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칼럼

컬처핏은 왜 좋은 인재를 놓치게 만드는가

경영 칼럼

컬처핏은 왜 좋은 인재를 놓치게 만드는가

영화 〈머니볼〉에는 야구 선수를 발굴하는 스카우트 회의 장면이 나옵니다. 회의실에 모인 베테랑 스카우트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를 평가합니다. 체격이 좋은지, 스윙이 자연스러운지, 프로 선수다운 분위기나 큰 무대에서 통할 만한 인상을 풍기는지 같은 것들이죠. 이들의 대화 속에서는 객관적인 기록만큼이나 ‘좋아 보이는 느낌’이 중요한 판단 근거로 오갑니다.

 

회의실의 누구도 자신의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최고의 선수를 찾고 있다는 확신에 차 있죠. 하지만 회의가 거듭될수록 가장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려납니다. “이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득점과 승리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보다 “기존의 관행이 생각하는 좋은 선수의 이미지에 얼마나 가까운가”가 판단을 지배하는 것이죠.

 

사람경영레터표지2_영화 〈머니볼〉(Moneyball, 2011) 공식 트레일러 화면 캡처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영화 〈머니볼〉(Moneyball, 2011) 공식 트레일러 화면 캡처  Sony Pictures Entertainment

 

단장 빌리 빈과 데이터 분석가 피터 브랜드는 “우리의 목표는 승리를 사는 것”이라며 이 견고한 관행에 균열을 냅니다. 이름값, 외형, 인상보다 승리로 이어지는 실제 기여도를 보자는 뜻입니다. 잘 다듬어진 체격이나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인상이 반드시 승리에 기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 않아도 실제 경기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내며 팀의 성과를 만드는 선수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채용에서 해야 할 본질적 질문 역시 같습니다. “이 지원자가 실제로 조직의 성과에 기여할 사람인가?”

 

 


 

 

익숙함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컬처핏(Culture Fit)’을 중요한 기준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61%가 채용 과정에서 ‘컬처핏(Culture-Fit)’을 검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원자가 조직의 핵심 가치, 일하는 방식, 협업 문화와 얼마나 맞는지를 확인하려는 흐름입니다.

 

컬처핏이 채용의 기준으로 떠오른 건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습니다. 수시 채용과 경력직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기업은 입사 초기부터 빠르게 성과를 내고, 조직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합니다. 조직의 핵심 가치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협업을 어렵게 만들고, 팀의 실행 속도를 늦추며, 구성원 간 신뢰에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컬처핏은 채용 리스크를 줄이는 데 필요한 기준입니다.

 

문제는 컬처핏이 채용의 핵심 기준인 ‘성과역량’을 대신할 때 생깁니다. ‘컬처핏’이라는 말 안에는 두 가지가 섞이기 쉽습니다. 하나는 조직에서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와 행동 기준의 적합성입니다. 다른 하나는 면접관이 느끼는 익숙함과 편안함입니다. 전자는 협업을 위해 필요하지만, 후자는 유사성 편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경영에세이3_shutterstock_2094069283

 

면접관은 자신과 말이 잘 통하고, 조직의 기존 구성원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지원자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그 순간부터 판단은 한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지원자의 답변과 태도 중 긍정적인 신호는 더 크게 보이고, 우려되는 지점은 쉽게 지나치게 됩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작동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우리와 잘 맞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성과를 잘 낼 것 같다”는 판단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나 익숙함은 미래 성과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편안한 인상도 실제 업무 역량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채용의 목적은 언제나 ‘조직의 성과를 만들 사람’을 찾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컬처핏은 그 사람이 보유한 미래 성과 가능성인 ‘역량’을 확인한 뒤 보완적으로 살펴야 할 기준입니다. 이 순서가 바뀌면 채용은 미래의 고성과자를 찾는 과정에서 벗어나 현재 조직에 익숙한 유형의 사람을 반복해서 선발하는 방향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머니볼〉의 스카우트들이 좋은 선수처럼 보이는 이미지에 갇혀 실제 승리에 기여할 선수를 놓쳤듯이 말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성과역량’을 채용한다

 

 

기업의 목적은 가치 창출에 있습니다. 직장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성과를 증명하는 자리이고요. 그러나 성과는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조직은 끊임없이 변하고, 직무는 계속 재정의되며, 사람의 능력은 환경과 관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발휘되지요. 성과는 이런 변수들과 맞부딪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작은 성과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을 통해 힘겹게 완성됩니다.

 

사람경영에세이2_shutterstock_2556722565

 

채용에서 예측해야 하는 건 ‘사람’ 자체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조직 안에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입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 기준이 ‘성과역량’이고요.

