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칼럼

리더십 | 훌륭한 리더는 구성원들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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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 훌륭한 리더는 구성원들이 만든다

히말라야에서 벌어진 참사 낭가파르바트는 히말라야 고봉 14좌 가운데 아홉 번째로 높은 산이다. 1934년, 독일인들로 구성된 히말라야 원정대가 ‘악마의 산’으로 불리는 낭가파르바트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끔찍했다. 악천후로 등반이 불가능해지자 독일 등반대원 2명은 셰르파들을 버려둔 채 도망쳤고, 결국 세르파를 포함한 9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셰르파의 존재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네팔 북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셰르파족은 오랜 세월 고산지대에 적응한 덕분에 등반가들에게 안내인과 짐꾼으로 고용되었다. 하지만 히말라야 등정의 영광은 모두 그들을 고용한 원정대의 몫이었다. 셰르파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1953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에드먼드 힐러리를 통해서였다. 당시 가이드를 맡았던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는 정상을 앞두고 뒤따라오던 힐러리를 기다렸고, 두 사람은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손을 맞잡았다. 훗날 많은 사람들이 누가 먼저 정상을 밟았는지 물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도움이 없었으면 에베레스트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리더와 팔로워의 공동 목표

 

독일 원정대의 처참한 사고 이후 셰르파들이 얻은 깨달음은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들이 원정대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원정대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가진 원정대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등반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욕망이 무엇이든, 그들은 정상에 올라야만 기대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산악인과 셰르파는 등정의 성공이라는 목표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상에 먼저 올랐다고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다른 대원들을 잃은 채 홀로 정상에 올라가 기념촬영을 한 산악인을 영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가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으려면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고, 그들이 함께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본래 우리는 리더를 따르고자 하는 복종욕구와 권력자에게 지배당하고 싶지 않은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조직을 이끌어주기를 원하지만, 간섭 받기는 싫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양가감정(ambivalence) 사이를 오가면서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가늠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찾는다.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되려고 시도하면 조직은 곧 붕괴되고 만다. 조직이 안정되려면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성과의 대부분은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성과를 만드는 것은 구성원들이고,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들이 성과를 잘 만들도록 돕고 지원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때, 사람들은 지휘자가 누구인지에 주목한다. 연주자 중에서도 현악기와 관악기 연주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그러나 덜 주목 받는 타악기 연주자가 오케스트라에서 제외된다고 상상해보라. 아마도 음악의 입체감과 긴장의 밀도, 웅장함이 사라질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청중 앞에서 연주하기까지 지휘자는 각기 다른 연주자들의 특성과 역할을 자신의 목표에 맞게 조련하고 조율한다. 오케스트라의 장기적인 성공은 지휘자의 리더십에 달려 있지만, 매번 연주회의 성공을 책임지는 것은 연주자들이다. 구성원들의 성공이 리더의 성공이고, 리더의 성공은 구성원들의 성공인 것이다. 

 

 


 

 

리더와 팔로워의 견제와 협력

 

위대한 성공 뒤에는 탁월한 리더가 있고, 탁월한 리더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구성원들이 있다. 리더 혼자서 위대한 성공을 이끌어낸 예는 없다. 한 사람의 영웅이 비천한 신분으로 나라를 세우고, 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며, 문명의 진보를 이루었다는 스토리는 대부분 신화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영웅의 승리 뒤에는 이름 석자 남기지 못한 해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영웅의 탁월한 리더십은 대개 그를 믿고 따랐던, 그리고 조직의 명예와 자신의 명예를 동일시했던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권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력이 정치적 권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영향력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깨달음을 세상에 전파하고자 하는 성자들에게도 권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지위는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차지하더라도 오랫동안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팔로워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팔로워로 살아가려면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다. 먼저 욕망의 일부분을 포기해야 하고, 살아가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높다. 사람들이 불리한 처지를 감수하면서까지 팔로워가 된 것은 리더와 자신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동물들을 관찰해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힘이 약한 개체는 리더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목숨을 잃거나 무리에서 쫓겨날 수 있다. 이는 생존과 번식 면에서 치명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나약한 개체는 힘을 가진 개체와 승산 없는 싸움을 하기보다 그가 남긴 먹이를 기다리는 편이 훨씬 낫다. 무모한 도전에 나서기보다 ‘다수 속의 안전’을 택한 구성원들이 생존 확률도 높다. 자연은 고독한 개인보다 함께 협력하는 개인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성원들이 리더의 지배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존재들은 아니다. 리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구성원들은 리더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다. 또 리더가 구성원의 미래를 바꿀 수 있듯이, 구성원들은 리더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순자)』에 이르기를,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고 했다. 팔로워 역시 리더를 빛나게 하기도 하고, 하루 아침에 몰락시키기도 한다. 

