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만드는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역량입니다. 신경과학이 말하는 진실은 ‘지식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학력이나 경력도 성과를 만드는 능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학생들은 여전히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좋은 성적이 좋은 대학을 보장하고,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을 보장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좋은 인생으로 이어진다는 왜곡된 사회 통념 때문이겠지요.
기업 역시 성과를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성과를 만드는 것은 교육을 통해 길러낸 인재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은 교육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기업들은 교육의 수혜자라기보다는 피해자가 된 것 같습니다. 역량을 만드는 것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입니다. 인재의 기준이 되어야 할 진짜 역량은 시험과 점수를 위한 지식, 그리고 자격증을 따기 위한 기술 습득이 중심이 되는 현재의 교육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오직 스펙 쌓기에만 여념이 없었던 대학 졸업자들이 기업에 들어와 성과를 만들고 성공경험을 하며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기 어렵겠지요. 더구나 요즘에는 대학에 입학할 때도 스스로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서 학교와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점수를 기준으로 부모와 선생님이 대신 진학에 대한 결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메타인지를 아웃소싱하면 바람직한 역량이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사실상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한 다음 지식 및 기술 교육을 비롯해서 인성 교육까지 다시 하고 있습니다. 본래 기업은 교육의 수혜자로서 좋은 인재를 선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기업이 이미 선발한 인재의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쏟으며 몸살을 앓아야 할까요?
사실 대학 서열이나 학점이 일 잘하는 능력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대부분 기업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입니다. 학벌, 학력, 성적 등의 지식기반 스펙이 인재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마이다스아이티에서도 이미 검증된 바입니다. 저희는 2012년부터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인재를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해왔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지 5년 정도 지났을때 문득 마이다스에 입사한 신입사원들 가운데 어느 학교 출신들이 많은지 궁금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5년간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한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출신 대학을 조사하고, 각 출신대학 그룹별 실제 인사 고과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먼저 대학들을 중앙일보에서 매년 발표하는 ‘대학평가 순위’를 참조해 3개 그룹으로 나누었고요. 1~10위 대학은 1그룹, 11~40위 대학은 2그룹, 40위권 밖의 대학은 3그룹으로 정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래도 한 분야의 세계 1위 글로벌 기업이니 1그룹 출신이 50퍼센트 수준은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습니다. 1그룹 대학 출신의 입사자가 25 퍼센트로 가장 적었고, 2그룹이 36퍼센트로 훨씬 많았으며, 3그룹 이 39퍼센트로 가장 많았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업무 성과와의 상관성을 비교한 결과였습니다. 상위 15퍼센트 내에 들어가는 고 성과자들 가운데 1그룹 대학 출신자는 2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고, 오히려 3그룹 대학 출신자 비율이 44퍼센트로 가장 높았습니다. 마이다스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이긴 하지만, 출신학교와 성과능력 간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성립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이터였습니다.
지식기반의 스펙이 인재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은 철저하게 데이 터를 통해서 인재를 선발하는 구글의 사례를 보면 더욱 확실하게 알 수있습니다. 전 구글 인사책임자였던 라즐로 복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벌이나 자격증은 업무 능력과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좋은 성과,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글에는 고졸 출신 직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향후 더 많은 고졸 인력을 채용할 계획입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 성과 창출 측면에서 더 우수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라즐로 복의 분석에 따르면, 일류대학 출신들 일수록 ‘지적 겸손’과 ‘수용성’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잘못이나 실패를 했을 때 자기 반성보다는 남의 탓을 먼저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들은 새로운 지식을 접했을 때 이를 수용하는 정도도 낮다고 합니다. 반면에 학벌이나 학력에서 상대적으로 뒤지는 사람일수록 늘 배우려는 마음가짐으로 타인의 의견도 잘 수용하고 겸손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집단 시너지를 통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에서는 대학 졸업장보다 이러한 태도들이 훨씬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구글의 라즐로 복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태어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고 살아갑니다. 대한민국 교육 문제의 핵심은 이런 사회적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과도한 지식중심의 입시교육에 있습니다. 상호작용의 촉진으로 역량을 개발하고 강화해야 할 교육이 오히려 상호작용을 차단하고 있으니 ‘교육의 역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은 있는 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라 없는 답을 만들고 조정하며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식중심의 입시 교육을 하고 있을까요? 좋은 성적이 좋은 대학을 보장하고,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 좋은 인생을 만들 것이라는, 왜곡된 성공 방정식에 대한 맹목적 신념 때문일 겁니다. 