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인지의 거울 | 메타인지를 키우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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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의 거울 | 메타인지를 키우는 교육

슈팅이나 레이싱을 게임을 하다 보면 ‘멀미’가 나는 때가 꽤 있습니다. 사용자의 몸은 거의 그대로인데 시각 정보는 빠르게 움직이지요. 그러니 몸은 흔들린다는 신호를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의 세계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져 부조화와 부적응이 일어나는 겁니다. 게임 끝에는 피로감까지 몰려듭니다. 특히 ‘일인칭’ 게임이 그렇습니다. 사용자의 현존감과 몰입감은 극도로 높아지지만 어느 정도 멀미와 피로감을 감내해야 합니다.

 

 

 

 

게임 역시 어떤 시점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달라집니다. 게임의 매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요. 게임의 시점은 크게 ‘일인칭’과 ‘삼인칭’으로 나뉩니다. 시점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용자의 위치입니다. 일인칭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 속 캐릭터가 된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생생합니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상당하지요. 그래서 일인칭 게임보다는 삼인칭 게임이 보편적입니다. 한눈에 내려다보는 ‘탑뷰’나 시야 각도를 내린 ‘쿼터뷰’, 대련 게임에 주로 쓰이는 ‘사이드뷰’가 대표적입니다. 모두 게임 속 시야를 넓힌 게 특징이지요. 요즘에는 캐릭터 어깨 바로 뒤 시점인 ‘숄더뷰(백뷰)’도 있습니다. 일인칭의 역동감까지 즐길 수 있지요. 무엇보다 삼인칭 게임은 주변 환경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여러 곳을 다니며 지형지물을 활용한 지능적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특히 적의 움직임과 함께 나의 캐릭터까지 삼인칭시점으로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안성맞춤입니다.

 

일인칭 레이싱 게임을 하다가 차가 뒤집히면 사용자까지 전복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슴이 ‘덜컹’ 할 정도지요. 그런데 삼인칭 게임에서는 그런 느낌이 아무래도 덜합니다. 그것은 사용자와 캐릭터 사이에 ‘벽’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용자가 게임 속 나의 캐릭터와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거지요. 무엇보다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극 용어 중에 ‘제4의 벽’이라는 게 있습니다. 무대 위 극중 세계와 무대 밖 현실 세계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하지요. 즉 배우와 관객 사이의 벽이며, 관객은 그 벽을 통해 무대 위 배우를 보며 극을 상상합니다. 일상에서도 제4의 벽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무대 위 자신을 삼인칭시점에서 바라봐야 할 때가 있지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바로 ‘메타인지’가 작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사고의 레벨을 올려야 하는 겁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스스로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통제하는 정신 작용입니다. ‘상위인지’, ‘초인지’라고도 하지요. 쉽게 말해 나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하며 수정하는 겁니다.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자기 인식’이자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작용이지요. 이런 메타인지 기능을 관장하는 뇌 부위는 ‘전두극’입니다. 전두극을 비롯하여 전전두피질의 여러 영역은 가장 최근에 발달했습니다. 유독 인간의 전전두피질은 다른 영장류나 유인원에 비해 연결이 다양하고 견고합니다. 뇌의 성능을 좌우하는 건 뇌의 크기가 아니라 이런 ‘연결성’과 ‘복잡성’입니다. 인간이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발달시킬 수 있었던 게 바로 이 때문이지요. 

 

메타인지 기능의 핵심은 ‘거울’ 역할에 있습니다. 즉 자신의 인지 과정과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는 거지요. 또 그와 관련된 정보를 다시 내면에 반영하는 과정을 이끌며 사고나 학습 방식을 조절하고요. 보통 ‘아웃소싱’이라는 말은 비즈니스 영역에서 쓰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업무의 일부를 외부 전문 기관에 위탁하는 일이지요. 경영 효과와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 방안으로 활용됩니다. 아직 메타인지 수준이 덜 발달한 학생에겐 이른바 ‘메타인지 아웃소싱’이 필요합니다. 교사와 학생의 차이는 지식의 양에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안다’로 견줄 수 없지요. 교사보다 학생이 더 많이 알 수 있는 겁니다. 다만 교사는 학생보다 무엇을 모르는지 더 잘 아는 존재입니다. 교사와 학생의 차이는 바로 이런 메타인지의 차이에 있습니다. 학생은 교사에게 뇌를 잘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단순한 매체가 아닙니다. 학생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만들어주는 매체인 거지요.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만드는 역할인 겁니다.

 

 

 

 


 

 

지금까지 교육은 그저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 가르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지식 위주, 암기 위주 교육이었지요.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만 전달한다면 ‘바보 만들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무릇 교사라면 학생에게 ‘거울’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학생이 교사라는 거울을 보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거울을 보며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울을 보며 얼굴에 묻은 때를 발견하고 지우듯 말입니다.  

 

 

교사는 학생 앞에서 먼저 수용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합리 기반의 객관적 관점을 보여줘야 합니다. 자신의 태도를 성찰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거지요. 그래야 교사는 ‘선생(先生)’이 됩니다. 배움과 가르침은 서로 보완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뜻을 되새겨야 합니다. 교사 역시 가르치며 배우는 학생인 겁니다. 

 

 

학교는 더 이상 지식 전수의 장이 아닙니다. 지식의 세계는 이미 챗GPT가 점령해가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이 교사를 비롯해 인지적 다양성을 갖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업하는 곳입니다.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장이어야 합니다. 교사가 할 일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인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겁니다. 학생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이성적 존재라는 걸 깨닫게 만드는 겁니다. 또한 자신을 돌보면서도 자신의 인지 능력을 의심하는 힘을 키워줘야 합니다. 그 힘이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메타인지는 우리 머릿속 ‘죽비’와 같습니다. ‘각성’을 돕습니다.

 

 

 

 

인간은 성장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현재의 자신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변화를 꾀할 수 있지요.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독려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메타인지는 우리를 일인칭에서 삼인칭의 위치로 이동시킵니다. 익숙한 시점이 주는 안락함에서 벗어나게 만들지요.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겁니다. 또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강한 긴장감도 느끼고요.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는 나의 감정과 거리를 둘 수 있어 보다 쉽게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세상은 거대한 게임 공간과 같습니다. 우리는 게임의 사용자인 동시에 게임 속 캐릭터인 셈입니다. 변화를 꾀하고 성과를 올리려면 사고의 범위를 확장해야 합니다. 시야를 넓혀 ‘사각지대’를 최대한 없애야 합니다. 씁쓸함을 수반하지 않는 진실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인정하고 스스로 보완해가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메타인지의 핵심 성과입니다. 그래야 기존의 지식과 사고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길을 걸으며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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