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칼럼

의식 | 나를 만드는 생각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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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 나를 만드는 생각의 본질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끊임없는 호기심의 대상이다. 우리는 왜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행동을 선택하는 걸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고대 철학자에서 현대의 심리학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과 연구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라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무리 객관적으로 ‘나’를 들여다보려고 해도 ‘나’라는 현상이 ‘나’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뇌’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뇌는 각각의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의 신호 전달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항상 발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나’를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라고 하는 일관된 느낌과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지금 느낄 수 있는 내 손끝의 감각들, ‘나’를 중심으로 기억되고 있는 과거의 사람들과 사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릿속에 흘러가는 생각들이 ‘나’를 ‘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나’를 ‘나’라고 여길 수 있도록 만드는 흘러가는 생각들의 출처는 어디일까? 바로 뇌의 지속적인 신경 활동이다. 뇌는 각각의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의 신호 전달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항상 발화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뇌는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한다. 심지어 렘(REM) 수면 단계에서도 뇌는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간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는 동안 뇌가 활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뇌의 활동 방식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수면 중에 뇌는 깨어 있을 때와 다른 형태의 뇌파를 생성하고, 수면 시 활동하는 신경세포들 이외의 다른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억제한다1). 즉 수면 중에도 뇌의 활동은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라 일부가 억제되어 비교적 덜 활발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전신 마취 상태에도 뇌의 활동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수면 상태와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한다.2) 뇌는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활동하고 발화한다. 

 

 

  

 

“특정 향수를 한때 좋아했던 그녀, 그녀와 함께 갔던 레스토랑과 그곳에서 흘러나오던 음악과 분위기,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이 연결되어 생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뇌의 지속적인 활동은 우리가 하나의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과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생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뇌의 끊임없는 신경 활동과 그에 따른 발화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통해 갑자기 기억의 조각들이 떠오르는 경험을 하곤 한다. 예컨대, 일상에서 느닷없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당에서 우연히 맡은 된장찌개 냄새가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온 가족과 함께 즐겼던 따뜻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갑자기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면, 길을 걷다가 특정 여성의 향수 향을 맡았을 때 그 향수를 사용했던 다른 여성(대부분 과거에 좋아했던 그녀)과의 기억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그 기억은 그녀와 함께 갔던 레스토랑으로 이어진다.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더불어 그곳에서의 경험들이 마음속에 그려진다.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던 재즈 음악이 귓가에서 재생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특정 향수가 한때 좋아했던 그녀, 그리고 그녀와 함께 갔던 레스토랑과 거기서 흘러나오던 음악과 그곳의 분위기,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이 연결되어 생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철학이나 과학, 문학과 같은 창조적인 사고 과정도 생각들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일어난다. 데카르트부터 헤겔까지, 뉴턴의 법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셰익스피어 희곡에 이르기까지 모든 창조적 아이디어와 발전은 뇌의 지속적인 활동과 그로 인해 이어지는 생각들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뇌의 끊임없는 발화 작용의 결과이며, 그렇게 일어난 연속적인 생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뇌가 끊임없는 연상 작용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에 대한 명확한 신경과학적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신경과학 실험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다. 최근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뇌 영상 스캐너 안에서 정해진 키워드를 처음에만 한 번 제시하고 이후 연상되는 키워드를 쭉 생각해 나가며 말하도록 했더니, 이에 관련된 여러 다양한 신경 네트워크가 협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 해당 결과는 뇌에서 여러 신경 네트워크들이 끊임없이 함께 발화하며 연상(聯想)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뇌가 연상을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신경들의 발화를 통해 연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뇌의 각 신경세포와 네트워크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은 우리의 의식, 자아 인식,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복잡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이다.” 

 

 

뇌는 연못에 던져진 돌멩이와 같다. 하나의 생각은 연못의 돌멩이처럼 물에 닿는 순간처럼 뇌의 표면에 충격을 준다. 이 충격은 파동을 만들어내고, 이 파동은 또 다른 파동을 일으킨다. 물결은 연못 전체로 퍼져 나가며, 각각의 물결은 다른 물결과 상호작용하면서 연못 전체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마찬가지로, 뇌의 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다른 부분으로 퍼져 나가면서 전체 뇌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뇌는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한다. 그 결과 뇌는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뇌의 복잡한 활동과 연속적인 생각의 흐름을 살펴보면, 뇌는 단순히 독립적인 신경세포의 모임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신경망의 집합체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인식하고, 감정을 느끼며,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뇌의 이러한 동적인 특성은 우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며,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뇌의 각 신경세포와 네트워크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은 우리의 의식, 자아 인식,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복잡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뇌가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을 넘어서, 우리의 정체성, 인간성, 그리고 삶의 의미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 감정이 끊임없이 발화하는 신경망의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여정에서 중요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뇌의 신경망과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우리의 뇌가 물리적으로는 두개골 안에 위치해 있지만, 그 안의 뇌가 만들어내는 '나'는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열린 존재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1. 1) Takahashi, K., Kayama, Y., Lin, J. S., & Sakai, A. K. (2010). Locus coeruleus neuronal activity during the sleep-waking cycle in mice.
  2.     Neuroscience, 169(3), 1115-1126. 
  3.  
  4. 2) Yang, Q., Zhou, F., Li, A., & Dong, H. (2022). Neural substrates for the regulation of sleep and general anesthesia.
  5.     Current Neuropharmacology, 20(1), 72. 
  6.  
  1. 3) Kim Lux, B., Andrews-Hanna, J. R., Han, J., Lee, E., & Woo, C. W. (2022). When self comes to a wandering mind :
  2.     Brain representations and dynamics of self-generated concepts in spontaneous thought. Science Advances, 8(35), eabn8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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