이 맹목적인 신념이 우리 아이들을 ‘있는 답 맞히기’만 잘하는 지식기계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사회의 미래까지도 발목을 잡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교육감님의 한숨과 체념처럼, 과연 우리 교육의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실마리와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한민국 교육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차단’입니다. 교육의 본질은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역량을 함양하도록 돕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은 자연의 결대로 풍성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다시 회복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아픈 경험과 본질의 진실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직 하나입니다. 친구 대신 공부를, 학교 대신 학원을, 질문 대신 정답을, 내 생각 대신 부모 생각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입시를 위한 사육과 같은 교육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의 문제가 이렇게까지 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성적이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이 좋은 인생을 보장한다’는 왜곡된 성공방정식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깨지 않으면 교육의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 학교=좋은 직장 ’이 반 드시 성립하지 않을 뿐 아니라 행복을 위한 공식도 아니라는 점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할 때 취업 이라는 문을 통과합니다. 이 취업의 문이 바로 ‘급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업의 문을 잘 공략하면 학교 교육과 기업 채용을 동시에 바꿈으로써 ‘좋은 학교가 좋은 직장을 보장한다’는 통념을 바로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지요. 좋은 학교는 달리 말해 ‘스펙’ 입니다. 기업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기준이 스펙이다 보니 실제로 학교 교육의 대부분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기업에서 스펙이 아닌 역량을 기준으로 인재를 채용해야만 학교에서도 스펙이 아닌 역량을 키우는 교육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인재 기준이 스펙이 아닌 역량이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에 초점이 맞춰진 지식중심의 교육 대신 사회적 상호 작용을 늘림으로써 다양하고 풍성한 경험을 쌓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역량중심의 교육을 하게 될 것입니다.
먼저 채용의 기준을 역량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 스펙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역량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채용할 마땅한 방법과 툴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이다스는 수년 전부터 스펙이 아닌 역량을 기준으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툴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었기에 이것을 다른 기업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이다스 자인연구소에서 연구한 신경과학적 알고리즘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융합해 높은 확률로 미래의 고 성과자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신경과학 기반 성과역량 예측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는 ‘역검(역량검사)’은 그렇게 보급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검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공방정식의 급소를 찔러서 기업과 교육을 혁신하고 사람과 사회를 살리기 위한 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300명 이상의 구성원이 있는 3,270여 개 기업 및 기관 중 약 800개 사가 역검을 사용해 인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2년 정도 후면 그 숫자가 최소 1,500개사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절반 이상의 기업 및 기관에서 스펙과 성적과 학교를 보지 않고 역량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채용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는 지금까지 지식에 너무 갇혀 있었습니다. 지식을 가두어 둔 채 소유가 능력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지식은 개인 소유가 아닙니다. 지식은 사회를 위한 공적인 것이므로 더 많은 사람에게 오픈되고 공유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채용 기준도, 학교 교육의 핵심도 지식중심에서 역량기반으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역량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역량기반 교육은 획일화 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메타인지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촉진함으로써 내면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발현시키는 교육이 될 것입니다. 인재의 기준이 지식중심의 스펙이 아닌 상호작용 중심의 역량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인재를 원하는 기업도 직장을 원하는 청년도 함께 행복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량기반의 교육을 위해서는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신경과학 중심의 과학적 근거와 기법이 개발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성장 단계별로 뇌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합리와 실용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바람직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위의 표는 성장 단계별로 주요 상호작용 대상은 무엇인지, 상호 작용을 통해 어떤 역량이 형성되고 교육의 효과는 무엇인지를 신경과학 기반의 발달 심리학을 토대로 정리한 표입니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영유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주로 상호 작용하는 대상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취학 전에는 엄마를 비롯한 가족이 중요한 상호작용 대상이지만,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또래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그 대상과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학습하게 되는 역량들도 시기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기별로 중점적으로 학습되는 역량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역량은 특정 시기 이전과 이후를 포함한 오랜 기간에 걸쳐서 스펙트럼 형태로 개발 된다는 점입니다.
