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칼럼
보상 | 성과급이 성과에 도움이 될까?
경영 칼럼
보상 | 성과급이 성과에 도움이 될까?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엘튼 메이요는 1924부터 6년간 웨스턴일렉트릭사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작업 능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회사는 직원들에게 각종 복지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생산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양한 설문조사와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중에는 근로자 14명을 독방에서 따로 일하게 하고 파격적인 수당을 주는 실험도 있었다.
연구팀은 근로자들이 더 많은 수당을 받기 위해 평소보다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산성이 나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근로자들은 자신의 생산량을 사실대로 보고하지도 않았다. 놀랍게도 근로자들은 한 사람이 눈에 띌 만큼 열심히 일해서는 안 되며, 너무 적게 일해서 전체 생산량에 영향을 주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모의했다. 놀라운 것은 자신들의 모의가 누설되었을 때, 누설자를 함께 처벌하자는 약속이었다. 근로자들은 자신이 열심히 일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동료가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비밀이 지켜지는 한 그들은 딱히 손해를 볼 일도, 이익을 얻을 일도 없었다.
성과 보상의 함정
대부분의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개인이 이룬 성과를 평가한 후, 그 결과에 따라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이다. 평가의 객관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개인이 성취한 결과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의사들에게 수술 성공률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는 병원이 있다. 다른 병원에 비해 의사들의 평균 연봉이 상당히 높다면, 실력을 갖춘 의사들은 이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이 병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이라고 하자. 사람들은 이 병원의 의사들이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병원의 의사가 모두 10명이고, 원장의 연봉이 3억원, 수술 성공률이 가장 높은 2명의 의사가 각각 2억 5천만원의 연봉을 가져간다면, 나머지 의사 7명의 평균 연봉은 3천만원에도 못 미친다. 실제 성과급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소수에 그치는 것이다.
함정은 또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의 차이가 클수록, 의사들은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려 할 것이다. 지위가 높은 의사일수록 간단하고 쉬운 수술만 하려 할 것이고, 어렵고 힘든 수술은 모두 발언권이 적은 의사들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영향력 있는 의사들의 연봉은 점점 높아지는 대신, 그렇지 않은 의사들의 연봉은 줄어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환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병원의 이미지도 나빠진다는 것이다.
성과급은 사후 평가를 통해 보상하는 것이다. 이는 병이 낫지 않으면 의사에게 진료비를 주지 않겠다는 것과 유사하다. 의사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치료 가능성이 낮은 환자들을 진료하지 않으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연봉을 모두 1억원으로 책정하면 어떨까? 물론 이런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의사도 있지만, 적당히 시간만 때우는 의사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불공정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의사들은 연봉이 조금 낮더라도 자신을 인정해주는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려 할 것이다.
성과급 제도의 문제점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속에서는 성과급제도가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지식산업 사회가 도래하면서 이 제도의 폐해가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과급제도의 문제점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과에 불리한 사건과 정보를 은폐하거나 회피한다. 동기이론가이자 컨설턴트인 폴 마르시아노가 소개한 사례를 보자. 어느 기업에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재해 달성 시 상품을 제공하는 보상을 실시했다. 그러자 3개월 연속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관리자와 직원들이 보상을 얻기 위해 사고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게 되면, 사람들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데이터에만 관심을 쏟게 된다. 성공한 것은 널리 알리고 문제점은 감추는 것이다. 이는 교사가 학생들의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불평등하고 과도한 보상은 비윤리적인 행동을 유도할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문제를 덮는 사람보다 문제를 발견한 사람에게 더 큰 보상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성과급이 효과가 없다. 벽돌공에게 벽돌을 쌓은 양에 따라 보상을 해주면 벽돌공은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목표를 생산량에만 맞추면 품질이 무시될 수도 있지만, 단순하고 기계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성과급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높은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창의적인 업무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금전적 보상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1945년 칼 던커(Karl Duncker)의 ‘촛불문제(candle problem)’ 실험 이후, 금전적 보상이 오히려 창의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이후 진행된 대부분의 연구에서 보상을 제안받은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최근 연구에서도 어려운 업무를 맡았을 때 금전적 보상이 오히려 성과를 낮출 뿐 아니라, 간단한 게임에서조차 높은 상금을 제시 받은 그룹의 성과가 낮았다.
