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ONE 무엇이 진짜이고 진실인가 : 인식과 편향

뇌는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흔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명한 대사로 기억되는 《햄릿》에는 사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원래 좋거나 나쁜 것은 없다. 오직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라는 인상적인 대사가 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삼촌이 보낸 감시자들에게 햄릿이 한 말이다. 덴마크의 왕자였던 햄릿은 조국이 오히려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기 삶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 그런 햄릿이 저런 말을 한 것을 보면 덴마크라는 감옥이 실은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의 감옥이라는 것도 잘 알았던 모양이다.

 

햄릿의 저 말은 수백 년이 지나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뇌과학의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를 보더라도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 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대로 본다. 감정이나 생각과 같은 뇌의 인지체계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햄릿이 덴마크를 감옥이라고 생각한 것은 실제로 덴마크가 감옥이어서가 아니라 햄릿의 뇌가 세상을 그렇게 구 성한 것이다. 문제는 뇌가 세상을 구성하는 방식이 매우 주관적일 뿐 아니라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간혹“나는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것만 믿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자기 눈으로 직접 본 것들도 대부분 오류투성이이다.

 

 


 

 

 

진실은 뇌와 눈 너머에 존재한다


우리가 ‘인지적 착시’ 혹은 ‘인지 편향’이라고 부르는 현상들은 대부분 뇌의 ‘무의식적 추론’에서 비롯된다. 뇌는 자극이 입력되었을 때 해당 자극 신호에 담긴 정보뿐 아니라 기존의 기억에 담긴 정보도 함께 활용해서 판단을 내리는데, 이러한 작용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것을 ‘무의식적 추론’이라고 부른다. 뇌는 무의식적 추론을 하는 과정에서 ‘편향성’이라는 색안경을 쓴다. 색안경을 쓴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색안경으로 인해 지각과 경험이 왜곡되기 때문에 부정확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뇌가 쓰는 색안경은 종류도 다양하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우리가 다양한 색을 분별해서 지각할 수 있는 것은 망막에 있는 약 700만 개의 원추세포 덕분이다. 원추세포에는 세 종류가 있는 데 각각 빨강(R)초록(G)파랑(B)의 색을 지각한다. 망막에서 감지된 시각 자극은 신경 신호로 변환되고, 이는 다른 세포층의 생리화학적 과정을 거쳐 뇌에 전달된다. 뇌는 전달받은 신호들을 조합해 색을 예측하고 판단한다. 덕분에 우리 망막에는 세 종류의 원추세포만 있는데도 수많은 색을 지각할 수 있다.

 

뇌는 색을 지각하는 과정에서 햇빛, 인공조명, 배경, 그늘 등의 주변 환경 정보를 참조할 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억도 재활용한다. 즉 뇌가 인식하는 것은 색 자체가 아니라 주변 정보와 기억을 바탕으로 ‘추론한’ 결과물이다. 여러 착시 현상은 이처럼 눈에서 전달받은 시각 정보를 뇌가 기억을 바탕으로 추론한 결과물을 보기 때문에 일어난다. 어떤 사람에게 오른쪽 눈으로는 초록색을 왼쪽 눈으로는 빨간색을 보게 하면 어떻게 될까? 초록도 빨강도 아닌 노란색이 보인다고 말할 것이다. 뇌가 빨간색과 초록색을 나름대로 해석해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노란색을 지각하게 하는 것이다. 뇌 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뇌는 우리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사물의 색과 윤곽을 대강만 파악한다. 그렇지 않고 망막을 통해 전달되는 모든 시각 정보를 받아들여 추론하려 든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 것이다.

 

 

뇌는 추정하고 수정하며 본다

 

 

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무의식적 추론을 통해 수정하고 보강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다음 그림은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으로 인지적 착시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예이다. 그림을 보면 부채꼴 모양의 세 개의 원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느냐고 질문하면 많은 사람이 ‘삼각형’이 보인다고 대답한다. 실제 그림에는 삼각형이 없는 데도 뇌가 윤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뇌는 시각 정보들을 개별 요소의 단순한 집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호 관계와 맥락을 파악해 부분적으로 수정하거나 보강해서 전체적인 구조와 통합된 형상으로 지각하는 이른바 ‘감각 통합’ 능력을 지니고 있다. 여러 개의 도형이 있을 때 가까운 것끼리 혹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지각하는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뇌가 보여주는 대로 세상을 본다. 자신의 눈으로 진실을 보았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뇌가 해석하거나 재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대상이나 상황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진실이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는 진실을 볼 수 없다. 진실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 뇌와 눈 너머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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