가장 먼저 학습하게 되는 역량은 긍정성과 적극성이고, 가장 늦게까지 학습하는 역량은 제어력과 통합력입니다. 역량이 만들어지는 시기는 전전두피질의 발달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따라서 특히 영유아기와 청소년기의 역량기반 교육에서는 전전두피질의 발달 과정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역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전두피질의 발달 과정을 토대로 주요 시기별로 어떤 상호작용과 교육이 중요한지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영유아기(0세~3세)에는 풍부한 정서적 경험을 통해 ‘긍정 정서’ 를 학습하고 ‘사회성’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영유아기에는 긍정성과 관련된 안와, 적극성과 관련된 복내측이 주로 발달합니다. 특히 영아기에는 안와가 주로 발달하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영아기의 양육 환경은 긍정성과 부정성을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영아기의 주요 상호작용 대상은 ‘엄마’를 비롯한 초기 양육자입니다. 초기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은 정서 학습에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신생아는 3세 이전까지 냄새, 맛, 촉각 등 다양한 감각 자극에 대해 반응하면서 긍정성 혹은 부정성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 기간에 양육자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가에 따라서 아이는 긍정성을 더 많이 학습할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성을 더 많이 학습 할 수도 있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엄마의 체온은 신생아에게 편안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겠죠. 반면 축축하고 냄새나는 기저귀는 불편한 느낌을 줄 겁니다. 신생아는 엄마가 안아주었을 때 행복한 표정을 보이고, 기저귀가 젖었을 때 울음을 터뜨림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습니다. 편한 느낌은 긍정 정서, 불편한 느낌은 부정 정서를 유발합니다. 어떤 경험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경험하는가에 따라서 아이는 긍정성 혹은 부정성을 학습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구축된 긍정성과 부정성은 일생 동안 환경과의 상호 작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적 피드백을 풍부하게 받으면서 편안하고 자유로운 환경에 자주 노출되면 안정적이고 수용적인 성격이 형성되는 반면, 불규칙적인 수유나 불안 또는 육체적 고통이나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환경에 빈번히 노출되면 환경을 경계하는 부정적인 성향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초기 양육자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초기 양육자와의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세상을 비틀어 보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그들은 평생 불행합니다. 하늘이 아무리 맑아도 맑게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미워해야 할 이유도, 세상에 감사해야 할 이유도항상 같이 느낍니다. 미워해야 할 이유가 내 속에서 계속 올라오면 불행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이라는 구분이 상당 부분 영유아 시기에 결정됩니다.
유년기(4세~7세)와 학령기(8세~11세)에는 성취 경험을 통한 ‘적극성’의 학습과 더불어 ‘자기 개념’ 강화 및 ‘관계 역량’ 학습이 핵심입니다. 유년기에 들어서서 학령기까지는 복내측, 내측, 배내측 이 주로 발달하게 됩니다. 복내측은 ‘적극성’과 내측은 ‘안정성’과 각각 관련이 깊고, 배내측은 ‘대인력’과 관련이 깊습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긍정적인 보상을 받으면 적극성을 학습하게 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소극성을 학습하게 됩니다. 가령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동생에게 나눠주었을 때 잘했다, 착하다, 좋은 형이다, 의젓하다 등의 칭찬을 들으면 향후에 그러한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러한 행동과 보상이 반복되면 적극성을 학습하게 됩니다. 반면에 장난감을 동생에게 나눠주었을 때 아무런 칭찬을 듣지 못하거나 혹은 장난감 때문에 방이 어질러졌다는 꾸중을 들으면 앞으로는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시에 소극성을 학습하게 됩니다. 취학 전 유년기에는 대개 부모가 어떤 피드백을 주느냐가 적극성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취학 후 학령기에는 또래와의 관계나 학교 교사와의 상호작용에서 적극성을 학습하게 됩니다.
부모님과 선생님, 또래 친구들을 비롯해 주변사람들의 칭찬과 인정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내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가 여부도 어떤 행동을 열심히 하려고 하거나 더 잘 하려는 적극성인 성향을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적극성을 학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전과 성취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도전하고 성취하는 경험을 많이 하면 뇌에 세로토닌이나 옥시토신 수용체가 많이 형성되어 다시 적극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성취에 나서도록 하는 기반이 되어줍니다.