가령 명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일 같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임무에서는 보상 수준과 성과가 비례했지만, 수학문제 풀기처럼 고차원적인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는 임무에서는 오히려 낮은 성과를 보였다. 높은 보상이 더 오래 일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창의력을 발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 창의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또 게임을 하게 하고 상금을 지급했을 때에도 가장 높은 수준의 상금을 제시 받은 사람들의 성과가 가장 낮게 나왔다.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성과를 낮춘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같은 결론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큰 보상이 주어질 때 사람들의 시야가 주어진 목표에 한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숲을 보지 못하고, 오직 정상으로 향하는 샛길만 찾아 다니는 것이다.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급급한 사람은 유연성이 떨어지고, 단순한 방법에 이끌리며, 실수를 연발한다. 쉬운 문제들만 찾아 정답을 잘 맞히는 사람은 인재로 성장할 수 없다.
셋째, 혜택을 받는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성과급의 혜택은 동기부여가 강한 소수의 구성원들에게 돌아간다. 이는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과 같다. 평소 성과가 낮은 구성원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평소 높은 성과를 보여주는 구성원을 뛰어넘기 어렵다. 죽도록 노력했는데도 계속 2등만 하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과보상제도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넷째, 더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금전적 보상이 강력한 동기가 될 경우, 사람은 보상을 얻는 데만 집중한다. 따라서 보상이 이루어지는 지점까지만 노력할 뿐,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70점만 맞으면 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굳이 90점 이상을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더 많은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조직이 정해놓은 기준까지만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동기를 부여하려면 더 많은 보상을 해줘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의 강도가 점점 강해져야만 지속적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번에 큰 보상을 얻기보다 조금씩 보상이 많아질 때 만족감을 느낀다. 이는 우리 뇌는 보상에 쉽게 적응해 버리기 때문이다.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는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행복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본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다시 행복감을 얻으려면, 지속적인 자극과 보상이 필요하다. 금전적 보상에 적응한 사람에게 다시 돈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금전적 보상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높이지 못한다.
다섯째, 팀 워크를 무너뜨린다. 보상을 얻기 위한 경쟁이 관계를 해친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보상은 소수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보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특히 이들이 개인의 노력보다 타고난 재능이나 운이 보상을 결정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면, 팀 워크가 위협받는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금전적 보상이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신호다. 성과급제도는 당신의 능력을 돈으로 사겠다는 말과 같다. 이는 ‘당신은 평가의 대상’이라는 암시와 함께 ‘당신들은 돈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신호는 자부심과 자존심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조직과 리더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성과를 평가하는 사람은 리더다. 리더가 보상을 제공하거나 박탈하는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리더와의 관계가 돈으로 계산될 때 수직적 관계가 더욱 강화된다. 수직적인 조직체계에서는 문제를 은폐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거나 상사에게 아부하는 일이 횡행한다. 이런 조직에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섯째, 자발적 동기를 감소시킨다. 금전적 보상이 성과와 연동되어 있다면, 조직의 성과를 통제하는 주체는 돈이 된다. 때로 돈은 인간을 가장 저급한 수준까지 끌어내려 질투심과 복수심을 자극한다. 캐슬린 보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컴퓨터 화면보호기에 달러 표시를 해놓는 것만으로도 이기심이 발동한다. 돈이라는 이미지에 강하게 노출될수록 자기중심적인 무의식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동료에 대한 경쟁심과 이기심에 물들게 되면, 동료들의 협력이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일곱째, 보상은 내적 동기를 사라지게 한다. 보상은 새로운 시도, 새로운 도전을 머뭇거리게 한다. 눈 앞의 보상을 얻으려면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전적인 보상에 매료되고 나면 창의성은 점차 사라진다. 내면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성취 동기가 높은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도전할 만한 대상을 물색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장애물이 나타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을 때 큰 보상이 주어지면, 새로운 대상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다. 굳이 힘을 들여 새로운 과제에 도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금전적 보상이 동기를 유발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다. 돈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는 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때, 그리고 돈을 받아야만 사회적으로 존재 가치를 인정을 받을 때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금전적 보상이 클수록 내적 동기를 감소시키고, 일에 대한 흥미도 반감된다.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에서 성과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는 보상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조직과 구성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문화를 재정립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반면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개인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수평적 조직에 적합하지 않다. 신뢰와 협력이 중시되는 조직에서 동료들끼리 보상을 놓고 경쟁하게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급여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수록 보상에 대한 집착은 더욱 강해진다. 따라서 성과급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집단보상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즉 개인의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기보다 집단의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개인의 기본급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나머지 수익을 팀의 성과에 따라 배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집단보상제도에서 우려되는 것은 무임승차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성과가 낮은 사람들이 성과가 높은 사람들에게 기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신뢰의 부재를 의미한다. 우리는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있으며, 보편적으로 옳다고 느끼거나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행하려 한다. 능력이 부족할지라도 동료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고 싶어하며, 인정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무임승차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조금 부족한 사람이 있더라도, 집단 전체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능력을 타고 난 자의 의무이다. 신뢰는 반드시 신뢰로 보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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