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칼럼
보상 | 봉급과 승진이 정말 최선의 보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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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 봉급과 승진이 정말 최선의 보상일까?
모든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다름 아닌 보상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성과를 낸 것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가를 제때 받는 것. 직장 생활 중 이만한 묘미가 있을까 싶다. 매월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월급에서도 뿌듯함을 느끼지만 백미는 역시 한 해의 성과를 골고루 평가하여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을 때가 아닐까? 그렇기에 매년 연말이 되면 직장인들은 올해의 성과급은 어떻게 될지, 누가 승진을 하게 될지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직장 생활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 <미생>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직장인이 봉급과 때에 걸맞은 승진 아니면 뭘로 보상받겠나.”
이 대사는 작중 배경이 되는 회사의 사장이 주인공인 오 과장의 노고를 치하하며 상당한 격려금 전달과 함께 특별 승진을 지시하면서 한 말이다. 심지어 내년 상반기에 반영하겠다는 담당 직원의 말에 올해 하반기에 바로 반영해 확실히 보상을 해주라고 강조한다. 이 대목은 많은 직장인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봉급과 때에 걸맞은 승진이 정말 최선의 보상일까? 만약 그렇다면 승진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어떤 기준으로 승진을 시켜야 할까? 봉급과 승진이 아닌 또다른 보상은 없을까?
밑 빠진 독에 성과급 붓기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보상체계는 성과급 중심의 연봉제이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인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기업 및 중견기업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과평가 및 인사평가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응답자의 75%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보상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인재의 조직 이탈을 막고 회사 생활의 만족감을 선사하기 위한 제도인데, 그러한 목적은 사라지고 오히려 불신만 남은 셈이다. 사실 성과급 중심의 연봉제에 대한 비판과 회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성과급 중심 연봉제의 맹점을 살펴보기에 앞서 보상의 종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보상은 우선 크게 둘로 나뉜다. 외부에서 주는 외적보상 그리고 스스로의 내면에서 찾는 내적보상이 그것이다. 성과급, 스톡옵션, 연봉제 등은 모두 외적보상에 해당하며, 정확히는 외적보상 중에서도 물질적 보상이라 할 수 있다. 이 물질적 보상은 흥미로운 특징이 있는데, 우선 ‘한계효용체감적’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쾌락에 쉽게 적응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가령 1천만 원의 보상을 받는다면 처음에는 무척 기쁠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1천만 원이 주는 기쁨에 적응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보상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 처음 1천만 원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보상액을 늘려야만 한다. 물질중심 보상체계는 인간이 지닌 ‘쾌락 적응’ 속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는 것이다.
물질적 보상의 또 다른 맹점도 있다. 물질적 보상의 수준이 구성원의 기대수준보다 낮을 경우 태만, 방관, 소극적 행동 등 부정적인 반발 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눈 앞의 보상을 확실하게 얻기 위해서는 위험을 일단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적 보상 체계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창의성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창의성이 사라진 조직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미생>에서 언급된 승진은 어떠할까? 승진 역시 본질적으로 조직에서 구성원에게 주는 외적보상이다. 다만, 금전적 보상과는 그 성질이 다른 ‘사회적 보상’이다. 사회적 보상은 외적보상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특성이 있다. 외부의 인정, 칭찬, 승진 같은 보상들은 ‘수확체증적’ 특성, 즉 보상이 늘어날수록 동기를 촉발하는 효과도 증가한다.
그렇다면 역시 제때에 알맞은 승진이 직장인이 가장 만족할 만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외부에서 주는 보상 중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외적보상보다 강력한 보상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스스로 찾아내는 ‘내적보상’이 그것이다. 내적보상은 일 자체에 대한 흥미, 재미, 의미를 통해 얻게 되는 정신적 보상이다. 내적보상의 효과는 물질적 보상처럼 일시적이지 않고, 자신과 조직에 대한 신뢰의 형태로 내면에 누적된다. 스스로 일에서 의미를 찾고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직장인이 원하는 진짜 보상이다.
보상체계 설계의 비밀
그렇다면 조직은 보상체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보상체계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지속성, 성장성 그리고 확산성이다.
첫째, 지속성은 말그대로 구성원에게 주어진 보상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가급적 오래도록 지속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질적 보상보다는 사회적 보상, 사회적 보상보다는 내적보상의 순서로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내적보상은 직원 스스로 찾고 얻어내는 것인데 조직 차원에서 어떻게 줄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조직은 구성원이 스스로 더 큰 내적보상을 얻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즉 구성원들이 재미를 느끼며 일을 하고, 그 결과로 성공하여 보람을 맛보고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자체가 조직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이다.
둘째, 모든 보상은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 보상을 받음으로써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성장성을 대표하는 보상이 바로 승진인데, 승진과 관련해 필연적으로 따르는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선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보상체계의 성장성을 확보하려면 보상의 기준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보통 보상의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절대평가, 상대평가 또는 다면평가의 방식을 취하는데, 이러한 방식들 모두 적절한 기준 설정이 어렵다거나(절대평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거나(상대평가), 또는 평가자와의 관계가 큰 영향을 끼쳐 공정하지 못하다거나(다면평가) 하는 문제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보상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본래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즉 지금까지 해온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에 ‘역량을 진단’하는 방식을 더해야 한다. 성과평가와 역량진단이 결합되어 있을 때 승진에 적합한 사람, 다시 말해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냈고 앞으로 더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선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상은 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확산성을 갖춰야 한다. 다른 구성원들이 보상을 받은 사람을 본받아 스스로를 동기부여하여 업무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유발해내는 것이 보상의 마지막 역할이다.
보상의 효과가 주변으로 확산되고 전파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보상이 지급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보상이 공정하다고 느낄 때, 보상을 받지 못한 구성원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면 자신에게도 보상을 받을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긍정적 기대감은 조직에 대한 신뢰의 토대가 된다. 반면 보상체계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면 구성원들은 보상체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조직을 불신하게 될 것이다.
또한 보상을 주는 포상 현장에서는 단순히 성과만을 치하할 것이 아니라, 그간의 노고와 노고의 결과가 조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정 효과가 극대화될 때 보상의 효과가 더 크게 확산됨으로써 보상받지 못한 구성원들의 동기까지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미생'
앞서 언급했던, 제때에 알맞은 승진이 최고의 보상이라던 대사는 <미생> 5권 68수에 나온다. 그리고 그 다음 장 69수는 곧 차장으로 승진 예정인 오 과장의 가족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 승진할 것 같다’는 오 과장의 대사에 아내와 귀여운 삼 형제가 진짜냐며 환호성을 지른다. ‘차장’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꼬마 삼형제는 ‘그게 뭔지 모르지만 아빠가 기분 좋고 엄마가 기분 좋으면 우리도 기분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 과장의 얼굴에는 그윽한 미소가 걸린다. 기뻐하는 가족을 바라보며 입가에 은은히 걸리는 미소. 오 과장에게는 함께 기뻐해주는 가족들의 환호성이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자 가장 큰 ‘보상’이지 않았을까?
스티브 잡스는 ‘The Journey is the Reward’라는 말을 남겼다. 일을 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보상이라는 뜻이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보상은 구성원이 일에 대한 의미와 재미를 통해서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보상으로 느껴지도록 충분히 지원하고 노고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구성원이 스스로 내적보상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것, 구성원을 인정해주는 것, 자랑스러운 가족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다른 모든 물질적 보상에 우선하는 최고의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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