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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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문제의 답은 사람에 있습니다.
과학으로 사람을 연구하고 사람의 행복을 돕습니다 .
기억 |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3월 28일~3월 14일. 인터넷에서 본 어느 전시회 기간 정보입니다. 좀 이상하지요. 처음엔 눈을 의심했습니다. 물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르는 듯 보였으니까요. “나 다시 돌아갈래” 하며 기억을 좇는 여정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역시 날짜가 뒤바뀐 거였습니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잘못을 알아챘는지 바로 수정되어 있더군요. 3월 14일~3월 28일.
무의식 | 허공을 뛰는 사람들
어느 노랫말처럼 우리는 ‘동그라미’를 그리다 무심코 ‘얼굴’을 그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 얼굴은 기억 속 누군가와 닮아 있겠지요. 첫사랑이거나 짝사랑일 수 있습니다. 자화상일 수도 있고요.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드러나는 겁니다. 동그라미가 자극한 거고요. 물론 그 누구도 아닌 그저 사람 얼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조차도 동그라미가 사람의 얼굴을 연상시킨 겁니다. 실상 사람의 얼굴은 동그랗지 않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원형에 가깝다 여겨왔고, 우리 무의식 속에 이미지로 굳은 것일 뿐이지요.
미래 | 나는 내 인생의 예언자
프로야구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점점 변화무쌍해지는 날씨 변수에 올해는 아예 일찍 시작하네요. 겨우내 기다리던 팬들의 마음도 일찌감치 설렙니다. 전문가들의 판세 예측 역시 난무하고요. 사실 매해 그렇듯 그 누구의 분석이나 전망도 족집게처럼 뾰족하진 않습니다. 이럴 때 늘 떠오르는 말이 있지요. “아, 야구 몰라요.” 어느 유명 야구 해설가의 너무나 유명한 말입니다. 덩달아 “아, 인생 몰라요”라는 말도 유행했지요. 야구 좀 해봤으면, 인생 좀 살아봤으면 고개를 절로 끄덕끄덕할 만합니다.
감정 | 감정 탓일까, 엘베 새치기
알람인 줄 알고 깼더니 문자 알림입니다. 비몽사몽간 휴대폰을 확인합니다. 경계경보 발령 문자입니다. 곧바로 다시 잠을 청합니다. 잠시 뒤 알람인 줄 알고 깼더니 또 문자 알림입니다. 이번엔 앞선 문자가 오발령이라는 문자입니다. 긴급히 다시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고요와 평온 속에 눈을 뜹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왠지 불안합니다. 지각, 긴급 사태입니다.
행복 | 미로 같은 쇼핑몰을 벗어나려면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사람들이 들끓는 별천지에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휩쓸리다가 그랬지요. 이런 모습을 보면 쇼핑몰 기획자는 미소 짓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길을 잃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그루엔 효과(gruen effect)’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쇼핑몰을 처음 만든 건축가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라지요. 고객 편의를 위해 항상 동선을 짧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고객의 감각에 과부하가 오고 혼란스러울 때 오히려 구매가 늘어난다고 하니까요. 천리안과 축지법 같은 도술을 가진 홍길동도 이곳에서는 울고 말 것입니다. 아니면 충동구매를 하거나. 기상천외한 잔꾀가 무척 얄밉기 짝이 없지요.
성공 | '운(運)'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대도시 중앙역에는 언제나 인파가 넘쳐납니다. 출발과 도착이 쉴 새 없이 엇갈리거나 마주치지요. 바쁘게 흐르는 시간의 틈새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습니다. 역 주변만 무기력하게 맴돌거나 구석 한데에서 잠만 자지요, 마치 잠이 집인 것처럼. 이런 사람을 영어로 ’unfortunate’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무턱대고 능력 없거나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 찍지 않는 것입니다. 어쩌다 운이 없어 풍파를 맞은 거라며 조심스럽게 돌려 말합니다. 능력보다 운에 좌우되는 인생의 초상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이들은 그저 나보다 운이 없을 뿐이지요. 그런데 이런 표현이 꼭 완곡이나 과장인 건 아닙니다.
욕망 | 인생을 빚는 보이지 않는 손
고궁 주변 어느 수제비집 앞이 복작복작합니다. 긴 처마 아래 사람들이 앞뒤 간격을 지키며 줄지어 서 있습니다. 말 잘 듣는 아이들만 따로 모아 놓은 듯 줄이 나란하네요.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식당 풍경이 대개 이렇지요. 때를 불문하고 문 앞이 시장을 이루다시피 합니다.
성장 | 둥글게 원을 그리고 살다 보면
텅 빈 초등학교 운동장에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습니다. 방학이라 아이들 발자국 하나 없이 눈이 내려온 그대로입니다. 눈을 보니 동그랗게 뭉쳐 장난을 치고 싶어집니다. 눈뭉치를 열심히 굴려 아이만 한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아이들 없는 눈밭이 조금 쓸쓸하게 보이네요. 요즘 아이들은 어른보다 바쁘다지요. 공부도 해야 하고 놀기도 해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쑥쑥 자랍니다. 현대인은 거의 모두가 바쁘게 삽니다. 그래서 바쁘다는 말은 핑곗거리로도 좋습니다. 그러려니 하니까요. 바쁘게 사는 것도 다 ‘욕망’ 덕분입니다. 안 바쁘면 오히려 불안합니다, 걱정합니다. 어떻게 보면 욕망은 ‘걱정’입니다. 스트레스입니다. 우리는 늘 불안합니다, 걱정합니다, 욕망합니다.
관계 | 시장이 활기로 가득 찬 이유
동트기 어시장은 힘이 넘칩니다. 뜨는 해를 이길 기세로 환히 빛납니다. 갓 잡은 생선도 크고 탄력 있게 뜁니다. 비릿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주변을 맴돌던 갈매기도 활개를 폅니다. 손님을 부르는 상인의 외침이 우렁찹니다. 오감이 일어나 기지개를 켭니다.
편향 | 오리가 뒷짐을 지고 걷는 이유
‘Naeronambul’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옥스퍼드 대사전에 신조어로 올랐다는 ‘영어’입니다. 우리말로는 발음 그대로 ‘내로남불’이지요. 직역하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입니다. 〈뉴욕타임스〉도 번역 없이 그대로 쓴다지요. 소위 ‘K단어’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우리가 하도 입에 달고 사니까요. 정작 우리 국어사전엔 없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