른 조직과의 협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출근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업무상 필요가 있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이를 반기기는 어렵습니다. 자녀의 등원 시간과 겹치거나 이용하던 교통편을 바꿔야 하는 구성원도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기대하는 업무상의 이점과 구성원이 일상에서 겪는 부담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영향을 충분히 다루지 않은 채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만 반복한다면, 구성원은 자신의 상황과 부담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구성원이 조직의 목표를 이해하지 못해서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소통의 과정에서 구성원이 겪을 부담과 이를 줄일 방법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책과 변화를 설명할 때 조직에 무엇이 좋아지는지만 이야기해서는 부족합니다. 구성원과 함께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을 얻으며,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까지 살펴볼 때 비로소 정책의 목적과 개인의 현실이 연결됩니다.

 

구성원이 변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달라진 업무를 수행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변화를 신뢰의 철회나 일방적인 손실로 해석하면 자신의 손실을 줄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최소한으로 순응하거나 책임을 피하고, 변화보다 자신의 안전을 우선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최근 AI 관련 연구에서도 이런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2025년 《오픈 이노베이션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은 AI를 업무를 돕는 기회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자신의 역할이나 일자리를 위협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AI를 기회로 인식한 경우 AI를 배우려는 행동이 늘었고, 위협으로 인식한 경우에는 직무불안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AI 활용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낮은 경우, 자율형 AI를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AI 학습 행동과 직무불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로가 더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이처럼 구성원이 변화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감정이나 만족도뿐 아니라, 변화에 참여하려는 의지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려는 태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리더의 말이 그 의도대로 구성원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바로 해석입니다. 말이 행동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그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행동의 방향과 정도를 결정합니다.

 

리더는 자신의 말이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뜻을 이해했더라도 실행할 권한이나 시간, 자원이 부족하면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하고요.

 


신뢰는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소통에는 뜻을 전달하고, 상대가 받아들인 의미를 확인하고, 서로 다르게 이해한 내용은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말을 더 많이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구성원이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서로 다른 해석이 어디에서 생겼는지를 살펴야 하지요.

 

이때 구성원의 질문과 이견은 매우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 안에는 리더가 미처 보지 못한 현장의 경험과 실행상의 위험이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했습니까?”라고 묻기보다 “이 결정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까?”라고 묻는 편이 더 유용한 것이지요.

 

찬반만 확인하면 그 판단의 이유를 놓칠 수 있습니다.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걱정하는지 함께 물어야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람경영에서 소통은 리더의 생각을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기술에 머물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경험과 정보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조정하면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판단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요.

 

이를 위해 다음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이 결정이 구성원의 역할과 권한, 시간과 보상, 성장과 고용 안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펴야 합니다. 조직이 얻는 가치뿐 아니라 구성원이 감수해야 할 손실도 함께 봐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과거의 약속과 현재의 결정이 충돌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전에 자율성을 약속했다면 왜 지금 그 범위를 조정하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셋째, 결론만 전달하기보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다른 대안은 왜 선택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하는 것이지요. 예상되는 불편과 손실, 이를 줄이기 위한 보완책도 함께 제시해야 하고요.

 

넷째, “이해했는가?”보다 “어떻게 이해했는가?”로 물어야 합니다. 무엇이 기대되고 무엇이 우려되는지, 이 결정이 어떤 신호로 받아들여졌는지를 확인해야 해석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소통의 과정에서 질문과 이견을 저항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손실과 실행상의 장애를 발견하고, 필요하다면 정책과 적용 방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과 조정은 실제 실행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약속한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고, 이견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으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면 인정하고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설명 한 번으로 충분한 신뢰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구성원은 이후의 약속도 믿을 만하다고 판단할 근거를 갖게 됩니다.

 

리더가 무엇을 말했는지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구성원의 행동을 움직이는 것은 말 자체보다 그 말이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리더는 소통의 시간과 양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전하려 한 의미와 구성원이 받아들인 의미는 어디에서 달라졌는지, 그 차이를 만든 관계의 경험은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봐야 하지요.

 

그러려면 먼저 구성원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물어야 합니다. 과거의 약속과 현재의 결정이 충돌하는지도 살펴야 하고요. 무엇을 이해했는지만 묻기보다,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설득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일관된 실행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야 하고요.

 

좋은 소통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서로의 해석 차이를 확인하고, 조정하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경험을 함께 쌓아가야 합니다.

 

소통은 말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해석을 맞춰가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경험입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이 신뢰가 되고, 서로 다른 우리가 동상동몽(同床同夢)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말은 행동을 이끄는 힘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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