또 학령기에는 자전적 기억이 누적되어 자아 개념이 확립되면서 안정성이 발달합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다양한 상황과 행위를 ‘나’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자아에 대한 주체적 인식을 강화하게 됩니다. 자아 인식이 강화되면서 나와 환경을 구분해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동시에 ‘나 중심의 쾌락적 행동’과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적 책무’ 사이에서 발생하는 내적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려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또한 안정성과 관련된 내측의 발달은 먼저 발달한 복내측의 영향을 받는데, 이에 따라 공감이나 동정심 같은 성향이 발달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구축해 갑니다. 이때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순조로우면 차츰 성장하면서 사회적 책임감과 같은 가치관이 강화되면서 안정성이 발달하고, 그렇지 못하면 이기적 성향이 고착화됩니다. 특히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잘 일어나면 안정적인 자아를 갖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불안정한 자아를 갖게 됩니다.
배내측은 학령기 후반부터 크게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는 친사회적 경험이 누적되면서 차츰 대인력을 학습하게 됩니다. 부모와 선생님, 친구들을 비롯해 주변사람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하면 친사회적 행동이 강화되면서 능동적인 대인력이 발달합니다. 반면에 주변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하면 비친화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쪽으로 성향이 구축되기 쉽습니다. 특히 또래친구 그룹 내에서의 긍정적 상호작용 경험이 쌓일수록 눈치코치가 발달하고 친사회적 행동이 강화되면서 대인력을 학습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 한 상호작용이 부족하면 인간관계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거나 지나친 경계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학습된 대인력은 성인기에 사회적으로 원활한 관계를 맺는 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이 시기에 상호작용이 빈약하면 친사회성을 학습할 기회를 상실하면서 심할 경우 사람 만나는 것이 꺼려지고 여럿이 함께 일해야 하는 사회생활이 부담스러워지는 ‘사회적 자폐증’을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춘기(12세~19세)에는 상호작용을 통한 '전략력'과 '제어력' 학습이 중요합니다. 학령기 후반부터 사춘기까지는 배외측이 가장 크게 발달하는데, 배외측의 발달은 ‘전략력’을 학습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제 상황에서 스스로 전략을 모색하고 해결에 이르는 경험이 전략력 학습을 촉진합니다. 만약 과잉 보호로 인해 도전적인 경험을 해볼 기회가 부족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전략적 모색의 기회가 제한되면 전략력 학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의 과잉 보호나 주입식 교육은 아이들의 전략력 발달에 매우 커다란 장애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학령기 후반과 사춘기에 걸쳐 복외측이 주로 발달합니다. 복외측은 환경의 요구나 목표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제어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영역입니다. 규칙에 따라 행동을 제어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경험이 반복되면 제어력을 학습하게 됩니다. 행동을 조절하려는 시도를 해볼 기회가 별로 없거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패하게 되면 제어력을 학습하기 어렵게 됩니다. 눈앞에 있는 맛있는 과자를 바로 먹지 않고 잘 참았다가 식사 후에 먹는다든지, 게임을 30분간만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고는 실제로 30분이 지나면 스스로 게임을 멈춘다든지 하는 제어력을 가진 아이들은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은 물론 학업과 일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사춘기는 집단의 보호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진출하기 위한 생리적·신경적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소명을 함께 할 이성과 짝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환경을 개척해 나가게 되지요. 사춘기의 뇌는 점차 변화하는 몸과 새롭게 접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경연결을 재조정하고 학습 성능을 극대화합니다. 사춘기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과감히 도전하는 시기이므로 위험이 상존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전전두피질에서는 감정을 제어하는 억제성 시냅스도 급격히 발달하게 됩니다. 사춘기에 억제성 시냅스가 잘 발달해야만 흥분성 시냅스와 균형을 이루며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 동안 부적절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신경 연결의 재 구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춘기는 전전두피질의 전략령이 크게 성장하는 시기이므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쌓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뇌의 변화에 따라 역량의 개발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동안 시냅스 가지치기와 수초화를 통해 뇌의 재구조화가 이루어지고 나면, 성인기의 뇌는 그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볼때 이성을 찾아 일가를 이루고 나면 변화를 탐색하기보다 안정을 추구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성인기에는 그 이전까지 발달한 뇌를 유지하면서 아주 경미한 변화만을 겪게 됩니다. 결국 성인 초기가 지나면 각자가 가진 역량 수준은 상당 부분 결정된 상태가 됩니다. 사춘기 이전까지의 환경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성년기(20세~25세)와 성인기(26세 이후)에는 상호작용을 통해 역량 함양을 위한 관계기술의 습관화가 필요합니다. 인생을 살아가
