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칼럼
채용 |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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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자들에게 탈락 통보 사실을 알리게 된다. 탈락을 알리는 메시지는 통상 다음과 같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들로 인해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몇 해 전 취업 및 구인구직 포털 인크루트에서 취업 활동 경험을 가진 회원 527명을 대상으로 ‘탈락 통보 문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발표된 조사결과 중 가장 놀라운 점은 탈락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문구 1위가 바로 ‘귀하의 자질만큼은 높이 평가되었다’라는 것이다. 설문 응답자들은 또한 합격 여부와 무관하게 탈락을 통보하는 메시지와 관련하여 25%가 ‘인재’라고 하면서 탈락시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인크루트 측에서는 “구직자들은 미사여구가 섞인 탈락 통보보다 간략할지 언정 불합격 사유를 알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역량이 높이 평가되었고 어떤 역량이 부족하여 탈락한 것인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으면, 구직활동을 이어 나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확한 사유를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구직자 입장에서 ‘역량’이라는 개념만큼 모호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역량’이라는 개념을 모호하게 느끼는 것은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역량과 KSA, 같은 개념일까? No!
‘역량’이란 무엇일까?
역량이란 쉽게 말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Knowledge(지식), Skill(기술), Attitude(태도)의 앞 글자를 딴 KSA이다. 훌륭한 지식과 기술, 태도를 갖추면 분명히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에 유리할 것이다. 또한 지식과 기술, 태도는 쉽게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KSA의 관점에서는 ‘평가’가 용이하다. 또한 지식과 기술, 태도는 학습과 연습 그리고 반복을 통해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입사 후에도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KSA를 개발하기 위한 교육 또는 육성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한 뒤 그 결과를 평가하며, 지속적인 KSA 개발을 도모한다.
그러나 막상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역량이 곧 KSA이고, KSA가 곧 역량이냐는 질문을 던져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또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식과 기술, 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막상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목격하면서 KSA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회사 입사 후 각종 교육을 통해 최신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기술을 숙련시키더라도 막상 업무 성과는 미진한 경우까지 있다. 뛰어난 KSA가 늘 좋은 성과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KSA를 기준으로 채용하는 것에 회의를 갖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쉽게 말해 성과는 KSA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KSA는 ‘성과를 내기 위한 재료’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KSA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치 최고급 트러플 오일과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더라도 요리 실력이 부족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기에서 ‘요리 실력’에 해당하는 것이 역량이다.
이를 요약하자면 ‘성과 능력 = 역량과 기술 및 지식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힘’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성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렇다면 KSA 수준만 측정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역량’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
빙산 아래의 역량,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그러면 이 역량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서는 역량의 본질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인사관리 영역에서 사용되는 역량(competency)이란 개념은 1973년 하버드대학교의 데이비드 맥클리랜드 교수가 미국 정보국의 외교관 선발 심사 제도 개선을 위해 고성과자와 그렇지 못한 성과자를 인터뷰하여 고성과자들만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행동 특성을 추출해낸 데에서 비롯되었다. 업무를 탁월하게 잘 해내는 우수 성과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행동 특성을 정리하고, 이러한 특성을 보유한 사람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맥클리랜드 교수에 의해 창안된 역량 개념은 스펜서&스펜서가 개발한 빙산모델(Iceberg model)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 모델에서는 역량을 ‘특정 상황이나 직무에서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내적 특성’으로 보았다. 특징은 빙산처럼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구분한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이 인지 영역이라면, 수면 아래 부분은 비인지 영역에 해당된다. 수면 위에 드러나는 특성은 지식(Knowledge), 스킬(Skills)이고, 수면 아래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특성은 가치관(Values), 태도(Attitude), 자아(Self-Concept), 동기(Motives), 특성(Traits) 등이다.
현대의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마음이 10퍼센트 수준의 인지 영역과 반(半)인지 영역 그리고 90퍼센트 정도의 비인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채용을 할 때 판단의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는 말씨, 표정, 태도, 지식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레벨의 현상은 인지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고, 성격이나 지능 같은 심리 레벨의 현상은 반인지 영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면접과 인적성검사는 인지 및 반인지 영역을 측정하는 도구에 해당한다.
그러나 훨씬 중요하고 큰 영역은 빙산 아래에 있는 비인지 영역이다. 사실 인지 영역과 반인지 영역의 특성들도 비인지 영역에서 만들어져 수면 위로 드러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재의 기준이 되는 진짜 역량은 바로 이 빙산의 아랫부분인 비인지 영역에 속하는 특성이다.
비인지 영역은 달리 말해 무의식 영역을 말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의식 영역에 속하는 역량이라는 특성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인적성 검사 또는 면접 전형으로는 뇌과학적 성과역량을 가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적성 검사는 지식과 지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면접 전형 역시 짧은 시간 동안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을 관찰할 수 있을 뿐이며, 심지어 사람의 주관적 편향까지 더해지게 된다.
진짜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측정 기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특히 역량은 신경경향성으로 형성되는 뇌의 성능이기 때문에 특정한 태도나 자세를 반복적으로 보이는지 ‘자극-반응’ 패턴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의문은 역량의 실체가 뇌의 성능이라면, 후천적 개발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신경과학이 알려주는 답은 20~25세 전후가 되면 역량의 후천적 개발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진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별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그 어떤 종류의 성과이든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동일한 경로를 거친다. 그리고 경로의 각 단계에서 업무와 무관하게 늘 같은 뇌의 기능을 발휘한다. 자신의 능력과 주어진 기회를 신뢰하는 기능, 열정을 발현해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기능,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기능, 그리고 끝까지 성실하게 수행하는 기능. 이 네 가지 기능의 수준이 바로 성과 창출을 위한 뇌의 성능, 줄여서 ‘역량’이다.
역량은 결코 모호한 개념이 아니다. 최근 눈부시게 발전한 신경과학 덕분에 객관적 근거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 개념이다. 다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기에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알 수 있는 기존의 스펙 중심 이력서, 인적성 검사, 면접 전형에서 벗어나 과학적 측정 기법을 도입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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