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보상과 처벌은 왜 기대를 배신할까?

2026. 10. 26 · 자인연구소 · 읽는 시간 8분

미국의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고객 한 명에게 여러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교차판매를 성장전략으로 삼았습니다. 구성원에게 높은 판매 목표를 부여하고, 달성 여부를 평가와 보상에 반영했습니다. 실적이 부진하면 질책을 받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는 압박도 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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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은 구성원들이 고객의 필요를 더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적합한 상품을 제안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나타난 행동은 달랐습니다. 목표 미달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일부 구성원은 고객의 동의 없이 예금계좌와 신용카드 계정을 개설했습니다.

 

이 사건은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보상이나 처벌이 때로는 구성원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습니다.

 

처음에는 일부 구성원의 일탈로 설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웰스파고 이사회는 자체 조사 결과, 과도한 판매 목표와 강압적인 실적 관리, 판매 중심의 보상체계, 문제를 제때 바로잡지 못한 조직문화와 관리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성원들이 판매 목표를 달성하려는 동기는 충분히 강했습니다. 그러나 목표를 채우지 못했을 때의 불이익을 우려한 나머지, 일부는 고객의 필요를 파악하기보다 판매 건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경영진은 판매 목표를 늘리고 실적을 강조하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목표와 평가, 보상과 실적 압박이 맞물리면서 일부 구성원은 고객가치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실적을 높였습니다. 조직이 의도한 성과와 구성원이 실제로 추구한 성과 사이에 차이가 생긴 것이지요.

 

성과를 높이기 위해 보상과 처벌을 강화할 때,
구성원은 정말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일까요?

 


보상은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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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보상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그 가치를 따지고,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지도 판단합니다.

 

같은 성과급도 구성원마다 다르게 작용합니다.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고 필요한 자원도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높고 실패에 따른 불이익이 크다면 도전을 포기하거나 성과를 얻기 위한 편법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웰스파고 사례처럼 말이지요.

 

빅터 브룸의 ‘기대이론’은 이러한 과정을 설명합니다. 사람은 노력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지(기대감), 성과를 내면 원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수단성), 그 보상이 자신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유효성)를 판단합니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높을수록 동기도 강해집니다.

 

이러한 판단은 조직이 정해 놓은 보상 기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구성원은 자신의 역량과 목표의 난도, 주어진 자원과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를 낼 가능성을 가늠하기 때문입니다.

 

노력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낮아지고, 성과를 내고도 약속을 보장받지 못했다면 성과와 보상의 연결을 신뢰하기 어려워집니다. 보상이 확실하더라도 자신에게 별다른 가치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이유가 적겠지요. 반면에 노력으로 성과를 개선하고, 그 성과가 자신에게 가치 있는 보상으로 이어지는 경험이 쌓이면 목표를 향한 행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동기가 강하다고 해서 조직이 원하는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구성원은 자신이 얻으려는 가치와 예상되는 결과를 고려해 행동을 선택합니다. 따라서 동기를 얼마나 강하게 유발할 것인지와 함께 어떤 행동에 동기를 갖도록 할 것인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판매량에 따라 큰 보상을 제공하면 직원은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합니다. 조직은 이를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더 잘 제안하기를 기대하고요. 하지만 지나친 실적 압박이 고객에게 불필요한 상품까지 권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보상체계를 설계할 때는 보상의 크기와 함께 구성원이 어떤 성과를 추구하고, 그 성과를 위해 어떤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평가 지표를 늘리면 성과가 좋아질까

조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만듭니다. 개인 성과에 팀 성과를 더하고, 단기 실적에 장기 지표를 추가하며, 정량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성평가도 결합하지요.