는데 필요한 기반역량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거의 완성됩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20~25세 전후로 전전두피질의 발달이 완성되면서 역량의 개발도 완성이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성년기를 거쳐서 성인기에 들어서면 역량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역량의 발현치를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전두피질의 발달이 완성되기 이전에 가장 마지막까지 발달하는 영역은 통합령에 해당하는 전두극입니다. 전두극은 ‘통합력’의 발달에 깊이 관여합니다. 통합력은 복잡한 정보들을 처리하거나 다양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할 때 중요할 역할을 합니다. 또 정보들을 조율하고 통합해서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따라서 성년기에는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20세가 지나 성년기에 이르면 대학교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가든 사회에 진출해 직장인이 되든 사회적 상호작용의 폭이 매우 넓어 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할수록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전두극도 더욱 활성화됨으로써 메타인지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뇌 발달이 완성되기 전에 전두극의 발달과 메타인지 개발을 최대화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던지며 인과와 역인과를 바탕으로 하는 논리적 추론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메타인지는 끊임없이 반추하는 자기비판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룹 과제, 그룹 토론, 협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의사소통 및 협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정도 전두극 발달과 밀접한 관련을 갖습니다. 성년기에 이르면 가족과 친구 이외에 좀 더 다양한 사회적 그룹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열린 사고 능력을 키우고 세계적 관점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의 공부를 넘어서서 풍성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문제해결에 스스로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역량을 형성하는 것도 상호작용이지만, 역량의 발현치를 높여주는 것도 상호작용입니다. 따라서 성장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상호 작용이 핵심이란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우리는 신경가소성 원리에 의해 메타인지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관계 기술의 핵심인 소통기술, 전략기술, 성찰기술을 습관화하여 꾸준히 자신을 개발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 세 가지 사회적 관계기술이 탁월하다는 것입니다.
역량의 발현치를 최대화하기 위한 ‘역량 함양’의 핵심은 세 가지 사회적 관계기술, 즉 소통기술, 전략기술, 성찰기술을 함양하는 것입니다. 소통기술의 함양에는 긍정과 공감으로 상대의 마음을 여는 공감 기술, 발산과 수렴 과정을 통해 협력의 기반을 만드는 협력기술, 집단 시너지를 위해 공동의 목적과 방향을 일치시키는 가치기술과 같은 세부 기술의 함양이 포함됩니다. 전략기술의 함양에는 상대의 욕망과 가치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고객전략기술, 목적중심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계속해서 추적하고 실행하는 추적전략기술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성찰기술의 함양에는 역지사지 를 통해 상대와의 호혜적 이익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관계성찰기술, 성과 피드백을 통해 전략을 지속적으로 재조정하는 인과성찰 기술, 객관적 자기인식으로 친사회성을 강화하는 합리성찰기술의 함양이 포함됩니다.
관계기술은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것이므로 ‘역량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습관화’ 훈련을 통해서 누구나 익힐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관계기술을 익히고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론은 ‘습관화’입니다. 관계기술을 익힌다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서 각각의 세부 기술이 목표로 하는 친사회적 사고와 행동을 의도적으로 반복함으로써 ‘습관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웬만한 기능은 모두 습관으로 만들고, 자주 필요한 기능일수록 더 빨리 습관화합니다. 좋은 습관이 반복되어 강화되면 능력이 됩니다. 처음 수영을 배우는 사람은 물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도전입니다. 하지만 일단 반복해서 물에 들어가고 발차기를 하면서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요. 그러고 나면 물의 부력을 이용해 몸을 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수영 자세를 익히는 속도가 한층 빨라집니다. 수영이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스킨스쿠버나 서핑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수영이나 운전 등과 같이 반복을 통해서 자동화된 반응 행동으로 만드는 것을 ‘절차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역량의 발현치를 높이기 위한 관계기술 역시 일종의 절차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주변 사람들과 긍정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익히고 이를 반복함으로써 습관으로 만들면 대인력의 발현치가 높아집니다. 또 전략력을 최대한 발현하고자 한다면 계획을 수립하거나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할 때 효과성과 효율성에 집중해서 다양한 변수들을 다루는 전략적 사고 습관을 익히면 됩니다.