 

리더는 인격적으로 신뢰받을 때 긴 수명을 누릴 수 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비가 아랫사람을 혹독하게 다루었다가 하루 저녁에 비명횡사 한 사실을 떠올려보라. 이 때문에 유능한 리더들은 강요나 강제보다 덕(德)을 베풂으로써 자신의 안위와 집단의 평화를 도모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리더십이 다른 것은 ‘평판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리더십은 완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무기로 타인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 공격은 무디고 느리지만, 상당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좋은 팔로워가 탁월한 리더를 만든다 

 

리더십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팔로워십도 인간의 본성이다. 구성원은 복종의 의무만 가진 것이 아니라 리더를 선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권리와 힘을 함께 가지고 있다. 구성원은 훌륭한 리더를 신뢰하고 지지함으로써 긍정적 리더십을 육성하고, 부정적인 리더십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이타적이고 도덕적인 리더를 따르고 지원함으로써,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리더가 권력을 차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부도덕한 리더는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어느 조직에서든 구성원들은 리더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 실제로 대부분의 조직에서 리더의 부당한 요구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은 칭찬 대신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이익을 피하려면 직접 거절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식으로 리더의 부당한 지시를 줄일 수도 있다. 2014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윗사람에게 e메일을 보낼 때 말미에 도덕적 경구를 적어 넣는 것만으로도 윗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가령 ‘명예롭지 않은 성공보다 명예로운 실패가 낫다(Better to fail with honour than succeed with fraud)’와 같은 도덕적 경구를 넣는 것만으로 리더의 부당한 지시가 줄어들었다. 메일뿐 아니라 개인적인 물품이나 셔츠 등에 도덕적 의미가 담긴 상징을 새기는 것도 효과가 있었다. 

 

좋은 리더를 따르는 것은 구성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 인간은 자신보다 나은 지위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모방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구성원들은 집단과 리더의 목표에 맞춰 자신의 역할을 설정하고 행동을 조정한다. 이를 통해 자신과 집단의 목표를 달성할 뿐 아니라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자질들을 습득할 수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할 때만 성립될 수 있다. 허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리더와 구성원들의 호혜적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철새는 1년에 두 번 장거리 비행을 한다. 이들은 날아갈 때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모양을 형성한다. 맨 앞에서 비행하는 리더는 공기의 저항을 가장 많이 받지만, 뒤따르는 새들에게 도움을 준다. 리더의 날갯짓으로 만들어지는 소용돌이가 뒤따르는 새들에게 날기 좋은 기류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뒤따르는 새들도 위쪽으로 향하는 바람을 만들어 리더에게 추진력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철새 무리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머나먼 목적지까지 비행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만드는 것이다. 리더십 역시 리더 한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미덕이 아니다. 리더의 영향력은 구성원들로부터 나온다. 리더와 구성원은 지배와 복종이라는 대립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역학적 함수관계에 있다. 따라서 탁월한 리더의 탄생은 상호보완적인 양자의 관계망 안에 구성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구성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경험한 사람만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 훌륭한 팔로워가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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