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칼럼

의사결정 | 집단지성은 언제나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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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 집단지성은 언제나 옳을까?

“한 사람의 천재가 수십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한 사람의 탁월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 예가 많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천재적 재능을 지닌 인물이 문명의 흐름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그럼 조직에서의 의사결정은 어떨까? 국가든 기업이든, 리더의 의사결정은 때로 조직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우두머리의 역할이 집단의 운명을 좌우한다. 우두머리를 따라 장거리를 이동했는데 광활한 모래사막만이 기다리고 있다면, 집단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반, 동물학자들은 개미나 꿀벌 같은 곤충들이 어떻게 정교한 건축물을 짓고,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많은 동물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활용한다는 사실이었다. 

 

무리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집단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의사를 결정한다. 한 마리의 물고기나 곤충은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혼자 있는 물고기는 포식자를 피하기 어렵고, 각자 허공을 비행하는 곤충은 먹이를 찾다가 길을 잃기 쉽다. 하지만 다수의 물고기떼는 포식자를 피할 수 있으며, 군집을 이룬 곤충은 쾌적하고 안전한 집을 찾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 

 

꿀벌이 춤을 통해 소통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2004년에는 꿀벌들이 이사를 할 때도 새 집의 위치를 ‘투표’로 결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벌들이 이사할 후보지를 물색하여 정보를 제공하면, 동료들이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 지지 의사를 알리는 수단은 벌의 춤이다. 지지자들이 늘어나 정족수가 채워지면 최종 후보지가 결정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동물의 세계에서는 규모가 큰 집단일수록 올바른 결정을 내릴 확률도 높다. 

 

 

 

 


 

 

집단지성의 힘 

 

인간도 집단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거제도다. 하지만 국가 단위의 정책 결정에만 투표가 이루어질 뿐,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참여가 제한되어 있다. 조직의 수장이 혼자 의사를 결정했을 때와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의사를 결정했을 때, 어느 쪽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많은 연구자들이 집단지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전문가의 식견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자 안에 든 구슬이 몇 개인지를 예측하거나 황소의 체중을 추측할 때, 집단은 전문가의 예측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준다. 정확한 값을 맞힌 사람이 드물더라도 다수의 예측을 평균 값으로 계산하면 실제와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퀴즈 쇼에 출연했다고 상상해보자. 거액의 상금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답을 알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그때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거나 관객들에게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찬스가 주어진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이 경우 전문가에게 묻는 것보다 관객들이 제시한 답을 찍는 것이 정답일 확률이 높다. 2009년 연구에서는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토론을 진행한 집단이 정답을 훨씬 많이 맞혔다. 또 토론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집단지성의 한계 

 

그러나 사람들의 믿음과 달리, 집단지성은 조직 규모와 상황에 따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014년 연구에 의하면, 대체로 집단은 개인보다 정확한 결정을 내리지만, 개체 수 5~20 정도의 소규모 집단이 큰 규모의 집단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렸다. 지나치게 많은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경우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참여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결론이 더욱 정확해진다는 상식과 어긋나는 것이다. 오히려 적당한 수의 집단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큰 규모의 집단에서는 집단 내부의 잘못된 정보들 때문에 틀린 결론이 유도될 수 있고, 그것이 집단 전체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은 다른 구성원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11년 144명의 학생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고 여러 질문의 답을 예측하도록 하자, 다른 사람의 예측을 힌트로 주었을 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집단에서 사람들은 쉽게 어리석은 군중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집단지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사회적 영향 효과(social influence effect)’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 동안 진행된 여러 연구에 의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구성원들의 의견이 바뀌었다.  

두 번째는 ‘범위감소 효과(range reduction effect)’로 영향력을 가진 몇몇 사람의 의견으로 범위가 좁혀짐으로써 엉뚱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확신효과(confidence effect)’로 정답과 거리가 있을 때에도 다수가 동의하게 되면 구성원들의 확신은 더 강해진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은연중에 만장일치를 추구하려는 성향이 뻔한 결론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지한 토론 끝에 이루어낸 합의라 할지라도, 진실과 어긋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대개 조직이 망하는 것은 리더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라기보다 구성원들이 리더의 선택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집단지성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집단지성은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집단지성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집단은 최악의 독재자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끔찍한 대학살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는 집단지성에 의한 결정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만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결점 때문에 연구자들은 집단지성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을 정리하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구성원들의 다양성이다. 무언가에 편향되어 있는 집단은 그들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한 가지 결론밖에 도출할 수 없다. 또 소수의 개인들이 다른 구성원들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때에도 한쪽으로 치우친 결론이 도출된다. 

둘째, 구성원들은 독립적이고 분권화되어 있어야 한다. 각 개인은 타인이나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면 구성원들은 어리석은 군중 속의 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조직에서 독립적이고 분권화된 문화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것 자체가 권력계층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개인의 자발과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되, 구성원들의 의견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독립성과 권한을 가지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조직이 열려 있는 조직이다. 분산되어 있는 구성원들의 지식과 정보가 통합되어야만 집단지성이 올바르게 발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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