 

지식은 업무를 이해하는 재료이고, 기술은 일을 수행하는 도구입니다. 성과역량은 그 재료와 도구를 실제 상황에 맞게 써서 성과를 만드는 힘입니다. 그래서 학력과 경력은 참고 정보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성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면접장에서의 말솜씨, 표정, 태도, 분위기도 실제 업무 장면에서의 판단과 실행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입사 전에는 비슷해 보이는 지원자라도 입사 후 성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사람은 복잡한 상황에서 핵심 쟁점을 빠르게 잡고, 어떤 사람은 정보가 많아질수록 판단을 미룹니다. 어떤 사람은 실패 이후 원인을 다시 보고 실행 방식을 바꾸지만, 어떤 사람은 같은 방식을 반복합니다. 어떤 사람은 동료와 의견이 달라도 목표를 기준으로 조정하고, 어떤 사람은 갈등을 피하다가 과제를 지연시킵니다.

 

이 차이를 가르는 것이 바로 ‘성과역량’입니다. 성과를 만드는 사람은 먼저 과제와 환경 속에서 고객, 동료, 조직에 생길 가치를 읽습니다. 이것이 ‘긍정성’입니다. 그 가치에 반응해 결과를 만들 방법을 찾습니다. 이것이 ‘적극성’입니다. 목표와 조건에 맞춰 일의 순서와 방법을 설계합니다. 이것이 ‘전략력’입니다. 마지막으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행을 추적하고 조정합니다. 이것이 ‘제어력’입니다. 이 네 가지 성과역량이 함께 작동할 때 지식과 기술은 실제 성과로 이어집니다.

 

컬처핏은 함께 일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확인하는 기준입니다. 조직의 가치와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협업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컬처핏이 앞서면 판단은 익숙함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말이 잘 통하고, 기존 구성원과 비슷하며, 면접관에게 편안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채용의 질문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기존의 스펙 중심 채용은 과거를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자격을 갖추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과거에 쌓아온 조건으로 입사 후 성과 가능성을 추정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컬처핏은 무엇을 묻고 있을까요? 겉으로는 미래를 묻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가. 조직의 가치와 일하는 방식 안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질문만 놓고 보면 분명 미래를 향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판단 과정에서는 자주 과거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함께 일하기 편했던 사람, 기존 조직에서 문제없이 받아들여졌던 사람, 면접관이 익숙하게 느끼는 말투와 태도, 지금 조직에 이미 많은 사람과 비슷한 분위기. 이런 기준으로 컬처핏을 판단하는 순간, 우리는 미래의 성과 가능성을 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과거에 익숙했던 사람의 이미지를 다시 고르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컬처핏을 제대로 보려면 기준이 분명해야 합니다. 많은 기업은 그 기준을 ‘인재상’으로 정리합니다. 도전하는 사람, 협업하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처럼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행동 기준을 담고 있습니다. 인재상은 필요합니다. 조직이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만들고 싶은지 정리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재상이 실제 성과를 만드는 행동 기준으로 구체화되지 않을 때 생깁니다. 도전, 협업, 책임, 주도성 같은 말은 그 자체로 옳지만, 채용 과정에서는 쉽게 인상 판단으로 바뀝니다. 자신감 있게 말하면 도전적으로 보이고, 분위기가 부드러우면 협업을 잘할 것처럼 느껴지며, 면접관과 말이 잘 통하면 조직에 잘 맞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때 인재상은 성과 가능성을 보는 기준이 아니라 익숙한 사람을 고르는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그렇게 뽑은 사람은 조직에 빠르게 섞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에 잘 섞이는 것과 조직의 성과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지금 조직에 편안하게 맞는 사람만 찾다 보면, 채용은 현재 조직의 평균에 가까운 사람을 반복해서 선발하게 됩니다. 반면 조직의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예측 불가능한 변수 속에서도 끝내 실행해낼 사람을 알아볼 때 채용은 비로소 진짜 ‘미래의 성과’를 향하게 됩니다.

 

채용은 본질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입니다. 과거의 스펙도, 현재의 인상도, 익숙한 컬처핏도 그 자체로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좋은 채용은 지원자가 걸어온 길을 확인하되,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는 일입니다. 컬처핏이 좋은 인재를 놓치게 만드는 순간은 입사 후 성과 가능성 대신 익숙해진 사람의 모습을 찾으려고 할 때입니다.

 

 


모든 콘텐츠는 제공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거 무단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이전화 아이콘 이전화 다음화 다음화 아이콘

평점은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입력하시겠습니까?

글이 도움되셨나요?

구독하기

준비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