 

그러나 평가 지표가 많아진다고 구성원이 조직의 목적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성과가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요하네스 아벨러 등의 연구에서는 인센티브 체계가 복잡해지면 구성원이 일부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예상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롭게도 해당 실험에서는 참여자들이 합리적인 계산에 따른 수준보다 더 많이 노력해 효율성이 높아졌습니다. 보상체계의 복잡성이 반드시 성과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구성원이 제도 설계자의 예상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측정하는 지표와 조직이 실제로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고객 만족을 높이려는 조직에서 판매량에 가장 큰 보상을 주면 구성원은 고객의 필요보다 판매 실적을 우선할 수 있습니다. 협력을 강조하면서 개인 실적만 인정하면 지식과 성과를 공유하기보다 개인의 기여를 드러내는 데 힘을 쏟을 수 있고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벵트 홀름스트룀과 폴 밀그럼의 다중과업 연구도 이 문제를 설명합니다. 구성원이 여러 업무를 수행할 때 측정하기 쉬운 성과에 강한 보상을 제공하면, 상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업무에 투입하는 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판매량만 강조하면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거나 적합한 상품을 제안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 소홀해질 수 있는 이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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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파고의 내부 감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당시 감사에서는 판매 중심의 성과급 제도에 고객서비스와 판매품질 관련 항목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 평가는 주로 제도 문서를 검토한 결과였습니다. 현장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는 등 평가체계가 실제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제도에는 고객서비스와 판매 품질을 고려하는 기준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판매 실적을 높이라는 압박이 훨씬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구성원은 조직이 무엇을 측정하고 인정하는지를 통해 실제 우선순위를 파악합니다. 경영진이 협력과 고객가치를 강조하더라도 평가와 보상이 개인 실적에 집중된다면, 구성원은 선언보다 보상 기준에 맞춰 행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평가 기준을 설계할 때 핵심은 지표의 수가 아니라 측정의 정확성, 조직 목표와의 정합성, 그리고 지표가 유도하는 행동입니다.

 


행동을 바꾸는 것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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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목표를 받으면 그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찾습니다. 이때 어떤 방법이 가장 유리한지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조직이 제공하는 기회와 자원, 리더의 반응, 실패에 따르는 손실, 편법을 사용했을 때의 결과가 함께 작용합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과를 낼 수 있고 그 노력이 인정받는다면, 구성원은 역량을 높이고 더 나은 실행 방식을 찾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면에 목표는 높지만 권한과 자원이 부족하고, 실패하면 불이익을 받거나 편법으로도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선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벌 역시 무엇에 책임을 묻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문제를 조기에 보고한 구성원에게 책임부터 묻는다면, 다른 구성원들은 불이익을 피하려고 문제를 감추거나 보고를 늦출 수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판단해 도전했지만 실패한 사람을 불리하게 평가하면 어려운 과제를 피하게 될 수도 있고요. 처벌이 강화되면서 줄어드는 것이 문제 자체인지, 문제를 드러내는 행동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이런 행동은 구성원의 성향과 윤리의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사람도 어떤 행동이 인정받고, 어떤 행동이 불이익으로 돌아오는지에 따라 다른 전략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편법을 제도가 만든 결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책임과 윤리적 판단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경영진이 제도의 영향을 무시한 채 개인의 태도만 교정하려 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사람중심의 경영에서 경영자가 다뤄야 할 것은 구성원의 태도만이 아닙니다. 구성원의 욕망과 역량이 실제로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그 과정에서 조직의 목표와 평가, 권한과 자원, 리더의 반응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물론 정당한 노력과 책임 있는 행동은 인정하고, 규정 위반에는 일관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바람직한 방법으로 성과를 추구할 수 있도록 조건을 설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반복된 경험이 조직문화를 만든다

구성원은 한 번의 평가 결과보다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조직에서 성공하는 방식을 배웁니다.

 

고객에게 불필요한 상품을 권유해도 판매량이 높다는 이유로 인정받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직원도 판매 실적이 고객가치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솔직하게 보고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으면 침묵이 안전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요.

 

이러한 학습은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결과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으로 인정받고 불이익을 겪는지도 관찰합니다. 실제로 웰스파고 조사에서는 부적절한 판매 방법을 동료나 리더에게 배우고, 이를 다른 지점에 전파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특정한 행동이 반복되고 조직에서 용인되면 다른 구성원도 같은 방식을 따르기 쉬워집니다.

