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칼럼

동기 | 열심히 일하는 사람 vs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

경영 칼럼

동기 | 열심히 일하는 사람 vs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

어릴 적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말썽쟁이 톰은 이모로부터 울타리를 페인트로 칠하라는 벌을 받는다. 톰이 울타리를 칠하고 있을 때 친구 벤이 다가와 놀렸다. “지금 수영하러 가는데, 너는 일 때문에 함께 못 가겠구나.” 꾀가 난 톰은 갑자기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일이라고? 나는 재미 있어 죽겠는데? 어린 애가 울타리를 칠할 기회가 어디 흔한 줄 아니?” 그 말을 들은 벤은 갑자기 톰이 부러워졌다. “나도 잠깐만 해볼게.” “안 돼. 솜씨 좋게 칠할 수 있는 아이는 천 명이나 이천 명 중에 한 명밖에 안 될 거야.” 갑자기 울타리를 칠하고 싶어진 벤은 가지고 있던 사과를 톰에게 건네며 울타리를 칠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벤이 땀을 흘리며 울타리를 칠하는 동안, 톰은 그늘 아래에 앉아 사과를 맛있게 먹었다. 뒤이어 다른 아이들까지 줄줄이 나타나 열심히 울타리를 칠하기 시작한다. 

 

 

톰 소여의 모험

 

 

어려운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심리적 현상을 '톰 소여 효과'라고 한다. 톰 소여 효과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Should) 일’을 ‘하고 싶은(Want to) 일’로 바꾸는 것이다. 일이 놀이로 바뀔 때, 일은 재미있는 행위가 된다. 놀이에는 즐거움 외에 다른 보상이 없다. 놀이에 참여한 사람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즐거움을 위해 꼭 다른 사람을 이길 필요도 없다. 어떤 일이든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재미있게 일할 때, 뇌는 시간을 다르게 지각한다. 재미있게 일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몰입을 경험하게 되고, 이 몰입의 정도가 성과의 차이를 만든다. 

 

 

『논어』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는 말이 있다. 잘 아는 사람은 어떤 현상의 끝을 보는 데 만족하지만, 즐기는 사람은 그 끝까지 다가간다. 더구나 즐기기 위해 일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이 필요 없다. 재미 자체가 큰 보상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보상을 얻기 위해 개울에 돌다리를 놓는 것이 아니다. 또래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이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재미 때문에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다. 

 

 


 

 

재미는 가장 큰 동기다

 

1949년 해리 할로우의 연구 이후, 재미가 성취의 중요한 동기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원숭이들은 보상이나 처벌이 없어도, 오직 호기심과 즐거움만으로 퍼즐을 풀었다. 그로부터 20여년 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도 꼭 같은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후에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에서도 높은 성취 동기를 가진 사람보다 재미로 일한 사람들의 성과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취동기가 높았던 사람들은 막상 ‘재미로 해보라’고 했을 때, 그 일을 해야 할 동기를 잃어버렸다. 

 

동기이론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만들려면 칭찬을 하거나 외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적 보상이든 외적 보상이든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큰 보상을 받더라도 재미로 일하는 사람을 당할 수는 없다. 재미 있는 일을 하면서 보상을 받은 사람은 오히려 열정이 감소한다. ‘재미’는 일 자체가 주는 보상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되면, 재미있는 일도 보상이 있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이는 야구에 재미를 붙인 아이에게 돈을 줄 테니 한 번 더 농구 코트에 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재미를 느낄까? 재미는 호기심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에서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였던 데모크리토스는 꿀맛 같은 무화과를 먹어 본 뒤, 단 맛의 근원을 밝히기 위해 정원에 심어진 무화과나무로 향했다. 그때 곁에 있던 하녀가 그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데모크리토스가 그 이유를 묻자 하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화과가 단 것은 꿀에 담가 두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단 맛의 근원을 탐구해보려던 그의 열정은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다. 우리 뇌는 모험과 도전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즐기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말을 알고 있는 드라마나 스포츠 경기를 보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무화과가 꿀에 절여졌기 때문에 달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무화과에 대한 탐구심은 사라져버린다.  

 

 

 

 

일에서 재미를 느끼려면, 미래의 불확실성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긍정적 기대감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억지로 하는 일은 누구나 괴롭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억지로 시키기 힘들다는 뜻이다. 피곤한 사람에게 억지로 눈을 감기고 잠을 재운다고 상상해보라. 혹은 배고픈 사람의 입에 강제로 먹을 것을 우겨 넣는다고 상상해보라. 졸리고 배 고픈 사람도 남의 손에 이끌려 하는 행동은 즐겁지 않다. 대상, 장소,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면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직장에서의 일은 말할 나위도 없다. 자발적이지 않은 일은 그저 힘든 노동일 뿐이다. 

 

동물은 모든 형태의 구속을 싫어한다. 움직임을 구속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을 빼앗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물들은 자발적 움직임을 통해 구한 먹이가 아니면 흥미도 반감된다. 1963년 동물심리학자 글렌 젠센은 동물들의 이런 성향을 ‘콘트라프리 로딩(contrafree-loading)’이라 이름 붙였다. 그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아무 때나 구할 수 있는 먹이보다 자신의 힘으로 구한 먹이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의 연구에서도 일부 동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이 이러한 성향을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사람 역시 공짜로 얻은 성취보다 자발적 행위를 통해 이룬 성취를 더 값지게 여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부자보다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한 부자를 높이 평가한다. 또 사람들은 육체적 불편함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유로움을 선택한 사람을 존경한다. 이 때문에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고 오히려 존경의 대상이 된다. 

 

스스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행복하다. 1976년 양로원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1년 6개월 동안 무엇을 먹을지, 무슨 영화를 볼지, 어떤 화분을 돌볼지를 직접 선택했던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사망률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자발적인 선택권을 가진 사람은 삶 자체를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결과와 보상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신이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라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오늘 여덟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린이 야구단을 지도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야구장의 쓰레기를 줍는 일이다. 시간당 급여가 같을 때, 당신은 어떤 일을 할 때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어쩔 수 없이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면, 마땅히 더 많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쓰레기를 줍는 일에 비하면, 어린이 야구단을 가르치는 일은 굳이 보수를 받지 않아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실제 받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원한다. 

 

 


 

 

누구나 스스로 하기를 원한다

 

대개 조직의 리더들은 통제 받지 않은 구성원들이 자유를 남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행동이 눈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수많은 평가지표 역시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로 인정받으려면 다른 사람도 자유로운 행위자임을 인정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타율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라고 믿는다면, 그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강요와 지시밖에 없다. 강제와 타율로는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 

 

순수한 즐거움이 이끌어내는 자발적 행동만이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발적 참여가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가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다. 아무런 보상 없이 오랜 노력으로 습득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직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무료 백과사전을 만들어냈다. 경영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사전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을 움직인 가장 큰 동기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아직도 많은 경영자들이 구성원들을 통제하고 싶은 유혹에 흔들린다. 통제는 순종을 가져오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큰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잃은 사람에게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는 누가 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기 위해서 이 세상이 왔다. 따라서 현명한 리더는 타인을 통제하고픈 유혹에 과감히 저항하면서, 인간 본성에 뿌리 내린 자발성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콘텐츠는 제공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거 무단 전재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이전화 아이콘 이전화 다음화 다음화 아이콘

평점은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입력하시겠습니까?

글이 도움이 되셨나요?

회원가입

준비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