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칼럼

성과 | 성과와 행복의 중심에 있는 전전두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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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 성과와 행복의 중심에 있는 전전두피질

행복의 기본 단위, 성과  

 

누구나 행복을 바란다. 또 누군가의 행복을 바란다. 행복을 미분하면 꼭 나오는 것이 ‘성공경험’이다. 성공경험은 다시 ‘성과’로 쪼개진다. 성과가 모이면 성공경험이 되고, 성공경험이 쌓이면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을 오직 성과와 성공경험으로 정의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과와 성공경험 없는 행복은 공허할 뿐이다. 

 

행복의 기본 단위, ‘성과’란 무엇인가? 성과는 성공경험을 이루는 가장 작은 요소다. 아무리 작아도 초라하지 않다. 반드시 일이나 직업에 연관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도 성과다. 가령 카페에서 내 취향대로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일도 분명 성과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 위에 입술이 닿는 촉감도 그렇다. 친구와 웃고 떠드는 시간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친구의 기분을 눈치채고 맞장구치며 위로할 수 있다면 뿌듯하기까지 하다. 그 누구든 이심전심 하나 되는 순간은 즐겁다. 이처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수없이 많다. ‘쟁취’하는 것이 아니어서 결코 어렵지 않다. 행복한 일은 매일 있는 셈이다. 

 

 

 

 


 

 

전전두피질은 상호작용을 진두지휘한다 

 

사실 행복은 ‘행복감’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확하다. 행복은 행복감의 기억이 만든 ‘감정’이기 때문이다. 행복감의 재현을 기대하는 마음이 바로 행복이다. 이런 행복감은 우리 뇌의 각 영역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며 일어난다. 그 중심에 ‘전전두피질’이 있다. 전전두피질은 ‘상호작용’을 진두지휘한다. 뇌에서 가장 앞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영 현장으로 치면 ‘CEO’인 셈이다. 즉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곳이다. 인간은 전전두피질의 진화로 개체에서 인류로 거듭났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에 비해 크다. 그만큼 에너지도 많이 쓴다. 특히 전전두피질이 그렇다. 감각, 지각, 주의 등 기초적인 인지부터 비교, 유추, 분석 같은 고차원적 인지까지 담당한다. 게다가 감정과 충동의 조절, 문제 해결과 계획 수립 등도 전전두피질의 몫이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상의 관계를 매개한다. 인간은 ‘가치’를 얻기 위해 전략을 모색하고 행동하며 연결된다. 그 관계를 통해 집단 시너지를 만들며 ‘친사회성’을 가진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배려하며 양심과 염치를 느낀다.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 질문까지 한다. 이처럼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전전두피질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뇌의 기능을 연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전전두피질이 성과의 중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전두피질은 뇌의 다른 영역과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다. 온갖 정보를 종합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향한 행동을 조절한다. 마치 항공 교통관제를 행하는 항공관제탑과 같다. 무수히 많은 비행기가 안전하게 뜨고 내리고 머물도록 통제하는 시스템과 닮은 것이다. 이런 기능은 복잡한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즉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전전두피질을 알아야 한다. 이야말로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인 것이다. 

 

 


 

 

전전두피질의 연결성과 복잡성 

 

최근에 신경과학이 인간의 전전두피질을 주목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뇌의 발달과 진화 과정에서 다른 영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 그 차이는 다른 포유류나 영장류에 비해서도 두드러진다. 우선 인간의 전전두피질은 뇌의 다른 부위에 비해 크기가 크다. 전체 대뇌피질의 약 30%에 이를 정도다. 이것은 원숭이나 침팬지 같은 인간의 공통 조상과 비교해도 특이하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종에서 확실히 감각이나 운동 영역보다 전전두피질의 확장이 눈에 띈다. 

 

 

인간 계통의 전전두피질 크기 비교 | 출처 :  Fuster, J(2015)

 

 

전전두피질을 구성하는 뉴런 간 연결의 밀도와 복잡성 역시 높아졌다. 초기 포유류의 뇌는 피질하부와 계통 발생적으로 가장 오래된 ‘구피질’로 구성되었고, 진화를 거치며 여섯 층의 구조를 이루는 ‘신피질’이 등장했다. 영장류부터는 전전두피질을 중심으로 둥근 알갱이를 닮은 ‘과립세포층’이 만들어졌다.

 

과립세포는 시상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처리하여 층 내부뿐만 아니라 층과 층 간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로 인해 피질하부와 피질의 연결, 피질과 피질 간 연결이 가능해져 뇌의 하향식 처리뿐만 아니라 상향식 처리 과정도 촉진된다. 특히 배외측 전전두피질, 복외측 전전두피질 그리고 전두극피질 등 작업기억이나 숙고적 인지에 관여하는 주요 영역은 과립세포층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침팬지나 보노보와 같이 진화적으로 가까운 유인원에 비해 전전두피질의 과립세포층 비율이 현저히 높다. 인간의 전전두피질은 대부분 과립세포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다른 영장류는 전전두피질의 일부만 그렇고, 심지어 쥐 같은 포유류는 과립세포층이 전혀 없다.

 

 

 

 

뇌의 발달과 진화는 곧 뉴런과 뉴런 간 연결의 증가를 의미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인 호미닌 이래로 이런 연결이 더욱 증가하고 복잡해졌다. 그 덕분에 복잡한 사고와 수준 높은 정보 처리가 가능해졌다. 특히 전전두피질은 유독 인간에게서 발달한 영역이다. 인간을 다른 포유류나 영장류와 구분 짓는 핵심 요소인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환경을 인식하고 본능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고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하는 등 가치 기반의 숙고적 인지 체계로 인생을 만들어간다. 전전두피질의 발달과 진화 덕분에 생겨난 상위 인지 기능의 결과를 누리는 것이다. 

 

 


 

 

전전두피질의 역할  

 

전전두피질의 구조와 역할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고차원적 인지 기능의 이해를 돕는다. 인간 고유의 사고와 행동의 과정을 양식으로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전전두피질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가치를 판단하고 학습하는 ‘가치령’, 가치 획득을 위해 전략을 모색하는 ‘전략령’ 그리고 가치와 전략을 통합하는 ‘통합령’이 그것이다. 특정 가치나 더 나은 보상, 즉 성과를 얻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정보를 통합하여 목표 지향적 행동을 이끄는 것이 다름 아닌 전전두피질인 것이다. 실제로 전전두피질과 성과 그리고 이와 연관된 인지 기능 간 상관관계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요컨대 전전두피질의 세 영역 간 협력과 조화가 성과를 만들고, 결국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다. 

 

작든 크든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 복잡한 상호작용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어떤 기회를 만나면 우선 가치를 판단한다. 그 가치를 선택했다면 열정을 갖고 전략적이며 지속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그 기회를 성과로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전전두피질이 특정 자극이나 행동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복잡한 집합체의 속성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세상에 성과를 제공할 때 자신감, 존재감, 자존감을 느낀다. 스스로 만족스럽고 모두가 인정하는 성과를 만들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전전두피질에 대한 연구는 뇌 과학의 한 분야를 뛰어넘는다. 누구나 바라는 행복의 기본 단위인 ‘성과’의 실체와 그 본질적 이해마저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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