 

조직문화는 구성원에게 좋은 가치를 말한다고 형성되지 않습니다. 어떤 행동이 실제로 인정받고, 어떤 행동이 불이익을 피하고, 어떤 결과가 승진과 보상으로 연결되는지가 반복되면서 만들어지지요.

 

이 점에서 보상 체계는 현재의 성과를 배분하는 장치인 동시에 미래의 행동을 학습시키는 환경입니다. 보상과 처벌이 구성원의 동기뿐 아니라 동료와 고객을 대하는 방식,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 문제를 보고하는 습관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입니다.

 

경영진이 평가해야 할 것은 이번 분기의 실적만이 아닙니다. 그 실적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무엇을 배웠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성과가 높아졌지만 고객 불만과 내부 경쟁, 문제 은폐가 함께 늘었다면 그 성과가 지속 가능한지 다시 물어야 하고요.

 


성과가 만들어지는 관계를 설계하라

그렇다면 HR 리더와 경영진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보상 수준을 조정하는 일에 앞서, 구성원의 동기와 능력이 조직이 추구하는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 무엇을 성과로 인정할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고객가치, 협력, 장기적 성장처럼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체적인 행동과 결과로 정의해야 합니다. 고객의 문제 해결이 목표라면 판매량뿐 아니라 고객 만족과 유지, 불만과 부적합 판매도 살펴야 합니다. 측정하기 쉬운 결과가 조직에 중요한 가치를 대신하지 않도록 지표의 적절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고요.

 

둘째, 목표를 달성할 기회와 조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노력만으로 성과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목표에 상응하는 권한과 자원, 정보와 시간, 협력관계가 필요하지요. 역량이 부족하다면 교육과 코칭, 피드백과 단계적인 도전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노력으로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구성원은 도전을 현실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셋째, 평가 기준과 리더의 행동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협력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더라도 리더가 개인 실적만 추궁한다면 구성원은 협력보다 개인 성과를 우선할 수 있습니다. 도전을 장려하면서 합리적인 시도의 실패까지 질책한다면 새로운 과제를 기피할 수 있고요. 리더는 구성원이 어떤 행동을 인정받고 어떤 경우에 책임을 지는지, 제도의 기준과 실제 관리 방식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옳은 실행과 편법의 결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한 노력은 인정해야 합니다. 반면에 실적 조작이나 고객에게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행동은 높은 성과를 이유로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보고한 구성원이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책임과 문제 제기가 함께 작동해야 조직은 잘못을 감추기보다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성과가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해야 합니다.

목표 달성률만으로는 성과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고객과 동료에게 미친 영향, 협력의 수준, 문제 보고와 새로운 시도의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났다면 구성원의 태도만 탓하지 말고 목표와 지표, 권한과 자원, 리더의 반응을 점검해야 하고요. 제도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낳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검은 보상이나 처벌 제도를 한 번 설계하고 끝내는 데서 벗어나, 제도가 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는지 살피고 의도한 결과와 실제 결과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좁혀가는 경영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조직은 보상한 결과만 얻지 않습니다. 그 결과를 만드는 동안 구성원이 선택한 전략과 학습한 행동, 형성된 관계도 함께 얻습니다.

 

고객가치를 강조하면서 판매량만 보상하면 구성원은 판매 건수를 늘리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협력을 장려하면서 개인 실적만 인정하면 조직 전체의 성과보다 자신의 기여를 드러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고요.

 

당장의 실적이 높아졌더라도 그 과정에서 고객과의 신뢰가 훼손되거나 협력이 줄어든다면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경영진은 보상과 처벌이 충분한지에 앞서, 그것이 구성원에게 어떤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조직이 원하는 성과와 구성원이 실제로 추구하는 성과가 일치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행동이 강화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요.

 

사람중심 경영은 사람의 욕망과 역량을 이해하고, 그것이 조직이 추구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관계의 조건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보상과 처벌도 그 조건의 일부입니다. 구성원이 정당한 방법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일관되게 인정할 때 조직은 구성원의 동기와 역량을 지속 가능한 성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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