우리는 타인, 성과, 자기자신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사회적 성취와 인정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으며,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하면서 자기실현의 길을 모색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하고 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 관점에서 뇌의 발달이 거의 완성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있어서도 핵심은 ‘관계기술’을 익혀 더욱 풍성한 상호 작용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관계기술을 바탕으로 풍성한 상호작용을 통해 역량 발현 수준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성과를 만들고 성공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람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관계와 상호작용의 결과입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나누고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그럼 역량이란 무엇일까요? 태어나 성장기에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내적 신경경향성입니다. 이 신경경향성인 역량으로 우리는 일생을 살아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궁극적 이유는 행복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의 본질은 ‘사람人’과 ‘사이間’으로 구성되는 인간이라는 단어에 담겨 있습니다.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즉 사회적 관계로 존재합니다. 그 사이가 좋으면 행복을 느끼고 그렇지 못하면 불행을 체감합니다.
사람도 역량도 인생도 성공도 모두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람직한 교육이란 풍성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역량을 함양하도록 돕고 인생 성공과 행복을 위한 길을 가도록 안내하는 것, 바로 그것이 바람직한 교육이겠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대신 인위적으로 지식을 넣어주는 것도 모자라 메타인지의 역할을 대행해 줌으로써 자기성찰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쌓아갈 기회마저 앗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교육이라 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할 기회는 없이 학교와 학원만 뱅뱅 돌면서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만 시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부모의 과도한 개입을 비롯해 지식중심의 획일화된 입시 교육, 과도한 경쟁과 줄 세우기 교육은 아이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차단하고 메타인지의 발달을 저해함으로써 수많은 폐해를 낳고 있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도록 도와야 할 교육이 오히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좋은 삶으로 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지요.
부모의 진정한 역할은 자식을 잘 키워서 부모의 역할이 필요없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부모의 존재 가치가 소멸되어도 자녀 스스로 독립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자신들이 없으면 자녀 스스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게 하고 있지요. 부모가 자녀를 대신하여 살아주는 것은 자녀에게서 스스로 살아갈 힘을 빼앗는 것입니다. 그것은 잘못된 사랑입니다. 자식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지금은 부모와 사회의 ‘참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참용기란 ‘참고, 용기를 내서 행하고,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십년을 원하면 나무를 심고, 백년을 원하면 사람을 키우라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일은 자연의 결대로 사람을 키우고, 잘 참고 바른 용기로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초융합 시대, 과학이 말하는 교육의 답은 간명합니다. 사람은 태어나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자연의 결에 따라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본질로, 만 가지 변화에 대응한다”는 말입니다. 변하지 않는 하나의 이치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연이 빚은 ‘사람의 결’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자연이 우리에게 새겨 넣은 ‘사람의 결’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과거의 결과로 현재를 살아갑니다. 우리의 결에는 130억 년에 걸친 질서의 창발과 진화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또 우리는 태어나 만들어지는 존재로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억을 축적하며 역량을 개발하고 자신과 인생을 빚어갑니다. 우리는 자연이 빚은 결대로 살아갈 때 스스로를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습니다.
“교육은 사람 농사와 같다”라는 말을 합니다. 한 그루 나무가 쑥쑥 자라서 열매를 맺었을 때, 그 열매는 원래 어디에 있었나요? 씨앗 속에 있었습니다. 그 씨앗이 뿌리를 내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는 것처럼 우리의 교육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열매의 본질을 알고 그 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용》제1장은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제가 강연 때 자주 인용하는 문구입니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내린 것을 성性이라고 하고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그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고 하며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그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고 한다.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의 결에 자연의 이치가 그대로 담겨 있으니 그 결대로 사람을 키우고 성장을 돕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라는 것으로 풀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교육은 모든 사람이 지닌 ‘결대로’ 열린 가능성을 탁월성으로 빚는 것입니다. 자연에서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가장 예쁘게,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교육의 길은 자연이 빚은 사람의 결을 따르는 것입니다. 자연의 결에 따라 사람을 아름답게 꽃피우는 일은 그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입니다. 사람이 답이고, 사람이 길이며, 사람을 키우는 것이 최상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